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위메프의 CEO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취를 감춘 대표이사의 복귀조차 불명확하다. 임시방편으로 창업주의 오른팔이 전권을 넘겨받았지만,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박은상 대표는 위메프를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대표와 위메프의 동침은 2011년부터였다.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박 대표는 소셜커머스 기업 ‘슈거플레이스’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2011년 경영권을 위메프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위메프의 영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복귀 언제쯤
박 대표는 2012년 허민 위메프 창업주와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전면에 나섰다. 2013년에는 허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를 맡았고,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허 창업주는 투자자 역할에만 만족하겠다며 박 대표에게 경영권을 위임했다.
현재 허 창업주는 위메프의 최대주주인 원더홀딩스(86.2%, 444만2981주)의 대표이사로 남아 있다.
전권을 넘겨받은 박 대표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위메프 알리기에 나섰고, 위메프는 손꼽히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메프의 성장과 함께한 박 대표는 최근 사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위메프는 지난해 6월30일 박은상 대표가 건강 문제로 인해 당분간 휴직한다고 알렸다. 박 대표는 사 측 발표가 있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1일부터 휴가를 사용했다.
당시 위메프는 “당초 7월1일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었으나 휴가 기간 중 더 긴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휴직을 결정하게 됐다”며 “박 대표의 부재 기간 동안 각 부문별 조직장 체제의 임시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별도 대표이사 선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짧은 공백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박 대표의 연내 복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이사 공백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언제 복귀할지조차 미정이다.
위메프는 박 대표의 공백을 계기로 조직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기존 4인 조직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고 경영자의 부재로 인해 선제 대응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의 업무를 넘겨받은 사람은 하송 부사장이다.
자취 감춘 일등공신
경영다툼? 거듭된 구설
하 부사장은 허 창업주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하 부사장은 2019년 위메프 직매입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입사했고, 1년 만에 위메프 전략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 부사장은 직무 대행을 맡은 직후부터 사내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허 창업주의 든든한 후방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허 창업주는 위메프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사내이사는 하 부사장이었다. 사실상 허 창업주가 본인의 최측근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줬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기존 위메프의 사내이사는 박 대표, 허 창업주, 원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아 왔다. 박 대표가 위메프의 경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허 창업주와 CFO가 함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최근 하 부사장이 사내에서 영역을 넓혀 가자, 일각에서는 박 대표 퇴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허 창업주와 박 대표가 이미 갈라섰으나, 복합적인 이유로 후임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다. 휴직과 별개로 박 대표가 아직까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하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정식 임명되기에는 박 대표의 그림자가 짙다. 사내에서 박 대표를 따르는 임직원이 많고, 박 대표가 이탈하면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더 힘들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의 공백기 동안 사내에서는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9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 위메프 지회가 정식 출범했다. 위메프 지회는 ▲24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불합리한 환경 ▲일방적인 복지제도 폐지 ▲잦은 부서이동 등을 문제로 거론했다.
최측근 등장
일각에서는 대표이사 공석이 더 길어지면 위메프의 위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메프는 지난 2010년 쿠팡, 티몬과 함께 등장한 1세대 소셜커머스로 그동안 줄곧 매출과 사용자 수 측면에서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쿠팡 ‘물류’, 네이버 ‘플랫폼’, 마켓컬리 ‘신선식품’ 등 경쟁사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반면, 위메프는 좀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