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금호타이어가 위기였다. 법정관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중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말그대로 ‘시계제로’다. 재계의 관심이 고조될 무렵 타이어뱅크가 숟가락을 얹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타이어뱅크의 진의를 추적했다.
금호타이어가 풍전등화 상황이었다. 중국자본에 넘어가느냐 법정관리를 들어가느냐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중국계 자본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이즈 마케팅?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가 매물로 나왔을 초기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회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지난해 불발되면서 인수꿈이 물거품 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금호타이어의 유동성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매각이냐 법정관리(법원주도 회생절차)냐의 갈림길에 섰다.
이 틈을 타이어뱅크가 비집고 들어왔다. 지난달 27일,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이날 오전 대전상공회의소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조합에 대해선 “생산성 개선에 협조해야 한다”며 “현재의 생산성으로는 2년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타이어뱅크가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빠른 경영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며 “경영 정상화 후에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타이어뱅크에 힘을 실었다.
노조 관계자는 “타이어뱅크서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노조는 타이어뱅크 의사를 환영하며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놓고 재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삼킬만한 자금이 없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6500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한데 타이어뱅크의 유동성은 제한적이다.
2016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현금성자산은 192억원 수준이다. 총 차입금은 342억원, 순차입금은 150억원 수준이다. 총 자산은 3639억원 수준으로 인수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총자산 가운데 자본 총액은 1466억원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매출은 3300억원, 영업이익률은 약 10퍼센트 수준이다.
부족한 재무구조 때문에 시장에선 타이어뱅크의 인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 역시 이 점 때문에 타이어뱅크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남은 기간 중 입증할 만한 자금조달 및 정상화 방안을 가져오면 협상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타이어뱅크는 자금조달능력에 의구심이 있고 중국공장 정상화도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것도 가능성이 낮았다.
타이어뱅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데 현재 김 회장은 명의 위장 등의 수법으로 8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의 선고로 ‘경영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오너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 ‘무슨 의도?’
6500억 필요한데…현금성자산 192억
반면 타이어뱅크 측은 인수 추진에 무리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김 회장은 자금 조달과 관련해선 “2곳의 글로벌 유수 기업의 금호타이어 공동매수 제안이 있었다. 우리가 국내공장을 맡는 조건”이라며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자금조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타이어뱅크를 기업공개(IPO) 해서 자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타이어뱅크는 건실한 기업이므로 채권단에 타이어뱅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타이어뱅크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 자금 동원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가 인수의향서를 산업은행 측에 제출하지 않아 인수 진의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었다.
일각에선 타이어뱅크가 애국심에 호소해 금호타이어를 낮은 인수가에 먹으려는 것 아니었냐는 말이 나왔다. 재무적 투자자 유치에 자신하고 있지만 타이어뱅크가 내세운 것은 애국심 마케팅 외에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각에선 타이어뱅크가 실사를 통해 금호타이어의 내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과거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금호산업 등 M&A 시장에 나섰다가 철회하면서 관련 정보 입수를 위한 행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타이어뱅크가 홍보효과를 노리고 ‘노이즈마케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사실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연일 언론서 타이어뱅크이 사명이 오르내리고 있다.
비판적인 여론에도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노릴 만큼 성장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타이어뱅크로서는 나쁠 것 없는 이슈다.
노조와의 교감설도 나왔다. 노조 측은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도,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도 만족스럽게 여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 가운데 인수 희망자를 내세워 법정관리 행을 막고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동시에 막겠다는 시나리오도 돌았다.
갖은 분석 가운데서도 시장서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못했다. 인수 가능성이 낮은 타이어뱅크의 행보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먹튀 노리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타이어뱅크의 인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결과적으로 언론에 타이어뱅크가 회자되면서 마케팅 효과가 있겠지만 과연 이득이 있는 행보인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