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법지대’ 건국대 동물병원 속사정

병원장이 개인병원처럼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학교는 지난 10년간 안팎으로 몰아친 풍파에 휘청거렸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오랜 기간 쌓인 폐단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이 적폐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의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병원장이 명확한 근거 없이 임의로 진료비 할인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국 10개 대학 부속 동물병원 중 사립대는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유일하다. 1958년 개원 이래 실력이나 평판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대외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랬던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이하 건국대 동물병원)이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먼저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의 대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병원장 김휘율 수의외과학 교수의 업무상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유일 사립 부속
이미지 추락 중

김 교수는 2016년 2월 건국대 동물병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신호철 수의약리학과 교수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자신의 해임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김휘율 체제 1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서 음주 후 동료 교수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와인 잔을 깨뜨려 그 파편을 휘두르는 등 수위도 높았다. 사건 이후 그는 자진 사퇴했다. 학교에서 김 교수에게 부과한 징계는 ‘견책’에 불과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김 교수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교학부총장이던 민상기 총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 임용은 어떤 절차 없이 총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동물병원 운영규정에 따르면 ‘원장은 총장의 명을 받아 소속 교직원을 지휘 감독한다’고만 돼있다. 병원장을 임명하는 절차나 심지어 임기에 대한 언급도 없다.

김 원장 사퇴 이후 2016년 4월 ‘동물병원 정상화를 위한 향후 운영계획(안)’이 나왔다. 동물병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차기 동물병원장을 비임상 분야 수의대 교수나 경영 및 행정을 전공한 타 단과대학 교수 가운데 선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후임은 비임상 분야의 한진수 실험동물의학과 교수가 맡았다.

특별지시로 기준 없는 할인 ‘펑펑’
수술 내역 바꿔 진료비 축소 의혹

그러나 지난해 8월17일 돌연 임상 분야의 김 교수가 다시 병원장에 임명됐다. 한 전 원장의 임기가 6개월여 남아 있었고, 매출이 늘어나는 등 병원 상황이 정상 궤도에 오르던 시점이었다. 김 교수의 임명에 다수의 수의과대 교수, 수의과대 총동문회, 임상동문회는 즉각 반발했다.

수의과대 임상교수들은 ▲병원 운영상의 문제 ▲병원 규정 무시 ▲내부 구성원과의 불화 ▲병원장으로서 품위 상실 및 병원 이미지 실추 등 ‘김 원장의 부적절한 병원 운영에 관한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민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학교는 답변 대신 수의과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최근 4년간의 출입국 기록을 제출하라”는 감사 지시를 내렸다.


학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이 ‘김휘율 체제 2기’는 공고해졌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교수는 병원장 부임 후 정당한 채용 절차 없이 계약직 수의사를 고용했다. 김 교수가 특채로 뽑은 아르바이트 수의사 가운데 한 명은 채용 후 수개월간 근무하지 않고 있지만 급여는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에게 기준 없이 진료비 할인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원장 임명 반대에
학교 감사로 화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건국대 동물병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26일 밤비라는 이름의 치와와가 진도견에 물렸다. 밤비의 치료는 9월21일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 8월28일 1차, 9월1일에 2차 수술이 진행됐다. 

문제는 진료에 대한 청구 가격이다. 밤비의 수술을 담당했던 대학원생 진료 수의사 이모 선생은 모든 진료 내역에 40% 할인율을 적용했다.

건국대 동물병원은 학교 직원이나 학생 또는 직계 가족에 진료비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졸업생을 제외한 건국대 학생과 대학원생은 20%, 교수나 직원·수의과대 대학생과 대학원생·수의과대 교수의 직계가족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최고 할인율은 40%로 수의과대 교수만 해당된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결과 밤비의 보호자 이모씨는 수의과대 교수가 아니었다. 의문은 ‘고객메모’를 통해 풀렸다. 
 

고객메모는 담당 진료 수의사가 환자의 보호자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밤비의 보호자, 즉 이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이○○(리빙디자인학과 교수) 소유견이 가해견. 피해견인 밤비 김휘율 교수님 특별지시로 40% 할인(2017/9/11)’이라고 적혀 있다.

이○○ 교수는 예술디자인대학 리빙디자인학과 소속이라 최대 할인율이 30%다. 게다가 진료를 받은 밤비는 이 교수의 개가 아니라 그의 개에 물린 피해견이다. 다시 말해 건국대 소속 교수의 개에게 물린 다른 개를 치료하는 과정서 40% 할인율을 적용한 셈이다. 제대로 따지면 밤비의 보호자인 이씨는 감면혜택 대상자가 아니다.

밤비를 진료한 이모 선생은 “교수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며 “원무과에도 이미 얘기가 다 돼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짧게 답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동물병원 내규에 병원장이 인정하는 특별한 경우 50%까지 할인해줄 수 있도록 돼있다”고 해명했다.

복수의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진료비 감면혜택 안내’에 따르면 50%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생활보호대상자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호철 교수나 한진수 교수 등 전임 원장들은 특별 할인이 필요한 경우 간부회의 같은 협의체를 소집해 모두의 동의를 얻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7월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7일 진도견 뚱이는 유선종양 주증과 구강종괴로 병원을 찾았다. 뚱이 보호자 허모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김휘율 교수님 지시 50% 할인→할인취소(2017/8/9)’라고 기재돼있다. 

실제 뚱이의 청구 내역서를 보면 50% 할인가로 적혀 있다. 원래 9만원인 초음파 검사를 4만5000원, 11만원짜리 구강종괴 생검을 5만5000원만 받은 식이다.

건국대 전 이사이자 S학교 김모 이사장도 김 교수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건국대 대학병원 VIP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간호사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해당 사실이 이슈화될 기미를 보이자 김 이사장은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건국대 이사 자리서 물러났다.

최근 김 이사장의 개 로띠와 미미가 고객명 ‘S학교 SIS’ ‘S학교’라는 이름으로 건국대 동물병원에 드나든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이사장은 2015년 <뉴스1>과의 인터뷰서 2005년 7월 유실견이었던 검은색 시바견 로띠를 만났다고 말한 바 있다. 

미미는 로띠의 새끼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2015년 3월31일부터 2017년 3월3일까지 로띠와 미미는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업무상 배임 의혹
김영란법 위반도?

당시 원장 신분이 아니었던 김 교수는 김 이사장과 관련된 진료를 도맡았다. 이 과정서 김 이사장이 돈을 내지 않거나 건국대 동물병원서 아예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은 사례가 10건 넘게 발견됐다. 김 교수의 근거 없는 진료비 할인이 병원장 부임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2014년 5월부터 현재까지 진료비 미납 장부를 확인해 본 결과 ‘K이사장' ‘S학교’라는 이름은 없다”고 답했다. S학교 관계자는 “미결제 건에 대해 지난달 7일 완납했다”고 해명했다.

조석영 법무법인 율석의 노동변호사는 “김 교수의 행위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 교수가 특혜를 준 사람 가운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있다면 그 역시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건국대 동물병원에 청구기준이 없는 수술 후 임의로 가격을 싸게 청구 ▲할인 사유가 없는데도 50% 할인 적용 ▲수의사마다 다르게 적용된 할인율 등 지난 두 달 동안에만 10여건의 사례가 발견됐다. 

지난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파악된 것만 35건에 이른다. 수의사법 제32조에는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였을 때’ 1년 이내의 면허 정지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집도한 수술과 청구서에 기록된 수술 종류가 다른 사례도 있다. 

미니어처 핀셔 종의 요다는 지난해 7월30일 보호자가 안고 있다가 떨어뜨려 부상을 입었다. 앞발 발바닥뼈 5개 중 4개가 골절된 요다는 다음날인 31일 건국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8월1일 수술 진행과정은 차트에 자세히 기록돼있는데 반해 청구서에는 골절 관련 내역 없이 피부봉합으로만 적혀 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발바닥뼈 골절 수술의 경우, 소형견은 개당 77만원으로 청구한다”며 “요다는 피부봉합으로 처리해 33만원을 청구했고, 그나마도 할인해 23만1000원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요다의 보호자인 홍모씨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소속 조교수로 30% 할인 대상자다. 설명대로면 홍씨는 진료비 감면혜택 외에도 별다른 기준 없이 추가 할인을 받은 셈이다.

건대 전 이사도 특혜 받았나?
업무상 배임 혐의 가능성 높아

적용 할인율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다. 포메라니안 종의 뚱이는 스스로 꼬리를 무는 습관으로 꼬리에 괴사가 일어나 지난해 8월9일 건국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8월16일 지역병원에서 드레싱을 하던 중 낙상해 요골(앞다리)골절로 건국대 동물병원에 응급 내원, 수술을 진행했다. 

뚱이의 보호자 고모씨에 대한 고객메모에는 ‘김휘율 교수님 친척 30% 할인(2017/8/23)’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21일 이후부터는 20%로 할인율이 감소했다. 불과 한 달 새 적용 할인율이 변한 것이다. 또한 뚱이의 경우도 진료비가 석연찮게 축소된 흔적이 발견됐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뚱이는 절개하고 임플랜트를 넣는 ‘Open Reduction’을 했음에도 외부서 뼈를 맞춰 부목만 대주는 ‘Closed Reduction’으로 처리해 꼼수를 부렸다”며 “원칙대로면 121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22만원만 청구한 것도 모자라 할인까지 해줬다”고 분석했다.

수의사법 제13조를 위반하는 차트 미작성 사례도 발견됐다. 총장실서 비서로 근무 중인 방모씨의 개 아미(말티푸, 말티즈+푸들)는 지난달 1일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문제는 아미의 병원 방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미가 앓고 있는 질환이나 이에 대한 진료 과정이 차트에 전혀 기재돼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사법 제13조에 따르면 수의사는 진료부나 검안부를 갖춰 두고 진료하거나 검안한 사항을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제41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아미도 청구서에 문제가 나타났다.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입원 환자에 적용되는 혈액검사 가격으로 청구한 흔적이 발견된 것. 

건국대 동물병원은 항목별로 일반 환자와 입원 환자 간 가격 차등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입원 환자의 경우 50%가량 저렴하다. 아미의 보호자인 방모씨는 총장실서 일하기 때문에 30%의 할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혈액검사 가격 부분서 추가 혜택을 받은 셈이다.

약자 배려 없어
오로지 자기이익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할인과 청구 비리를 남발하면서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회 소외계층이나 유기견에 대한 할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모두 자기 이익과 연관돼있는 사람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일로 김 교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비용을 마구잡이로 받으면서 대학원생들의 급여는 아까워하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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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