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 공수처 작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0:27:05
  • 호수 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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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영감님…뒷방 늙은이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궁지에 몰렸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되면서 ‘무소불위 권력’의 근원이었던 기소 독점권이 깨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수십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 
 

지난달 30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올해 7월께 출범할 전망이다. 공수처법은 정부로 이송돼 약 20여일의 준비 기한을 거쳐 공포되고, 6개월이 경과된 시점부터 시행된다.

개혁 첫 발 
힘 빠진 검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검찰총장·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고위공직자 본인 또는 가족의 범죄혐의 수사를 맡는다. 직무유기·직권남용·피의사실공표·공무상비밀누설·알선수재 등의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기소권도 일부 갖는다.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직접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기소권을 공수처와 일부 나눠 갖게 됐다. 형사소송법 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비대한 권한을 갖고 정치권력의 이해 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를 남용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 견제를 위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검찰권 남용의 하나로 기소 독점주의도 꼽혀왔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이 같은 검찰 권한이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시 기능이 강화되고, 그간 검찰 내부 비위 발생 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검찰은 공수처 통과 직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최근 수정안에 포함된 범죄 인지 시 공수처에 즉시 통보토록 한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 수사 착수를 통보할 이유가 없고, 자칫 뭉개기 부실수사나 사건 암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판·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특수수사 임무
기소독점 65년 만에 깨져…부패수사도 넘어가 

또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공수처 설치법 관련 메시지를 담았다. 윤 총장은 지난달 31일 “검찰총장으로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 가족)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총장은 신년 다짐회에 앞서 이날 배포한 신년사를 통해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 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까지 앞두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의 1차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리고,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권한은 줄여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관계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개정안은 우선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도록 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된다.

용두사미 
조국 수사

개정안은 경찰의 권한을 키우는 대신 보완책으로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방안을 담았다. 검찰은 기소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권,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등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했을 때 사건 송치 및 시정조치, 징계 요구권 등의 통제 장치를 갖는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가 있는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 통보하도록 했다.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없음’ 결론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결정 이유가 담긴 서면과 관계 서류·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고, 검찰은 서류 등을 90일 이내에 반환하도록 했다.

또 불송치 결정 이유를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통지하도록 했고, 고소인 등이 이의를 신청하면 곧바로 검사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했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할 때는 그 이유를 문서에 명시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유지하되, 고등검찰청에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둬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던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방안도 담겼다. 개정안은 검찰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라도 재판단계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조국 수사는 용두사미가 됐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지난해 8월27일 대대적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착수한 지 126일 만이다. 조 전 장관과 일가의 비리 혐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이 그동안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동생 및 5촌 조카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으나 사건의 몸통이라던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신병 확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언론 보도를 보면 조국은 중죄인이었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 옹색하다”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패스트트랙 국회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큰 비난에 직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등 75명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의안 및 법안접수 방해,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방해 등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결과 황 대표, 나경원 의원 등 의원 14명, 보좌진 2명을 지난 2일 불구속 기소했다.

무리한 먼지털이 스톱?
검찰총장 책임론 부상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11명에 대해선 약식명령 청구를, 나머지 48명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다.

국회 의안과와 회의실서 공동폭행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민주당 의원 58명 가운데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의원 4명과 보좌진·당직자 4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박주민 의원 등 2명은 약식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나머지 의원 31명, 보좌진·당직자 9명 등 40명에 대해선 기소유예를, 권미혁·김해영·박완주 등 의원 6명과 당직자 2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 같은 처분에 대해 민주당은 “여야 균형을 위한 기계적 기소”라며 유감을 표했으며 한국당은 “여당무죄 야당유죄”라고 반발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매우 편파적 판단을 한 검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야당에는 철퇴를, 여당에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국민의 눈이 정녕 두렵지 않은가”라고 논평했다.

검찰의 연이은 난기류로 윤 총장의 사퇴설도 제기된다. 매번 검경 수사권 조정서 검찰의 힘을 빼는 제도가 마련될 때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이에 반발해 자진사퇴를 선택하곤 했다.

패트 수사로
정치권 압박?

지난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법안 지정을 비판하며, 사실상 자진사퇴했다. 2011년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 반발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 46일을 남기고 사퇴했다. 2005년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헌정 이래 경찰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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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