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법지대’ 건국대 동물병원 속사정

병원장이 개인병원처럼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학교는 지난 10년간 안팎으로 몰아친 풍파에 휘청거렸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오랜 기간 쌓인 폐단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이 적폐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의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병원장이 명확한 근거 없이 임의로 진료비 할인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국 10개 대학 부속 동물병원 중 사립대는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유일하다. 1958년 개원 이래 실력이나 평판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대외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랬던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이하 건국대 동물병원)이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먼저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의 대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병원장 김휘율 수의외과학 교수의 업무상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유일 사립 부속
이미지 추락 중

김 교수는 2016년 2월 건국대 동물병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신호철 수의약리학과 교수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자신의 해임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김휘율 체제 1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서 음주 후 동료 교수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와인 잔을 깨뜨려 그 파편을 휘두르는 등 수위도 높았다. 사건 이후 그는 자진 사퇴했다. 학교에서 김 교수에게 부과한 징계는 ‘견책’에 불과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김 교수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교학부총장이던 민상기 총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 임용은 어떤 절차 없이 총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동물병원 운영규정에 따르면 ‘원장은 총장의 명을 받아 소속 교직원을 지휘 감독한다’고만 돼있다. 병원장을 임명하는 절차나 심지어 임기에 대한 언급도 없다.

김 원장 사퇴 이후 2016년 4월 ‘동물병원 정상화를 위한 향후 운영계획(안)’이 나왔다. 동물병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차기 동물병원장을 비임상 분야 수의대 교수나 경영 및 행정을 전공한 타 단과대학 교수 가운데 선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후임은 비임상 분야의 한진수 실험동물의학과 교수가 맡았다.

특별지시로 기준 없는 할인 ‘펑펑’
수술 내역 바꿔 진료비 축소 의혹

그러나 지난해 8월17일 돌연 임상 분야의 김 교수가 다시 병원장에 임명됐다. 한 전 원장의 임기가 6개월여 남아 있었고, 매출이 늘어나는 등 병원 상황이 정상 궤도에 오르던 시점이었다. 김 교수의 임명에 다수의 수의과대 교수, 수의과대 총동문회, 임상동문회는 즉각 반발했다.

수의과대 임상교수들은 ▲병원 운영상의 문제 ▲병원 규정 무시 ▲내부 구성원과의 불화 ▲병원장으로서 품위 상실 및 병원 이미지 실추 등 ‘김 원장의 부적절한 병원 운영에 관한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민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학교는 답변 대신 수의과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최근 4년간의 출입국 기록을 제출하라”는 감사 지시를 내렸다.


학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이 ‘김휘율 체제 2기’는 공고해졌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교수는 병원장 부임 후 정당한 채용 절차 없이 계약직 수의사를 고용했다. 김 교수가 특채로 뽑은 아르바이트 수의사 가운데 한 명은 채용 후 수개월간 근무하지 않고 있지만 급여는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에게 기준 없이 진료비 할인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원장 임명 반대에
학교 감사로 화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건국대 동물병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26일 밤비라는 이름의 치와와가 진도견에 물렸다. 밤비의 치료는 9월21일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 8월28일 1차, 9월1일에 2차 수술이 진행됐다. 

문제는 진료에 대한 청구 가격이다. 밤비의 수술을 담당했던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 이모 선생은 모든 진료 내역에 40% 할인율을 적용했다.

건국대 동물병원은 학교 직원이나 학생 또는 직계 가족에 진료비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졸업생을 제외한 건국대 학생과 대학원생은 20%, 교수나 직원·수의과대 대학생과 대학원생·수의과대 교수의 직계가족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최고 할인율은 40%로 수의과대 교수만 해당된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결과 밤비의 보호자 이모씨는 수의과대 교수가 아니었다. 의문은 ‘고객메모’를 통해 풀렸다. 
 

고객메모는 담당 진료 수의사가 환자의 보호자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밤비의 보호자, 즉 이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이○○(리빙디자인학과 교수) 소유견이 가해견. 피해견인 밤비 김휘율 교수님 특별지시로 40% 할인(2017/9/11)’이라고 적혀 있다.

이○○ 교수는 예술디자인대학 리빙디자인학과 소속이라 최대 할인율이 30%다. 게다가 진료를 받은 밤비는 이 교수의 개가 아니라 그의 개에 물린 피해견이다. 다시 말해 건국대 소속 교수의 개에게 물린 다른 개를 치료하는 과정서 40% 할인율을 적용한 셈이다. 제대로 따지면 밤비의 보호자인 이씨는 감면혜택 대상자가 아니다.

밤비를 진료한 이모 선생은 “교수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며 “원무과에도 이미 얘기가 다 돼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짧게 답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동물병원 내규에 병원장이 인정하는 특별한 경우 50%까지 할인해줄 수 있도록 돼있다”고 해명했다.

복수의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진료비 감면혜택 안내’에 따르면 50%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생활보호대상자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호철 교수나 한진수 교수 등 전임 원장들은 특별 할인이 필요한 경우 간부회의 같은 협의체를 소집해 모두의 동의를 얻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7월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7일 진도견 뚱이는 유선종양 주증과 구강종괴로 병원을 찾았다. 뚱이 보호자 허모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김휘율 교수님 지시 50% 할인→할인취소(2017/8/9)’라고 기재돼있다. 

실제 뚱이의 청구 내역서를 보면 50% 할인가로 적혀 있다. 원래 9만원인 초음파 검사를 4만5000원, 11만원짜리 구강종괴 생검을 5만5000원만 받은 식이다.

건국대 전 이사이자 S학교 김모 이사장도 김 교수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건국대 대학병원 VIP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간호사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해당 사실이 이슈화될 기미를 보이자 김 이사장은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건국대 이사 자리서 물러났다.

최근 김 이사장의 개 로띠와 미미가 고객명 ‘S학교 SIS’ ‘S학교’라는 이름으로 건국대 동물병원에 드나든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이사장은 2015년 <뉴스1>과의 인터뷰서 2005년 7월 유실견이었던 검은색 시바견 로띠를 만났다고 말한 바 있다. 

미미는 로띠의 새끼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2015년 3월31일부터 2017년 3월3일까지 로띠와 미미는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업무상 배임 의혹
김영란법 위반도?

당시 원장 신분이 아니었던 김 교수는 김 이사장과 관련된 진료를 도맡았다. 이 과정서 김 이사장이 돈을 내지 않거나 건국대 동물병원서 아예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은 사례가 10건 넘게 발견됐다. 김 교수의 근거 없는 진료비 할인이 병원장 부임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2014년 5월부터 현재까지 진료비 미납 장부를 확인해 본 결과 ‘K이사장' ‘S학교’라는 이름은 없다”고 답했다. S학교 관계자는 “미결제 건에 대해 지난달 7일 완납했다”고 해명했다.

조석영 법무법인 율석의 노동변호사는 “김 교수의 행위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 교수가 특혜를 준 사람 가운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있다면 그 역시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건국대 동물병원에 청구기준이 없는 수술 후 임의로 가격을 싸게 청구 ▲할인 사유가 없는데도 50% 할인 적용 ▲수의사마다 다르게 적용된 할인율 등 지난 두 달 동안에만 10여건의 사례가 발견됐다. 

지난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파악된 것만 35건에 이른다. 수의사법 제32조에는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였을 때’ 1년 이내의 면허 정지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집도한 수술과 청구서에 기록된 수술 종류가 다른 사례도 있다. 

미니어처 핀셔 종의 요다는 지난해 7월30일 보호자가 안고 있다가 떨어뜨려 부상을 입었다. 앞발 발바닥뼈 5개 중 4개가 골절된 요다는 다음날인 31일 건국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8월1일 수술 진행과정은 차트에 자세히 기록돼있는데 반해 청구서에는 골절 관련 내역 없이 피부봉합으로만 적혀 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발바닥뼈 골절 수술의 경우, 소형견은 개당 77만원으로 청구한다”며 “요다는 피부봉합으로 처리해 33만원을 청구했고, 그나마도 할인해 23만1000원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요다의 보호자인 홍모씨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소속 조교수로 30% 할인 대상자다. 설명대로면 홍씨는 진료비 감면혜택 외에도 별다른 기준 없이 추가 할인을 받은 셈이다.

건대 전 이사도 특혜 받았나?
업무상 배임 혐의 가능성 높아

적용 할인율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다. 포메라니안 종의 뚱이는 스스로 꼬리를 무는 습관으로 꼬리에 괴사가 일어나 지난해 8월9일 건국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8월16일 지역병원에서 드레싱을 하던 중 낙상해 요골(앞다리)골절로 건국대 동물병원에 응급 내원, 수술을 진행했다. 

뚱이의 보호자 고모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김휘율 교수님 친척 30% 할인(2017/8/23)’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21일 이후부터는 20%로 할인율이 감소했다. 불과 한 달 새 적용 할인율이 변한 것이다. 또한 뚱이의 경우도 진료비가 석연찮게 축소된 흔적이 발견됐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뚱이는 절개하고 임플랜트를 넣는 ‘Open Reduction’을 했음에도 외부서 뼈를 맞춰 부목만 대주는 ‘Closed Reduction’으로 처리해 꼼수를 부렸다”며 “원칙대로면 121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22만원만 청구한 것도 모자라 할인까지 해줬다”고 분석했다.

수의사법 제13조를 위반하는 차트 미작성 사례도 발견됐다. 총장실서 비서로 근무 중인 방모씨의 개 아미(말티푸, 말티즈+푸들)는 지난달 1일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문제는 아미의 병원 방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미가 앓고 있는 질환이나 이에 대한 진료 과정이 차트에 전혀 기재돼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사법 제13조에 따르면 수의사는 진료부나 검안부를 갖춰 두고 진료하거나 검안한 사항을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제41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아미도 청구서에 문제가 나타났다.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입원 환자에 적용되는 혈액검사 가격으로 청구한 흔적이 발견된 것. 

건국대 동물병원은 항목별로 일반 환자와 입원 환자 간 가격 차등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입원 환자의 경우 50%가량 저렴하다. 아미의 보호자인 방모씨는 총장실서 일하기 때문에 30%의 할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혈액검사 가격 부분서 추가 혜택을 받은 셈이다.

약자 배려 없어
오로지 자기이익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할인과 청구 비리를 남발하면서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회 소외계층이나 유기견에 대한 할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모두 자기 이익과 연관돼있는 사람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일로 김 교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비용을 마구잡이로 받으면서 대학원생들의 급여는 아까워하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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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