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합의제 폐지 막전막후

사공 바뀌고 점점 더 산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산으로 가고 있다. 최후의 보루인 ‘합의제’마저 폐지돼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안창호 체제가 들어서면서 회의 분위기가 극우화됐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인권 문제를 법리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각하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도 안 하고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사건은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신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막말 논란서 빠지지 않는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회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선택적 의견
개진·권고

인권위가 소위원회의 만장일치 의결 관행을 폐기한 건 지난달 28일이다. 안 위원장은 같은 달 국회 운영위원회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만장일치 관행 폐기가 김 위원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한 판결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40년 가까이 한 법조인의 양심을 걸고 해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김 위원 등은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을 기각할 수 있도록 운영 규칙을 바꾸려 시도했으나 송두환 전 위원장이 ‘사회 각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문제는 지난 7월 법원이 기각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법망을 피하고자 규정을 바꾸려고 시도했는데도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안 받겠느냐”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그날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3명의 찬성이 있을 때만 인용될 수 있고 과반수로 의결되지 않으면 기각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렇게 운영이 되면 미흡하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있기에 2 대 2일 경우에 있어선 소위서 노력해야 한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3명으로 운영하던 소위원회를 4명으로 늘리고 구성위원 1명만 반대하더라도 진정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기각 또는 각하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안건을 전원위서 의결했다. 지금까지 인권위 소위원회는 만장일치가 되면 곧바로 공식 입장이나 권고를 낼 수 있고 1명이라도 반대하면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의하거나 전원위에 넘겨 논의해 왔다.

지금까지 김 위원과 이 위원을 포함해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 등 6명은 ‘소위원회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에 제출하면서까지 관행을 깨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였다.

법제처는 인권위 관행이 깨지는 것에 대해 “유권해석은 가결되지 않으면 부결된다는 식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권위원회법 제13조의 의결을 가진 가결로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성문법 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서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해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 영역 법리만으로 해결 불가한데…
약자 보호해 온 ‘합의제’ 역사 속으로

인권위의 오랜 관례를 깨려는 위원들의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법제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위원회서 진정 사건을 처리할 때 가결이 아니면 부결이라고 보거나, 위원회법 제13조를 권고 결정에 한정해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의결과 가결, 부결의 개념, 법 문언의 형식, 다른 유사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입법례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더 나아가 위원회법의 목적과 취지, 위원회 결정의 효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위원회 설립 이후 지속돼온 의결정족수 규정에 관한 해석과 적용을 위 새로운 주장에 근거해 변경할 수는 없다 ▲소위원회는 위원회법 제13조에 따라 각하, 기각, 권고 등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진정에 관해 의결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의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할 경우, 위원들 간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본래 전원위원회에서의 위임 취지에 따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다.


김 위원의 막말과 비상식적 태도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신장식 의원은 김 위원을 향해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위원은 “답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대답을 들은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쏘아붙였고 박찬대 위원장은 “신중히 답하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국정감사에 앞서 하는 증인선서를 앞두고도 “저는 개별적으로 증인선서를 하겠다”며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증인 선서문을 낭독하고 서명·날인을 하게 돼있을 뿐이지 무슨 합동결혼식처럼 집단 선서를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운영위뿐만 아니라 많은 상임위서 증인들이 함께 선서한다. 국회에 나와서 증언했던 수많은 증인을 모독하는 언사”라고 비판했다.

20년 지킨
관행 폐기

안 위원장은 김 위원의 합동결혼식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저 같으면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 위원 역시 막말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17차 전원위서 이 위원은 이날 상정된 ‘2023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고서 발간의 건’을 심의하는 과정서 보고서에 서술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관련 부분을 언급하다가 “인권위가 민주노총 지원 인권위원회로 활동해 왔고,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된 특정 팀장 이름을 거명하며 “일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송두환 전 위원장이 좋아했다”고 했다고 한다. 또 인권보고서에 적힌 재판 지연으로 인한 인권침해 서술 부분(재판 신속성 도모)에 수정할 대목이 있다며 “집필자가 누구냐”고 특정 직원 두 명의 이름을 댄 뒤 “쪽팔리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은 이날 전원위서 이런 발언에 대해 다른 위원이 항의하자 특정 팀장을 다시 거명하며 “정년퇴직 1년 남은 사람을 과장으로 승진 안 시키는 게 관례인데 굳이 승진시켰다”고 비난 수위를 더 높였고 “객관적 진실이자 공익을 위한 발언”이라고 항변했다.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그런 행태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 힐난임’ ‘전원위서 사무처가 아닌 직원 개인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을 보며 어떻게든 눈에 안 띄는 업무로 도망가야 하나 고민하게 됨’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이 위원은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기도 했다. 정치권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월 이 위원과 관련해 제기된 갑질 사례를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정리했다.

이 위원은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직후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는 과정서 담당 직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줄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직원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막말
끼어들기

피해자의 상급자는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이충상 위원은 ‘피해자가 잘못 말해서 팔 필요가 없던 주식을 팔았다’ ‘피해자가 미리 본인에게 교육 간다고 말하지 않았고 대체 업무 처리자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다’며 화가 많이 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위원은 “(피해자가)여러 가지로 잘못 안내했고, 내 재산공개에 관해 별로 한 게 없다. 담당 과장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감사반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이 위원의 압박에 “왜 업무 때문에 이런 협박을 당해야 하는지, 제가 저지른 미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이를 철회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견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군 스스로의 개선 노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인권위는 육군 12사단 신교대대 운영과 관련해 방문조사를 벌였다. 결과 보고서에는 12사단 신교대대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미실시하거나 상급부대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담겨있다.

인권위는 인권교육과 관련해 “육군 12사단 신교대대는 훈련병 대상의 인권교육을 신병교육훈련 과목인 정신교육시간에 실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도 확인됐다”며 “지정된 인권교관에 의해 신교대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해 인권교육이 실시된 적도 없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또 보고서에서는 “여단 차원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이나 고충 접수를 위한 여하의 관리적 측면의 점검이 있었다고 볼 기록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단 차원서 사전에 충분한 고충 접수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했다면 금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호 체제 후 합리적 의사결정 무력화
이충상, 막말에 직원 갑질 징계도 못 해

그러면서 “육군 12사단 신교대대는 기존에도 훈련병 교육에 있어 불합리한 관행이 잔존했음에도 상급부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방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요 내용 일부를 삭제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육군사관학교 선임 기수 생도들이 파이 데이(3월14일)에 1학년 생도들에게 초코파이 등 파이류 과자를 강제로 과도하게 먹이고 있다는 제3자 진정과 관련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육사 1~4학년 생도를 대상으로 한 개별 및 집단 면담과 전체 생도 10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인권위는 “3월14일 파이 데이 당일 생도 면담 과정서 ‘파이류 과자’를 먹도록 하는 관행과 육사 생도 간 발생한 파이 데이 취식 강요 문화는 과거부터 존재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생도 1·2학년의 경우 선배들의 취식 강요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나아가 취식 강요 외에도 선배 생도의 후배에 대한 부당한 행위나 차별적 관행 등이 있을 개연성도 있다고 봤다.

전체 생도 1067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 89%는 파이 데이 등 취식 강요 문화를 알고 있었다. 특히 응답 내용 중 일부에선 “3월14일 감시가 심할 것이라며 전날 실시했다” “3월10일과 18일 취식 강요를 경험했다” “10분 안에 음료수 없이 최대한 많이 취식해야 했고, 분대별 대결 형태라 과식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서 금지해도 암암리에 진행했고, 강압적 분위기를 형성해서 토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등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군 문제 조사
의견 표명 무

군인권보호국은 이 같은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육사에 파이류 과자 강제취식에 관한 인권침해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정책권고와 의견 표명안을 군인권소위에 올렸다. 하지만 지난 9월24일 열린 군인권소위서 군인권보호관을 맡고 있는 김 위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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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