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예능 생존 키워드는 ‘리얼리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는 과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불리는 예능 방송서, 짜고 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먹방, 쿡방, 관찰 예능을 지나오면서 그의 예언은 실체가 되어 나타난 듯하다. 어떤 콘셉트든 진정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 급변해가는 예능계서 ‘리얼리티’로 유독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짚어봤다. 
 

▲ ▲SBS <핸섬 타이거즈>

실재하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다는 의미의 ‘리얼리티’가 국내 예능계의 핫한 키워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MBC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각종 여행 예능과 관찰 예능, 추리 예능, 연애 예능, 먹방과 쿡방 등을 오가면서 진정성이 빠진 프로그램들은 금방 시청자들의 눈밖에 났다. 연예인을 게스트로 모셔놓고 추억을 파는 토크쇼는 방송계서 사장되고 있다.

생존하려면…

결국 프로그램 내에서 진정성이 드러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예능 프로그램 생존의 화두가 됐다. 이는 소재와 무관하게 모든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얼리티가 두드러진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SBS <핸섬 타이거즈>와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다.

이제 겨우 4회차를 맞이한 <핸섬 타이거즈>는 감독이 된 서장훈을 주축으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연예인들이 ‘전국 아마추어 리그 최강전’에 도전한다. 배우 이상윤과 서지석, 김승현, 줄리엔 강 등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스타들과 차은우와 유선호 등 신예 방송인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며, 카메라가 있든 없든 농구공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니저로는, 예사롭지 않은 예능감으로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레드벨벳의 조이가 나선다. 


<핸섬 타이거즈>는 ‘농구로는 웃기고 싶지 않다’는 서장훈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로 군림한 서장훈이 아마추어 연예인 선수단에 다양한 전술 및 개인 훈련을 지시한다. ‘떰’ 또는 ‘V’ ‘주먹’과 같은 프로 세계서 사용되는 전술을 실제 경기서 사용한다. 감독 서장훈의 노하우와 연예인 선수들의 개인 훈련을 통해 국내 최강의 아마추어 선수단과 농구만으로 맞붙는 것이 핵심이다.

인상을 잔뜩 쓰고 ‘웃기려고 하지 마’라며 농구만 하라는 서장훈의 일관된 언행은 안정환이 나왔던 KBS2 <청춘 FC>를 연상케 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연예인 선수단은 이제 조금씩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연예인이 아닌 선수라는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온라인 반응은 최근 론칭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뜨겁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서장훈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기종목을 비롯해 게임 등에 밀려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는 농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농구의 참 재미’를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서장훈뿐만 아니라 퀸텀 스킬 트레이닝 랩의 후배 농구인들도 뜻을 모아 <핸섬 타이거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선수단은 바쁜 스케줄에도 팀 훈련은 물론 개인 훈련에 정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는 진짜 농구의 묘미를 스포츠 중계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담아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 ▲무엇이든 물어보살

안재철 PD는 “선수들이 엄청난 훈련에 매진 중이다. 최근 조별리그로 한 차례 경기를 치렀다. 우리가 맞붙는 팀들이 국내 최강팀에 해당하는데, 절대 뒤쳐지지 않는 멋진 실력을 드러냈다. 아마 시청자분들이 크게 감동할 것”이라며 “서장훈 감독은 물론 선수단과 뒤에서 돕는 코치진이나 스태프가 모두 진정성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웃기지 않아도 재밌다…진정성에 무게
급변하는 예능계는 ‘리얼리티’로 승부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JTBC <아는 형님>서 놀라운 케미를 선보인 서장훈과 이수근이 일반인 또는 연예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장훈은 선녀보살로, 이수근은 아기동자로 나온다. 하루에도 10팀서 13팀 정도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두 사람은 실제로 ‘반 무당’에 가까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수근은 얼굴만 보고 출연자의 행동 패턴과 성격 등 기질을 정확하게 맞히면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서장훈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출연자의 고민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심소희 PD에 따르면, 과거에는 재미삼아 사연을 들고 오는 출연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출연자들이 진짜 고민을 들고 찾아오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치부를 두 사람 앞에서는 뭐가 어렵냐는 듯 모조리 풀어놓는다.

“부모로부터 받은 폭력 때문에 엄마와 인연을 끊고 살고 싶다”고 밝힌 20대 여성과 “800만원을 빌려가고 연락이 두절된 남자친구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20대 승무원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사연을 진정성 있게 청취하는 힘과,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피드백해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 PD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다. 사연의 깊이가 방송 초반 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졌다. 두 MC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서 진정성이 엿보이는 또 하나는 홍보성 출연에 굉장한 ‘짜증스러움’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출연자 사연의 진정성보다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홍보성 행동이 드러나는 경우 서장훈은 온갖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면서 ‘이러면 시청자들한테 우리가 욕 먹어’라는 말도 덧붙인다. ‘홍보성’ 멘트를 경계하는 내용 자막도 어김없이 따른다.

김영철이 신곡 ‘신호등’을 부르는 장면은 대부분 잘라냈으며, 노을 역시 단 두 마디만 노래를 불렀다. 게스트들이 토크쇼를 출연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인 홍보를 최소화하는 데 MC와 제작진이 한 몸이 돼 움직이는 듯 하다. 반대로 연예인들조차 실제 자신들이 가진 고민을 온전히 털어놓을 땐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킨다. 배송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태사자 김형준의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엿보인다며 화제가 됐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심 PD는 “연예인이 출연했을 때 홍보성 멘트와 행동을 경계하긴 한다. 그래서 편집 방향도 진정성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며 “이미 연예인 출연자들도 리얼리티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진정성 있게 접근한다.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뿐 아니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채널A <도시어부> 등도 맡은 바 임무를 하는 데만 최선을 다한다. 백종원은 제작진이 섭외한 식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통해 점포의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서 웃음을 가미하려는 노력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점포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며 방송 후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초심을 잃은 모습을 보여 제작진과 백종원으로부터 일갈을 듣는 등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심이 전파를 탄다. 

홍보 좀 그만

<도시어부>의 경우에도 이덕화와 이경규 등 출연진은 낚시에만 몰두한다. 고기를 낚기 위해서만 노력할 뿐이다. 예능감을 쫙 뺀 리얼리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모두가 협업하는 모습이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실제 짜증이 난 얼굴, 고기를 잡다가 발생하는 위기 또는 뱃멀미 후에 구토하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리티가 없는 방송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제작진뿐만 아니라 젊은 감각이 있는 방송인이면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예능이 더욱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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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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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