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8.28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호리아트스페이스서 최제이의 개인전 ‘바람 없는 집’이 열린다. 최제이는 바람이 멈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내며, 무의식적인 붓질 속에서 길어낸 감정의 결을 한 화면에 응축한다. 이번 개인전은 바람과 집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내면과 감각의 흐름, 그리고 삶의 전환을 조용히 드러냈다. 최제이는 개인전 ‘바람 없는 집’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신작에는 클로즈업된 풍경과 넓어진 하늘이 담겼다. 멀리서 응시하던 시선은 집 안에서 세상을 향해 열리는 내면의 창으로 전환됐다. 바람은 더 이상 고통의 은유가 아니라 감정의 결을 따라 흐르는 내면의 리듬이며, 집은 은신처를 넘어 희망의 지점으로 변화했다. 리듬과 희망 최제이는 에스키스 없이 즉흥적으로 붓을 놀렸다. 오로지 감각에 의존했다. 화면 위의 바람은 반복과 지움, 다시 그리기를 통해 시간과 감정의 흔적으로 표현됐다. 이 과정은 단순한 회화적 기술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통해 세계를 직관하는 실천이 됐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지각은 몸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제이의 작업은 바로 이 몸의 리듬이자 감각의 흐름이며 정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화두였던 ‘의대 정원’ 문제가 새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지난해 의료계는 물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는 모양새다. 동시에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의료 붕괴인가, 대변혁인가.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으로 십수년 간 유지돼온 의대 정원을 단숨에 60%나 증원한다는 소식에 전공의, 개원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가 전부 들고 일어났다. 휴직, 사직, 휴학, 파업 등 의료계는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조리 사용했다. 철학·돈 개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를 언급하면서 ‘처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1년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얼마만큼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으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윤정부의 의료정책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의 의료정책 중 가장 나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상은 알려진 것보다 혹독했다. 그 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불황’이라는 불이 번지는 속도가 끄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급한 불이라도 끄겠다며 동원한 물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밖에 안 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 사무실서 만난 김진우 공동의장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만 해도 총회, 국회서 열리는 회의 등으로 일정이 꽉 찬 상태였다.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농성도 한창이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했다. 팔수록 손해 2013년 8월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발판으로 2018년 10월 전가협이 설립됐다. 현재 대한제과외식가맹점협회·전국자동차정비사업자연합회 등 업종별 연합단체를 비롯해 60여개 개별 단체, 4만5000여 가맹점주가 참여하고 있다. 김 의장은 “자영업자가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 많은 자영업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하거나 파산에 이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신이 운영 중인 고깃집을 언급하면서도 “계엄 이후 매출이 ‘빵(0원)’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성남이 대선판 최고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지율 ‘1강’ 후보의 정치적 시발점인 곳이라 ‘추격조’의 표적이 된 모양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성남 관련 의혹이 유권자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뚜렷한 ‘1강-1중-1약’ 구도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40~50%로 치고 나가는 중이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30~35% 지지율로 쫓아가는 형국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5~10%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적 발판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정당은 짧은 시간에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대선 구도가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로 흘러가는 중이어서 민주당 이 후보는 ‘인간 표적’이 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경선 때부터 민주당 이 후보를 ‘일점사’해 각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한 갤러리 ‘도로시 살롱’이 작가 문기전의 개인전 ‘세포들의 기억(AFTERIMAGE)’을 준비했다. 문기전은 ‘나는 누구이며 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의 감각과 인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존재의 기원과 죽음에 대한 사유는 우리를 종종 공포와 경외로 이끈다. 어릴 적 깊은 어둠 속에 남겨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문기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감각과 의식, 소통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과정을 이해하려 했다. 눈으로 보고 문기전은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을 감각하고 인식해 저장하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리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개인전 ‘세포들의 기억’은 그가 2021년 이후 작업한 ‘빛의 잔상-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연작의 결정판이다. ‘빛의 잔상’ 연작은 눈을 감았을 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아른거리는 빛을 보이는 대로 그린 것에서 시작됐다. 눈으로 입력된 정보가 저장돼있다가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기억과 잔상이다. 문기전은 이 잔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피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마음의 고통은 몸으로도 나타났다. 전화는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돈을 내주지 않는 가해자에 화병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2019년부터 벌써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홍모씨의 구속 소식을 전해 들은 피해자 A씨가 되물었다. A씨는 서울 성북구, 동대문구 등 7개 현장서 일어난 분양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다. 해당 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자신도 홍씨의 피해자라면서 연락해 온 전세 사기 피해자였다. 한숨 돌렸지만… <일요시사>와 만난 A씨는 이 일을 겪으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전세 세입자로 입주해 경매를 거쳐 원치 않게 집주인이 되기까지 6년 동안 일어난 일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문제는 이 마음고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A씨는 “(홍씨는)전화는 다 받아요. 피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돈은 안 주는 거죠”라고 말했다. A씨의 아내는 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묻곤 했다. A씨는 홍씨의 뻔뻔한 대응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아내에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마리에서 작가 김선형의 개인전 ‘GARDEN BLUE, 꽃이 아닌 꽃’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는 김선형의 세 번째 전시이자 갤러리마리 창립 10주년 기념 기획전이다. 정마리 갤러리마리 대표는 “갤러리마리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용하고 단단하게 예술의 길을 걸어왔다”며 “작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언덕이 돼주고 관람객에게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깊은 시 그러면서 “‘예술은 무엇이고 우리는 예술 앞에 어떤 존재로 서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김선형의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갤러리마리는 이 질문으로 김선형과 함께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인 ‘꽃이 아닌 꽃’, 이 역설적인 표현은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실재에 관한 질문이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즉 이름 붙일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라는 노자의 가르침처럼 김선형의 회화는 이름과 형상 이전의 본질을 추적한다. 김선형은 익숙한 형상인 ‘꽃’을 거부한다. 꽃을 그리지 않으면서 ‘꽃이 아닌 것’을 붓질과 색, 여백과 흐름으로
[일요시사 취재2팀] 장지선 기자 = 퍼즐의 전체 그림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다. 퍼즐의 크기가 얼마만한 지도 여전히 알 수 없다. ‘분양사기 의혹’으로 한데 묶여 있을 뿐이다. 첫 사건의 발생 시기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한 사람이 피해를 주장하면 어느새 그보다 앞선 시기에 피해를 본 사람이 등장한다. 최근 들어서야 여러 지역서 하나둘 나타난 조각으로 그나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피고를 징역 1년6개월에 처합니다.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 구속합니다.” 판사의 선고 이후 방청석에 앉아있던 몇 사람이 법정을 빠져나왔다. 일부는 서로 아는 사이였고 일부는 초면이었다. 그들 모두는 법정 구속된 피고인과 관계가 있었다. 집과 건물 그리고 돈으로 얽힌 지독한 악연이었다. 빙산의 일각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는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빌라 분양 대금을 둘러싼 형사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3월14일 공판서 검사는 홍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판사가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구형량만큼 선고한 것이다. 선고 당일 방청석에서 홍씨의 법정 구속 장면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구도는 여전히 ‘1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쳐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대형 ‘리스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이 상수가 된 걸까? 12일,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대선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최고의 선택을 위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남은 결정의 순간 여론조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독주 중이다.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지지율 격차가 10~15%p가량 나고 있다. 당락을 가른다는 중도층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과반인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는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매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도 일단 털어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대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김태진의 14번째 개인전 ‘시그널’이 서울 연희동 ‘갤러리 호호’에서 열린다. 김태진은 국민대 교수이면서 한국영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는 6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신작 20여점으로 구성됐다. 김태진의 드로잉 연작은 고정된 형태를 지우고 감각의 얼룩과 흔적에 따라 회화의 본질을 탐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4번째 개인전 ‘시그널’은 작가의 회화적 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손으로 김태진의 작품에는 번짐과 스며듦, 뭉침과 같은 유기적 조형 요소가 유동적으로 흐른다. 수채 물감의 젖음과 번짐 위에 파스텔이 덧입혀지며 하나의 얼룩처럼 퍼지고 수렴되는 색면이 리듬감 있는 화면을 완성한다. 일정한 형태를 재현하기보다 감각이 지나간 자리를 기록하려는 김태진의 시도는 드로잉을 단순히 회화 작업을 위한 밑그림이 아닌 조형적 파동의 현장으로 이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선의 흐름과 색의 중첩은 순간의 감정과 우연을 반영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자유롭게 유도한다. 김태진은 이번 작업을 “드로잉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감각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몇몇은 질렸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누군가는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일이 일어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직원끼리의 ‘감정싸움’이라며 상황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갈등의 본질은 ‘구조 문제’라는 것을 불과 1년 만에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 센터)서 운전원 정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정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정씨는 극단적 선택의 배경으로 지회장 장모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했다. 수차례에 걸친 장 지회장의 고소·고발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 일탈? 양평군 센터 내부서 일어난 사건은 그 뿌리가 깊다. 정씨 이전에 지병으로 사망한 상담원 윤모씨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윤씨는 2020년 6월 암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윤씨가 장 지회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은 사후에 알려졌다. 뒤늦게 아내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윤씨의 배우자는 장 지회장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했다. 형사 소송에서는 패했지만 민사 재판부는 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작가 임희조의 개인전 ‘서툰 행복’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삼청동으로 이전해 개최하는 첫 전시다. 임희조에게는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작가는 30점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임희조의 작업은 색채와 형상이 서로 밀고 당기며 만들어낸 시각적 질서 위에 세워졌다. 정확히 맞물리는 듯하면서도 어긋나는 색, 의도된 것 같지 않으면서도 화면의 균형을 지키는 구도에서 ‘서툰 행복’이라는 감정의 실마리를 잡았다. 일정한 균형감 김나리 호리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임희조의 작품은 귀엽고 따뜻한 감성을 발산하는 것이 매력이다. 선명하고 부드러운 색채의 화면 구성이 자아낸 회화적 언어유희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감성”이라고 전했다. 임희조의 그림에 주로 등장하는 소녀, 동물, 사물은 언제나 구체적이지만 결코 이야기의 중심이 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화면의 비례 안에서 일정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제각각의 형태를 가진 색채 덩어리는 그만의 회화적 구성과 질서에서 새로운 조형적인 완결을 이룬다. 20세기 이후 회화는 점점 서사에서 벗어나 자기 매체의 조건, 이른바 평면·색채·형태를 중심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과거 강력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은 주변을 살폈다. 치정, 금전 등 범죄의 주요 동기와 연관된 용의자를 찾았다. ‘왜 그랬어?’라는 질문에 대부분 범죄자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가 늘고 있다. 묻지마 범죄,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 어느 범죄든 피해자에게는 ‘날벼락’이다. 살의를 가진 공격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는 일도 일어난다. 피해자나 유가족은 이유를 묻는다. 왜 자신이 범행 대상이 돼야 했고 내 가족이 길에서 사망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아무나 하지만 때론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가해자는 멀뚱히 쳐다보거나 도망쳐 버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를 잡아 묻는다. ‘왜 그랬나?’ ‘아는 사람인가?’ 몇몇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최근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저지르는 범죄, 이른바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가 늘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성태진은 ‘태권브이’를 소재로 무기력한 청년 백수의 현실을 담아냈다. 유쾌하고 사회 풍자적인 작업을 주로 한다. 우리 조상이 팔만대장경을 새기며 호국의 의지를 다진 것처럼 글과 그림에 자신의 염원을 담는다. 서울 강남구 삼청동에 자리한 갤러리 ‘도로시 살롱’서 성태진의 개인전 ‘Beyond the Universe 우주 너머’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평의 밤하늘과 솔숲을 바라본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학문적 관심이 결합해 탄생한 밤하늘, 우주 등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기심 넘어 성태진은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태권브이를 ‘청년 백수’로 희화화해 표현했다. 더 이상 지구를 지킬 필요가 없는 태권브이에 직업을 잃은 사람을 빗댄 것이다. 그는 청년실업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그린다. 묵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작업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서 성태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작품 세계를 드러낸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을 탐구하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특히 가평서 본 밤하늘에 영감을 받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이 쌍방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합원이 조합이나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한 편이지만, 그 반대는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조합 측에서 먼저 불을 댕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8~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946-8번지 일대에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33층의 아파트 29개동이 들어선다. 3064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다. 4·7호선 환승이 가능한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자리하며 2호선 방배역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이다. 도보와 버스로 통학 가능한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학세권이기도 하다. 내년 입주 랜드마크 시행은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방배5구역 조합),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방배5구역 조합은 2004년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9월 정비구역 지정 후 2012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7월 사업 시행, 2016년 7월 관리처분 계획 인가를 받고 2022년 7월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방배5구역 조합이 시끄럽다.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매번 지적받지만 대체할 수가 마땅찮다. 여론조사 이야기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를 둘러싼 정쟁도 시작됐다. 앞으로 대선일까지 두 자리 혹은 세 자리 숫자에 온 나라가 휘둘릴 전망이다. 대선과 여론조사의 상관관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표본만 잘 뽑으면 1000명으로도 전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 나이, 지역별로 정해진 수에 맞게 표본을 정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 숫자 놀음 언뜻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점, 질문의 순서, 문구 등에 따라 조사 결과는 널을 뛸 수 있다. 신뢰 구간과 표본오차를 통해 ‘여지’를 두지만, 문제는 그 오차범위를 아득하게 벗어날 때 일어난다. 불신론과 무용론이 동시에 불거지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잠룡으로 분류된 여야 인사들은 저마다 유불리를 계산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대선 구도는 압도적 ‘1강’ 체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다자 대결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봄 기획전으로 월전 장우성의 20주기 특별전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를 준비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장우성의 중·후반기 회화 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월전 장우성은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의 전개와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통 문인화의 조형성을 바탕으로 시대감각을 접목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산수화는 장우성의 예술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르로 평가받는다. 독특한 소재 장우성은 다양한 자연현상을 작품에 담아내며 산수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백두산과 금강산, 설악산은 물론 외국의 풍경까지 폭넓게 아울렀다. 남북 분단, 환경오염, 인성의 타락 등 현실 인식에 기반한 산수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는 장우성의 20주기를 맞아 작품 세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르인 산수화를 집중 조명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붓과 먹, 그리고 색으로 작업한 풍경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각 탐험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우성은 사회 전반은 물론 문화와 미술이 전면적으로 서구화돼 가던 20세기 전통 시대 문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