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사건’ 특별수사팀 미룬 내막

“중앙지검 수사해야”
정치적 부담 고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명태균씨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였다.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명씨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개월 전에 접수된 사건을 뒤늦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데 이어 구속영장 청구도 늦었다는 게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앙지검 차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 창원지검서 주도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한 조치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검찰 간부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이 명태균씨에 대한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부서도 동의하는 검사가 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조치는 차장검사 파견에 그쳤다.

질질 끌다
왜 창원서?

명씨 논란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다. 대검찰청은 이달 초 창원지검 ‘명태균 의혹’ 수사팀에 이지형(사법연수원 33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인훈(37기) 울산지검 형사5부장검사, 평검사 2명 등 검사 4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기존 형사4부 검사 5명에 1차 파견 2명을 더하면 수사팀은 총 11명 규모로 꾸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선거·공안 사건에 밝고 대형 수사에 능통한 검사들이 파견돼 사실상 특별수사팀 진용을 제대로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장 역할로 검사를 지휘할 이 차장검사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사건을 수사했다. 2019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았다.


인 부장검사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와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연달아 수사하고 국가정보원 파견까지 거친 공안통이다. 지난달 17일 창원지검에 파견된 평검사 2명은 이예람 특검팀 파견 경험이 있는 대검 공안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서 공안 사건을 수사헸다.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팀을 보강했지만, ‘늑장’ ‘뒷북’ 수사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창원지검은 해당 사건을 지난해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서 접수한 뒤 9개월 동안이나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 여기에 지난 두 달 사이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와 관련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나 두 곳 모두 이미 짐을 옮겨 허탕을 치고, 압수한 명씨 휴대전화도 9시간 만에 돌려준 것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됐었다.

야권을 중심으로 늑장 수사 비판이 거세게 일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지방청 차장검사 이례적 파견 ‘특수팀 전용’
중앙 주도 시 정치적 이목·부담감 배로 상승

서울중앙지검이 명씨 관련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공공수사2부에 배당한 것도 이번 파견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씨를 둘러싼 논란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서 의혹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창원지검 사건을 우선 처리하려는 검찰 지휘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늑장 수사 비판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옮겨야 한다는 거센 주장에 수사 신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면 돌파 측면도 강한 분위기다.


명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주요 인물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정권 핵심으로 번질 수 있을지 여부다. 수사팀은 명씨와 주변인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의원 등 관련자 진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종합해 명씨를 상대로 제기된 정치자금법 혐의 외에 공천 개입 의혹 등 여러 갈래의 의문점을 추궁했다.

명씨는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재보선서 당선된 후 2022년 8월~2023년 12월 약 9000만원을 명씨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이 공천 대가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과정서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그 비용 3억7000만원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재보선 공천 발표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창원지검에 차장검사가 파견된 건 분명 이례적이다. 검찰 지휘부의 강한 수사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서울중앙지검서 사건을 주도하지 않기로 정한 것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논란 일자
늑장 수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이 커진 상황서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굳이 파견이 아닌 중앙지검 차원서 특별수사팀을 꾸려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내부서도 명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서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중앙지검서 수사를 지휘했다면 김 여사를 봐줬다는 오명까지 벗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하면서도 수사는 강하게 해야 하는 만큼 창원지검에 차장검사를 파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한 검사도 “공공수사2부서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만큼 창원지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자는 의견이 있었다. 검찰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서 창원지검이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회사 망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창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따로 수사를 맡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중앙서 수사하는 것도 못 믿겠다고 하면서 자꾸 사건을 보내라고 하는 건 무슨 이유인가”라며 “창원지검서 인력을 보강해 충분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우정 검찰총장도 “창원지검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 필요하면 수사 인력을 보강하겠다”면서 “창원에 주요 참고인들과 관련 증거들이 있고 창원서 오랫동안 수사해 왔으며 창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력 등을 지원하면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부글부글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중앙지검보다 창원지검의 수사가 빠르다. 자료를 받아와 중앙지검서 수사하면 그만큼 수사가 더 늦어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엄밀히 말하면 중앙지검에 접수된 사건은 시민단체고 창원지검은 선관위 사안으로 같은 사건이라고 보기 힘들다. 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할지 말지 등을 검토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윗선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게 예고편이었다는 관측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직 검사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차라리 특검으로 논란을 해소하는 게 더 빠르다’는 분위기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서 모든 부담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 특히 윗선 수사를 기대하지 않는 평검사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우선 창원지검 수사팀은 명씨 측에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1억2000만원을 건넸다는 영남지역 선거 출마 희망자 이모씨 진술을 확보했다. 명씨는 지난 9일 검찰 조사 직후 취재진에게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내가 힘이 있으면 군수든 시의원이든 다 앉혔지, 못 앉혔지 않냐”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1일 명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한 혐의는 제외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 공천 등을 언급하며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조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원지검 수사팀은 명씨의 구속영장에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도와주고 25차례에 걸쳐 9760여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으로부터 공천 약속 등을 암시하며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2억4000만원을 조달한 혐의 등을 적시했다.

수사팀은 윤 대통령이 연루된 대선 여론조사 제공 의혹과, 창원 산단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고 범죄 성립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에 500만원 전달? 대가성 인정되면 뇌물
내부선 “어차피 수사 불가…차라리 특검”

수사팀은 특히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에게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사진을 확보했다. 봉투에는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 관련 업체 ‘코바나컨텐츠’ 회사명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도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은 점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도 검찰 조사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현금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한 만큼, 구체적인 수령 시점과 대가성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할 전망이다. 지난 대선 과정서 명씨가 81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와 연관성이 있는지, 김 여사를 통해 명씨에게 돈이 전달된 것을 윤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의원 등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쳤고 명씨의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해 분석하며 범죄 사실을 정리 중”이라며 “강씨가 제출한 수천개의 녹음파일에 대해선 녹취 내용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불법 여론조사 및 국민의힘 경선 개입과 관련한 사건은 중앙지검서 다루고 있어 이송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김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 수사 대상을 줄이고 제3자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아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김 여사 특검 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 등 대국민 여론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원내외 압박을 통해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반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단일대오를 유지 중인 국민의힘은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수사 대상을 당초 13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씨 등 총선·공천 개입 의혹 등만으로 대폭 축소하는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검 추천 방식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주장하던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추천 방식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 방식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추천하면 야당이 특검 후보를 고르되, 적정한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야당이 거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검 관철을 위해 나름의 협상안을 제시한 셈이다.

수뇌부는
신중 모드

국민의힘 한 대표는 민주당 수정안에 대해 “특별히 제가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할 경우, 즉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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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