‘자천타천’ 차기 부산시장 하마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04 10:49:00
  • 호수 12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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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로 향하는 치어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추문이 터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했다. 부산시정이 마비됐다. 지역 정가는 벌써부터 차기 부산시장에 대한 소문들로 무성하다.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차지하는 이는 누가 될 것인가.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4·15 총선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찬물을 끼얹었다. 가히 역대 민선으로 뽑힌 광역단체장 중 가장 불명예스러운 퇴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전격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7일 오 전 시장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오거돈 빈자리

오 전 시장의 사퇴는 화약고에 떨어진 불씨와 같다. 크게 두 가지 사안으로 불똥이 튀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성추행 사건을 총선 전에 인지했는지 ▲차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누가 나설지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는 진실공방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차기 부산시장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자천타천 1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여권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민주당의 일부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조 전 장관이 출마해 명예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가족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상태다. 조 전 장관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의 맹주’ 민주당 김영춘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마찬가지로 부산이 고향인 김 의원은 16·17대 총선 당시 서울 광진갑서 내리 당선된 뒤, 19대 총선 때 부산진갑으로 자리를 옮겨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20대 총선서 부산진갑 국회의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부산진갑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서병수 당선인과 접전을 벌인 끝에 석패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에게 재기를 위한 기회일 수 있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 역시 언급된다. 그는 민주당을 대표하는 ‘소신파’다.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되는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그는 21대 총선서 부산 연제에 출마했으나, 통합당 이주환 당선인에게 3.21%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낙선했다. 총선이 끝난 후 지난달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진영 논리보다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의정활동에 임해달라”고 당선인들에게 당부했다.

이번 21대 총선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모든 지역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특히 부산 지역서의 패배가 옥의 티였다. 민주당은 기존 6석이던 부산 지역 의석이 3석으로 줄어들었다.

미통 김세연·김정훈·이진복 물망
민주 조국·김영춘·이호철 거론도

부산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준 당선인은 부산 북강서갑의 전재수, 남을의 박재호, 사하갑의 최인호 의원이다. 이들 역시 차기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보궐선거가 총선 1년 후 치러진다는 점이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도 거론된다. 바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호철 서포터즈’ 등 팬클럽과 모임을 결성,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잠재적 후보군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민주당이 실제 후보를 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민주당 당헌서 말하는 부정부패 사건의 범위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 이호철, 전해철, 양정철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당헌·당규 상으로 본다면 (무공천이)성 비위 사건까지 확대가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자 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송 대변인은 당헌을 빠져나갈 궁리부터 시작했다”며 날을 세웠다.

야권 역시 자천타천 후보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오히려 ‘원인 제공자’라는 프레임에 쉽게 노출돼있는 여권보다 야권의 후보군이 더욱 두텁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통합당 김세연 의원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21대 총선에 불출마 선언 당시부터 김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설은 주목받은 바 있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당일 ‘동일고무벨트’ 주가가 뛴 점이 이를 증명한다. 김 의원은 동일고무벨트의 사실상 지배주주다. 그는 출마를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찬가지로 불출마를 선언한 김정훈·이진복 의원의 출마 가능성 역시 점쳐진다. 지난 17대 총선 때부터 부산 남갑서만 내리 4선을 한 김 의원은 이 지역 터줏대감이다. 

이 의원도 중량감 있게 거론된다. 지난 2002년 부산 동래구청장을 시작으로, 동래서만 18·19·20대 총선에 나서 내리 3선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통합당 부산 지역 당선인 중에서도 물망에 오르는 정치인들이 있다. 5선 고지에 오른 통합당 조경태(부산 사하을)·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을 필두로, 중진으로 올라선 장제원(부산 사상)·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 등이 거론된다.

특히 장 의원의 경우 선거기간 중 “3선이 되면 (부산)시장에 도전해보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그의 결정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부산 지역 당선인들과 마찬가지로 총선 1년 만에 자신의 지역구를 박차고 나오는 도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초기지


보궐 선거는 내년 4월7일에 열린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기다. 부산은 대권의 향배를 가를 영남권의 전초기지다. 어느 정당이 부산 지역을 잡느냐에 따라 대권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민심은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 18대 대선 때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19대 대선 때는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고, 이들은 모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내부서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부산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남·순’ 조사팀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지난달 27일 ‘오·남·순 진상조사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조사 대상은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당선인, 동료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의 남성 직원이다.

오·남·순 진상조사팀의 팀장은 통합당 곽상도 의원이 맡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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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