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스포츠 기자들에 뿌려진 검은 메일 정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3:53:05
  • 호수 1252호
  • 댓글 0개

승부예측 잘하면 돈 준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한 회사가 스포츠 기자들에게 수상한 메일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 승부예측만 잘하면 40%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말로 기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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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각종 기관서 인증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으로 적법한 것처럼 현혹하고 있어 청소년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상 속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스포츠 베팅’ ‘스포츠 재테크’라는 검색어만 넣어도 수많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나온다. 이들 사이트는 저마다 ‘10년간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오류 확률 낮췄다’ ‘전문 분석가들이 함께 안전하게 진행한다’는 등의 글로 베팅을 유도한다. 

이처럼 불법 스포츠 도박은 이미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8년 학교 밖 청소년(청소년 지원센터 809명·청소년쉼터 232명·비인가 대안학교 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친구나 선·후배가 있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자가 33.4%나 됐다.

청소년들의 도박 중 불법 스포츠 도박은 재학 청소년 가운데에선 1.2%, 학교 밖 청소년들은 2.9%를 차지했을 정도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 경험자 중 무려 63.0%가 주 1회 이상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기자에게 스포츠 베팅과 관련해 수상한 메일이 온다는 제보를 받았다.

A사는 무작위 스포츠 기자들을 대상으로 ‘안녕하세요, OOO 기자님’이란 제목으로 명함과 함께 스포츠 분석가로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메일을 전송했다. 메일 내용에는 ‘안녕하세요, A사입니다. 제안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어 연락 드렸습니다. 첨부파일 검토해보신 후 명함에 나와 있는 휴대폰 번호로 연락 한 통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명함과 스포츠 분석가 모집 제안서 파일을 첨부했다. 

제안서 파일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분석가의 명예를 가져보세요’라는 이름으로 9장의 PDF로 파일이 첨부됐다. 제안서는 '전국 로또, 토토 판매점에 정보를 제공하는 키오스크 장비 설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는 1월에는 베타 서비스 진행, 온라인 마케팅 및 브랜딩 활성화를, 3월에는 정식 그랜드 오픈 진행, 창고 대기 물량 350대 설치 진행, 4월에는 인프라 구축 및 1만대 설치 진행, 6월에는 온라인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후 통합 토탈 토토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기자들에게 무작위 현혹 메일 보내
경기 분석 제안…오픈 앞두고 호객

분석가 개별 예상 수익을 계산하면, 1대당 2000원의 수익을 벌여들여 500대의 경우 수수료율 40%를 보장, 30일을 하면 월 1200만원에 순위 포상금과 온라인 수익금까지 벌 수 있다고 광고했다.

또 상위권 혜택이 주어져 1위부터 3위까지는 최고의 포상금과 품위 유지비용 및 언론기사 송출까지, 4위부터 9위까지는 정진할 수 있는 활동 보조금이 주어진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포츠 기자는 “메일을 확인해보니 기사 형식으로 글을 써달라는 것이다. 연봉도 엄청 높게 책정돼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했으며 신뢰가 가지 않아 답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키오스크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현재 타사의 경우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키오스크를 비롯해 온라인 사업과 애플리케이션 사업 등 세 가지로 운영할 예정이다. 조만간 광고도 진행하면서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등 복권방과 로또방에 키오스크가 150대가 설치됐다. 오는 3월부터는 500대로 진행해 점차 수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스포츠 기자들에게 우선 모집한 것은 아니다. 타사 분석가 활동을 한 사람들 위주로 우선 선별하려고 했다.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낸 이유는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후 신한은행서 지원을 받을 예정이며 늘어난 키오스크 가격을 다 합치면 40~50억원 정도 예상된다. 화면 3개에 총 9명의 분석가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총 27명의 분석가가 등장하게 된다. 성적이 좋은 분석가들은 상단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클릭 시 한 경기에 한 종류의 게임만 베팅하는 것(이하 단폴)은 800원, 여러 경기를 베팅하는 것(종합)은 2000원을 결제하는데 수수료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분석가들은 최소 하루에 단폴 10경기, 종합 1경기의 스포츠 경기 분석을 해야 한다. 타사 같은 경우 수수료가 10% 미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40%의 수수료를 챙겨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부 예측이 좋지 않으면 회사서 활동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기 때문에 승부 예측 성적보다도 글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0% 수수료

성적 미달에 따른 해고에 대해서는 “아직 마지노선은 정해지지 않았다. 예측 성적이 좋지 않으면 순위가 밀려난다고 보면 된다. 3월부터 정식 오픈이기 때문에 당장 처음에는 수익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단폴 10경기, 종합 1경기씩 분석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을 기대해도 좋다. 한 달 평균 금액도 말씀드리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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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