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Life in Between' 문규화·정재열·함성주

죽음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오에이오에이’에서 작가 문규화·정재열·함성주의 전시를 기획했다. 세 작가는 죽음을 대면하는 태도와 시선을 통해 죽음이 삶과 분리되지 않은 연속의 흐름임을 표현했다.

죽음은 모든 생의 종착지이자 삶의 가장 본질적인 한 부분이다.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고 곳곳에 존재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하지만 삶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의식 못 해도

갤러리 오에이오에이에서 준비한 문규화·정재열·함성주의 전시 ‘Life in Between’은 이 불가피한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그 틈새 속에서 ‘살아 있음’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세 작가는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죽음이 결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며 남겨진 이들의 감정 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개인적 상실의 체험, 사라짐의 흔적을 감각으로 환기하는 설치, 생과 사의 순환을 사유하는 조각과 회화는 그 세 방향의 시선이 교차하며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도 다층적인지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한 점의 회화에서 시작됐다. 문규화의 작품 ‘마지막 인사’는 개인적 상실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단면도처럼 지하와 지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화면 안에 도식적으로 땅속의 관, 돌과 흙, 그리고 단순화된 인물이 흔들리는 풀처럼 속절없이 묘사돼있다. 작가는 이 구조를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문규화는 할머니의 장례에서 땅을 파고 돌을 고르며 한 명씩 인사드리는, 흙을 뿌리는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상실의 감정은 강한 원색의 뜨거운 햇빛과 쏟아지는 비로 형상화된다. 폭력적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비는 쏟아지는 슬픔을 은유한다.

오에이오에이 관계자는 “문규화는 상실의 경험을 통해 감정을 직면하고 다루는 태도를 익히며 감정이 날씨처럼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죽음을 사건으로 바라보는 건조한 시선과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시도를 함께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음’의 의미
삶을 응시하고 자각

정재열의 ‘장소 특정적 설치’는 전시 전체를 감싼다. 늘 곁에 있지만 좀처럼 의식되지 않는 죽음의 존재를 감각하게 한다. 그는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붙잡듯 투명한 장갑 위의 단어, 떠나보낸 반려견의 골분이 담긴 볼펜, 줄기만 남은 나뭇잎 등의 작품을 통해 잊히는 것을 조심스럽게 기념한다.

전시장의 낮은 천장은 땅에 묻히는 듯한 감각을 전하고 책장 구조물은 작품이 한번에 읽히지 않도록 시선을 차단한다.

오에이오에이 관계자는 “정재열의 작품은 우리에게 천천히 움직이라고, 조심스럽게 감정을 마주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의 설치는 세 작가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죽음의 감각에서 사유로 건너가는 전시의 축이 된다”고 말했다.

함성주의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 모호한지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서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과 순환의 개념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의 재탄생이다. 풍뎅이 연작에서 핀에 꽂힌 풍뎅이 표본은 죽었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못한 채 보존되고, 흐르는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는 특정한 시각에 멈춘 채 죽음, 사건, 단절의 순간을 암시한다.


버려진 캔버스 틀을 깎아 만든 풍뎅이 번데기 조각은 정지된 듯한 번데기의 상태 속에 인내의 시간과 곧 이어질 도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오에이오에이 관계자는 “함성주에게 작품은 자신의 연장이자 분신과 같다. 진즉 폐기됐을 나무틀을 깎아내어 연마하고 광을 내며 장식을 더하는 것은 안쓰러운 것을 근사하게 다듬는 돌봄의 행위다. 죽어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이 과정은 예술행위 자체가 애도이자 구원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은 언젠가의 끝을 두려워하기보다 유한한 삶을 깊이 응시하고 자각하는 일이다. 그 자각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숨결, 이 순간의 감정, 누군가와의 관계를 더욱 온전히 느끼게 된다. 무너짐과 소멸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삶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다정해진다”고 말했다.

곁에 있는

그러면서 “끝과 시작, 사라짐과 남음, 고요와 움직임이 맞닿은 그 틈에서 세 작가의 작업은 우리에게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번 전시가 죽음을 둘러싼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되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함께 묻고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27일까지. ⓒ오에이오에이 

<jsjang@ilyosisa.co.kr>


[문규화는?]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2017)
경원대학교 회화과 졸업(2014)

▲개인전
‘어디에도 있어’ 갤러리 SP(2025)
‘월동준비’ 드로잉룸(2023)
‘작업실 안 밖’ 그블루 갤러리(2022) 외

[정재열은?]

▲학력
Chelsea College of Arts, Fine Arts(BA)(2018)
Central Saint Martins, Fine Arts(2012)

▲개인전
‘Drawing rulers’ 유영공간(2025)
‘set’ 오에이오에이(2024)
‘Memory Foam’ Zone Art(2023) 외

[함성주는?]


▲학력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 졸업(2023)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학사 졸업(2018)

▲개인전
‘Polisher’ 라흰 갤러리(2025)
‘Damage over Time’ 미학관(2024)
‘Riggr’ THEO(2023)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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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