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민주당 돈봉투 사건 현주소

1년6개월 수사 마무리 수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 1년6개월 만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배포용 돈봉투를 수수한 무소속 윤관석 전 의원이 대법원서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의원들의 조사 불응으로 기소하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은 강제구인이나 조사 없이 기소해 사건을 마무리 지을지 고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사건(이하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검찰은 수사 초기 사건에 연루된 의원이 30명이 넘을 것이라며 설레발쳤지만, 아직까지 전·현직 의원 5명만 기소한 상황이다. 기소한 의원에 대한 징역형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나머지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끝마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영길 중심
6000만원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년6개월간의 수사 끝에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결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전 의원이 유죄를 확정받아 기세를 살리려는 듯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정당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윤 전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에게 전달했다. 박씨는 2021년 4월27∼28일 각 300만원이 든 봉투 20개를 윤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의원은 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해 돈봉투를 마련했을 뿐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공 액수를 정하는 등 충분한 재량을 행사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1심과 2심, 대법원서 징역형이 나오게 된 핵심적인 증거는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은 윤 전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버렸는데 (봉투가)모자란다” “(돈봉투)안 주려고 했는데 거기서 3개 뺏겼다” 등의 말을 담고 있다.

윤관석 실형 후 속도 붙어
1차 수수자는 수사도 아직

법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유죄가 나올 것을 자신하는 분위기인지 관련 재판서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 대표의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서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열린 이성만 전 의원의 항소심서도 검찰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6개월을 구형했다.


돈봉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의원,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윤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임 전 의원에게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에게는 각각 3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유일한 현직 의원인 허 의원에게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마찬가지로 추징금 300만원을 명령했다.

당초 검찰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만 20명이 넘는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 박영순·이용빈·윤재갑 의원을 돈봉투 수수 의심 인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중 재판에 넘어간 사람은 단 4명뿐이다. 

검찰은 기소된 의원들 외에도 13명의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적 있는 인물을 재판서 갑자기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거론된 의원은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전용기·한준호·황운하 등이다.

미적지근
의원 조사

당시 실명이 거론된 의원 중 5명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2명은 지지 모임에 참석했지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10명은 모임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돈봉투 수수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4명의 의원은 모임 자체에 참석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의 혐의 부인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지지모임의 참석 명단이 발표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지난해 4월에 시작된 관련 수사는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11월 중순 전후로 소환 일자를 특정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장의 해외순방에 동행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날짜에 불출석하거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검찰로부터 6~7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22대 총선과 10월 보궐선거,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 등 각종 의정활동을 이유로 들며 줄곧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를 ‘최후통첩’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의원이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앞선 9~10월에도 이미 일부 의원은 출석 의사를 피력했다가 출석 직전에 불출석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의원들이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없으면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2차 수수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의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진술 신빙성
의문만 키워

이미 돈봉투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유죄가 선고된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의 경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뚜렷한 증거가 담긴 사례였다. 나머지 1차 수수 혐의자들도 수령 장소와 시각이 오전 8시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로 어느 정도 특정돼있다.

반면 ‘2차 살포’ 혐의는 윤 전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라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더욱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끝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조사 없이 기소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출석 요구서에 의원들이 불응했을 때 조치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가정적으로 안 나온다는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소환에 끝까지 불응했을 때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의원들이 끝까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직 의원은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어 국회 동의를 얻어야 체포가 가능하다. 비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난 후 강제구인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하고,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등 검찰을 옥죄는 상황서 검찰이 야당 의원 다수를 상대로 강제구인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년여간 수사에 불응해 왔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검찰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제구인·조사 없는 기소 고민”
“알맹이 없는 줄 선고 나올 수도”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연루돼있는 만큼 (소환조사에 불응하겠다는)암묵적 단합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고, 국가 기관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태 소환에 불응하던 이들이 조사에 응한다고 해도 그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윤 전 의원이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돼 증거가 인정이 됐지만 오히려 의원들의 진술로 사실관계가 흐려지면 재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결국 출석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면 실질적 효과는 없다”며 “이미 결정적인 증거와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의원들에게 휘둘리며 수사가 미진하게 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해당 의원들은 ‘시간끌기 전략’에 들어간 것”이라며 “검찰은 하루 빨리 기소하고 사건을 병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사건 선고에 사용된 주요한 증거가 다른 재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재판부의 재량인 것을 감안하면 특히나 2차 수수자에 대해서는 선고 양상이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돈봉투 사건 수사 초기 수사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들은 ‘조작된 증거’ ‘진술거부’ 등을 일삼았다”며 “수사 대응 방식을 ‘사법 저해’로 잡은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아왔는데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검찰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돈봉투 수수 의원들을 모두 재판에 넘기지 못한 상황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정점인 송 대표 등에 대한 선고가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석 불응
부실 판결?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혐의 수수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일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나오게 되는 것인데 혐의 의원들의 계속된 출석 불응으로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되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나온다면 검찰이 2심서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수사 등을 거쳐 향후 공소장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알맹이가 상당히 많이 빠진 채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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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