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엘시티 이영복 부자 국유지 거래 의혹

나랏땅 사고팔아 한 밑천 만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각종 특혜 의혹으로 얼룩진 엘시티 관련 사업. 그 중심에는 엘시티 사업 시행사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 있다. 그는 전방위적인 정관계 로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요시사>는 이 회장 아들의 회사 맥서러씨가 나랏땅을 매입하는 과정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했다. 유독 나랏땅과 인연이 많은 이영복·이창환 부자다.
 

엘시티는 부산광역시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각종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리백화점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의혹은 엘시티 사업 시행을 맡은 청안건설에서 제기됐다. 이 회사의 회장은 이영복 회장. 이 회장은 나랏땅 위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관계 로비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로비의혹 아버지
조용한 아들회사

이 같은 상황서 이 회장의 아들 이창환 전 대표의 회사 맥서러씨에서도 수상한 자금의 흐름이 발견됐다. 이 전 대표는 맥서러씨의 지분 75%를 가지고 있다. 맥서러씨는 부산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센텀시티의 아파트형공장 벽산 E-센텀 시행사로 나서면서 부산시의 시유지를 매입한다.

맥서러씨는 2006년 1월부터 해당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2월10일, 맥서러씨가 부산시로부터 사들인 땅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일대의 2필지로 총 4000㎡ 규모(총 매입 비용 391억원), 해운대구 재송동 일대의 5필지(총 81억원)이다. 문제는 부지 매입과정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맥서러씨는 2006년 부산시 땅을 매입하는 데 48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갔다. 매입 당시 맥서러씨의 자산규모는 177억원 규모다. 하지만 해당년도에 480억원 상당의 자금흐름은 재무제표상 파악되지 않는다. 부지 매입 부지 비용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토지 가치에 대한 재무제표와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간 차이도 의혹이 제기된다. 맥서러씨는 재무제표상 보유하고 있는 토지(용지)의 가치를 133억원으로 계상했다.(2006년 12월31일 기준) 앞서 언급했다시피 맥서러씨가 해당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480억원이다.

둘간의 차이는 무려 347억원 수준. 일반적으로 토지의 경우 감가상각이 거의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특히 토지 가치를 재무제표상 기입할 때는 취득가액(매입가격)을 기준으로 계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이례적인 상황
해석도 어려워

결과적으로 맥서러씨가 매입하고 불과 1년이 되자 않아 347억원의 토지가치가 하락했다는 것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해당 토지의 가치를 임의로 해석해 기입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자산규모 180억원도 안 되는 회사서 350억원 가까운 자금의 흐름을 놓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맥서러씨는 해당 토지를 2009년까지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까지 이들 땅을 담보로 총 193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이 근거다. 이후 벽산 E-센텀의 분양이 시작돼 대지권이 설정돼 소유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2007년에도 맥서러씨가 가지고 있는 토지의 가치는 133억원 수준으로 큰 변동이 없다. 2008년 134억원, 2009년 134억원으로 토지의 가치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다.

현직 회계사 A씨는 “재무제표상 이 같은 자금의 흐름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어떤 이유로 우동 및 재송동의 땅을 낮게 평가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른 회계사 B씨도 “회계상 맥서러씨의 재무제표는 실수로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해당 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고 해서 세금상의 이점이 없는 상황서 굳이 낮게 평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맥서러씨 하나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될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맥서러씨가 부산시 시유지를 매입한 2006년은 청안건설에 특혜가 집중된 혐의가 드러난 해이기 때문이다. 당초 인허가가 어렵다던 엘시티 사업은 2006년을 기점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해운대 동쪽 백사장이 200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2007년엔 엘시티 시행사의 전신인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정관계 얽힌 각종 특혜 의혹 수사 속도
이창환 소유 회사서 수상한 자금 흐름

특히 사업 진행 부지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인데 2009년엔 주거시설로 용도변경이 됐으며, 60m 이상의 건축 허가가 나지 않던 상황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맥서러씨 측은 “해당 부지의 소유권은 이미 맥서러씨 쪽에 없다. 과거 벽산 E-센텀 부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영복·이창환 부자와 ‘나랏땅 의혹’은 엘시티 사업, 벽산 E-센텀 외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즈한국>에 따르면 우동, 재송동 땅 매입시기와 비슷한 지난 2007년 12월7일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도하부대 이전 부지 18만1665㎡(독산동 441-6번지 외 18필지, 약 5만4954평)가 국방부서 삼양사, 그리고 삼양사에서 제이피홀딩스PFV로 매각됐다. 제이피홀딩스 PFV는 이영복 회장의 실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이피홀딩스가 94.1% 가지고 있는 회사다.

국방부와 삼양
밀어준 흔적들

국방부와 삼양사, 그리고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PFV 간의 부동산 매매가는 3585억4432만원으로 동일하다. 즉 삼양사가 국방부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하자마자 아무런 시세차익도 취하지 않고 제이피홀딩스PFV에 그대로 매각한 것이다.

매매 과정서 세금문제를 거치면 삼양사가 손해를 보고 제이피홀딩스PFV에게 넘긴 셈.

국방부와 삼양사 측은 우선매수권을 삼양사가, 시가매수권을 제이피홀딩스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권과 시가매수권을 가지고 있던 삼양사가 시가매수권을 제이피홀딩스에게 팔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삼양사가 시가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제이피홀딩스의 요청으로 제이피홀딩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이피홀딩스PFV에 부지를 넘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여전히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2007년은 제이피홀딩스PFV 법인 설립조차 돼있지 않았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제이피홀딩스와 삼양사는 공문서 조작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국방부와 삼양사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국방부는 삼양사에 매각을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이피홀딩스에 부지가 넘어갈 것을 알고 매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제이피홀딩스에 넘긴 부지의 대부분은 우선 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삼양사의 땅이 아니었다. 삼양사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부지는 전체면적에 17%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언론에선 국방부가 제이피홀딩스PFV, 즉 이영복 회장 부자에게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삼양사 소유 부지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공무원과의 친밀도가 높은 이 회장의 로비가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이 가능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엘시티사업 비리 이전인 1999년에도 국유지와 관련된 땅에 특혜를 받아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린벨트 해제
고위직이 해결?

이 회장은 당시 동방주택 사장으로 있으면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그린벨트 지역 임야 42만여㎡를 매입해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형질변경으로 1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그는 해당 혐의로 배임·횡령 등 9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2002년 10월 항소심을 통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아 풀려났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