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친문 흥망성쇠 스토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0:17:53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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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보물서 애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세월이 무상하다. 친문(친 문재인) 중에서도 실세인 PK 친문이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성장을 거듭해왔던 상황서 뜻하지 않은 악재다. <일요시사>는 PK 친문의 ‘흥망성쇠’를 살펴봤다.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나경식 기자

‘친문’의 시작은 ‘친노(친 노무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곁에는 항상 친노가 함께했다. 그의 지지자 또는 측근 그룹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이 바로 그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표적인 친노로 불렸다.

실세 그룹

친노가 언론에 등장한 시점은 지난 2002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를 앞두고 곤두박질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몽준 후보로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때부터 민주당은 ‘친노’ ‘비노’ 진영으로 나뉘었다.  

친노는 정치적 파도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살았다.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노무현 후보가 대선서 승리하면서 친노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다 2007년 치러진 제17대 대선서 패하면서 ‘폐족’을 자처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후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구심점을 잃은 친노는 와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친노가 부활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다. 정치권은 당시 지방선거가 친노의 부활을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재개를 모색하던 친노 인사들이 대거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안희정·이광재 등 친노 인사들이 각각 충남도지사와 강원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친노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주자로 올라서며 친노는 완벽한 부활에 성공한다. 정치권 입문 전 ‘노무현의 친구’로 알려졌던 문 대통령은 2011년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통해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도 마치 정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낙선한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때를 전후로 ‘친문’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친문은 친노를 뿌리로 두고, 문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모인 인사들을 통칭했다.  

이후 친문은 민주당의 주류로 올라섰다. 지난 2016년 열린 20대 총선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부터다. 당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문(비 문재인)은 친문 패권주의를 거부한다는 명분으로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당내 비문이 다수 국민의당으로 넘어가면서 친문은 자연스레 당의 핵심 주류로 올라섰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한국의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무현정권을 세웠던 1등 공신들이 문재인정권 출범에도 일조했다. 부산·울산·경남(PK) 출신 친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의 위상은 정권 출범과 함께 상승했다.

노·문 두 대통령 보필하며 승승장구
댓글 조작·감찰 무마 사건 직격탄

PK 친문은 청와대 1기 참모진과 내각에 입성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영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PK 친문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다양한 친문 그룹이 존재한다. ▲수도권 그룹 ▲PK 그룹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그룹 ▲문재인표 영입 그룹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PK 친문은 민주당의 핵심 주류로 꼽힌다. 

이들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특수성으로 묶인 그룹이다. 이런 무한책임을 바탕으로 현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위해 움직인다. 두 대통령 모두 경남서 태어났으며, 부산을 중심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현 정권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PK 친문은 최근 연달아 정치적 암초에 부딪히며 흔들리고 있다. 시작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 조작’ 의혹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김 지사는 PK 친문 중에서도 핵심으로 통한다. 경남 고성 출신인 그는 노무현정권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는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갔다. 김 지사가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 다른 별명은 ‘문재인의 복심’이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대변인, 수행팀장을 지낸 그는 대선 승리 후 국정기획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은 흔들리던 PK 친문의 위상에 직격타를 날렸다. 부산 출신이자 PK친문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17일 불구속 기소됐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 중단을 결정한 혐의다. 

조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김 지사(당시 국회의원)의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청탁성 연락을 받고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 ‘사표만 받자’ 등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12일 후 검찰은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을 추가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등장한 인사들 중 어느 선까지 기소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윗선은?

PK 친문의 핵심 인사들이 연달아 재판에 넘겨지는 사태에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4·15총선을 앞두고 있어 고심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다. 김두관 의원의 ‘PK 차출’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김 의원에게 PK 출마를 거듭 요청했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을 통해 흔들리는 PK 민심을 잡기 위함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총선 시계가 빨라짐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의 보폭도 점차 빨라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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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