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 정부서 프랜차이즈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의 심각성이 위험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일성도 이 같은 맥락서 나왔다. <일요시사>서 프랜차이즈의 황제경영 실태를 점검했다.
프랜차이즈의 적폐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1987년 롯데리아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프랜차이즈 개념이 생겼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프랜차이즈의 갑질이 만성화됐다.
중견기업 수준
그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유통 마진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오너 일가 친족 회사나 지인 등의 회사를 통해서 필수 물품을 비싸게 납품받은 뒤 가맹점주에게 마진을 남기고 유통하는 이른바 ‘통행세’를 걷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미스터피자의 MP그룹은 오너 일가의 친족회사를 통해 필수품목인 치즈를 납품받아 가맹점주들에게 유통해 매년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 프랜차이즈 전반에 대한 유통마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항목별 마진율 공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교촌치킨의 교촌에프앤비 역시 가맹점주에 대한 강매 개연성이 있다. 실제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14년 가맹점주들에게 특정 해충방제업체와 거래를 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시정명령을 받아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교촌치킨 역시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의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점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교촌치킨은 1991년 3월 경북 구미1호점서 시작됐다. 1999년 교촌에프앤비 주식회사로 법인 전환했으며, 교촌치킨, 담김쌈 등의 치킨프랜차이즈 유통업 및 외식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내부거래로 매출성장 했으나
당기순손실로 완전 자본잠식
교촌치킨의 가맹점 수는 지난해 기준 1107개로 전국 5위 규모의 대형 치킨프랜차이즈다. 매출액도 중견기업 수준이다.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3000억원에 육박해 어엿한 중견기업 규모.
성장성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개년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150억원, 2015년 151억원, 지난해 176억원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이 확대되고 있다.
지배구조를 보면 교촌에프앤비의 모든 지분은 권원강 회장이 쥐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계림물산, 케이앤피푸드, 에스알푸드, 수현에프앤비 등을 관계기업으로 두고 있다. 비에이치엔바이오(주)오산, 비에이치엔바이오(주)경산 등은 관계기업 및 특수관계자다.
이들 관계기업 및 특수관계자는 수현에프엔비를 제외하고 교촌에프앤비가 100% 지분을 출자해 운영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들 특수관계자에 총 517억원의 일감을 몰아줬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법인은 계림물산이다. 지난해 기준 총 300억원의 매출 가운데 217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어 케이앤피푸드가 109억원 매출 가운데 97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외 수현에프앤비(1억7000만원), 비에이치엔바이오(주)오산(43억원), 비에이치엔바이오(주)경산(16억원) 등도 적잖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내부거래가 가장 많은 계림물산의 경우 1997년에 창립했다. 축산물, 축산가공품을 저장, 가공, 제조, 수송, 판매하는 것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계림물산은 오너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2009년 10월2일 권 회장이 취임해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부인 박경숙씨 역시 2009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뒤 지난 4월까지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박 씨의 빈자리는 권 회장의 장녀 권유진씨가 채웠다. 박씨가 퇴임하던 날 권씨가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현재 권 회장 부녀가 계림물산을 이끌고 있다.
왕회장이 신설 법인 대표
사모님은 다른 법인 대표
소스업체 수현에프앤비도 권 회장과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수현에프앤비는 지난 2012년 세워졌다. 여기에는 권 회장이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친인척인 권순철씨는 2012년 한때 사내이사로 활동기도 했으나 그해 10월 사임했다.
소스생산 업체 에스알푸드 역시 오너 일가의 손에 운영되고 있었다. 박씨는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권순철씨 역시 사내이사로서 회사의 안팎을 챙기고 있다.
채소절임 제조업체 케이앤피푸드 역시 오너 일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회사다. 2012년 4월 창립한 뒤 지금까지 권 회장 부녀가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경영 성적표는 어떨까.
현재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계림물산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1억8000만원에 그쳤으며, 케이앤피푸드는 12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수현에프엔비는 3억5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에스알푸드는 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2013년 이후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오너 일가는 따로 법인을 세워 사업을 진행했지만 쓴맛을 봤다. 이는 2013년 교촌비앤에프에 흡수합병된 교촌푸드라인 얘기다. 교촌푸드라인은 2011년 하반기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됐다.
사내이사는 권 회장 친인척인 권원도씨와 유진씨가 맡으면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 15억원이 발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2013년 교촌에프앤비과 흡수합병했지만 60억원이 훌쩍 넘는 부채를 떠안아야 했다.
가족이 장악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촌치킨의 경우 꾸준히 성장한 치킨 프랜차이즈”라면서도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법인을 세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