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정경아 의문사 입체추적

“경찰이 재수사 않는 이유 있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타살 의혹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정경아 사건’에 대한 유족의 3차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거절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족은 허술한 초기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경찰의 대응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요시사>는 올해로 10주기를 맞은 정경아양의 사망을 둘러싼 타살 의혹과 경찰 측의 허술한 초기수사 가능성을 재조명해봤다.  
 

자살로 종결된 ‘정경아 사건’의 유족이 의정부지방검찰청고양지원에 재수사요청서를 제출했으나, 의정부지방검찰청이 재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지난 7월20부로 사건을 종결시킨 것으로 <일요시사>의 취재결과 확인됐다.

언성 높은 싸움
그리고 변사체로

유족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 지난 2006년 8월, 2011년 8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06년 8월 파주경찰서는 타살 가능성에 대한 유족의 항의에 현장 조사를 벌였으나 ‘자살’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경기도지방경찰청은 2011년 8월부터 수사를 벌여 정양의 사망 당시 일행이었던 배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나 살인 혐의에 대한 증거 불충분으로 의정부지방검찰청고양지원에 11월28일 송치했다. 이후 의정부지방검찰청고양지원은 2012년 1월 말, 경기도지방경찰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살로 종결하고 용의자 3명에 대해 무혐의를 인정했다.

유족은 정양의 사망 당시 국가과학수사연구소가 부검부소견에 작성한 ‘추락 이전에 외력의 존재 여부 및 추락의 정황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함’이라는 자료를 증거자료로 제출해 3차 재수사를 요청했다.

증거자료로 국과수부검감정서 사본(2006년 9월4일·2015년 6월3일 정보공개 청구자료), 서재관 의학박사 의견요약서, 용의자 조모씨의 사건 당시 신체촬영 사진, 사망 직전 아파트 현관 및 엘리베이터 CCTV 녹화장면, 변사체 현장 사진 등을 함께 첨부해 제출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방검찰청고양지원은 정씨의 모친 김순이씨의 재수사 요청을 지난 7월20일부로 거절했다.

정양의 모친인 김씨는 “국과수 소견대로라면 일행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후 강제 추락됐을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경찰 측은 재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사망 당시 딸의 목에 목졸린 흔적인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등 여러 정황상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경찰이 초기수사의 허술함을 무마하기 위해 재수사를 꺼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접수된 진술서를 토대로 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2006년 7월20일, 정(당시 24세)양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배(30)씨 부부와 배씨 남편 국(30)씨로부터 소개받은 김(34)씨, 김씨 친구 조(28)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각 소주 1∼2병씩 마신 이들은 2차로 노래방에 간 후 김씨를 제외한 일행이 배씨 부부가 거주하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신도시의 한 아파트로 향했다.

7월21일 새벽 0시15분 엘리베이터를 통해 배씨가 거주하는 701호로 향한 이들은 언성 높은 싸움을 벌였다. 정양이 전 남자친구인 이씨와 전화통화를 했고, 국씨가 소개해준 김씨를 무시하고 전 남자친구와 통화한 것에 격분해 정양의 통화를 가로채 이씨에게 “한 번만 더 (정양과) 통화하면 죽여버린다”고 말했다. 이후 0시30분 정양이 아파트 옥상 창문에서 추락해 아파트 화단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목에 졸린 흔적
손가락자국 선명

유족이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데는 여덟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정양의 전 남자친구인 이씨의 제보에 따르면 국씨와의 통화 당시 폭행으로 추정되는 정양의 ‘억’소리와 함께 문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으며, 직후 배씨가 “경아야”라고 비명을 질렀다는 것이다.

둘째,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떨어졌으나 화단의 나무에 부딪힌 후 추락했으므로 추락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정씨의 변사체에서 오른다리 무릎에 흙이 묻고 해당 부위의 골절상이 발견됐으나 변사체는 똑바로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셋째, 정양의 변사체에서 발견된 폭행 흔적과 지퍼가 열려있었던 점을 미뤄 성폭행 시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양은 왼눈과 입술, 양손이 심하게 부어오른 채 멍이 들어있었다.

“여러 정황상 타살 가능성 높다”
유족이 제시한 8가지 근거는?

넷째, 정양이 뛰어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옥상에 슬리퍼와 함께 라이터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자살 기도자가 라이터를 굳이 바닥이 나란히 놓았을 가능성이 낮다는 유족의 주장이다.

다섯째, 엘리베이터 CCTV를 추적한 결과, 국씨와 조씨가 정양의 사망 추정 시간 직후인 0시37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간 후 0시42분에 다시 올라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정양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 찾으러갔지만 정양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양이 나간 지 7분 만에 찾으러 나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유족의 입장이다. 게다가 정양을 찾으러 나간 지 5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이치가 맞지 않는다고 유족은 주장하고 있다.

여섯째, 변사체에서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된 점을 미뤄 추락한 정양을 확인사살했거나 살해 후 추락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족은 아파트에서 추락한 정양이 즉사하지 않자 목을 졸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일곱 번째, 정양의 타살 의혹과 관련한 집회에 함께 참여했던 노씨가 2008년 어느 날, 유족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와 방화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당시 노씨는 유족의 거주지 주소를 모르고 있었으며 정양의 모친 김씨가 2년간 수집해온 사건자료가 보관된 방에 쓰레기더미를 쌓아둔 채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후 김씨에게 20만원을 건네며 거듭 “미안하다”고 말한 점도 의심스럽다는 김씨의 주장이다. 당시 노씨 측근에 따르면 노씨가 지인으로부터 2500만원을 빌렸다며 평소와 다른 소비성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정양 사망 직전 함께 있었던 국씨와 조씨의 폭력전과기록이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당시 국씨는 폭력 5범, 조씨는 폭력 3범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은 정양과 소개팅한 김씨와 함께 심부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시켜서”
이상한 수사과장

유족은 정양의 사망을 자살로 종결한 경찰 측을 두고 허술한 초기수사에 대한 대응이 아니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여기서도 다섯 가지 의문점이 <일요시사>의 취재결과 밝혀졌다.

첫째, 초기수사에 참여한 파주경찰서 관계자가 정양이 자살을 시도한 아파트 옥상 창문 앞에 거짓 지문을 남겼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양의 모친 김씨는 사건 종결 이후 파주경찰서 김모 경찰로부터 거짓 지문을 남긴 데에 대한 사과를 받은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찰 측은 거짓 지문을 남겼던 아파트 10층 높이의 옥상 창문에서 정양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유족들은 화단 나뭇가지의 부러진 점과 정양의 오른무릎에 찍혔던 지면의 움푹 파인 부분을 추정해 8층 옥상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당시 유족은 아파트옥상 진입문이 잠겨있어 경찰 측에 열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참동안 머뭇거렸던 점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파주경찰서는 정양이 당시 유행했던 인터넷커뮤니티 싸이월드 탈퇴와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자살의 정황으로 봤다. 하지만 김씨가 정보공개요청으로 파주경찰서가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제공받은 미니홈피 조회이력을 살펴본 결과, 자살 기미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재수사 요청 거절
허술한 초기대응 때문?

셋째, 변사체의 현장사진을 분석한 결과 경찰이 변사체에 손을 댄 흔적이 발견됐다. 새벽 1시43분에 촬영된 현장사진에서 정양은 허리가 30도 정도 꺾인 상태로 양발이 나란히 놓여 있었으나, 1분 후에 촬영된 1시44분의 현장사진에서 바지지퍼가 닫혀있고 왼발이 굽힌 채였다.

넷째, 모친 김씨의 재수사 미실시 불만에 대해 수사과장 김모 경위가 “대통령이 시켜서 했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김씨는 이 내용이 담긴 2006년 8월 녹취록을 2013년 9월 지성녹취속기사무소에서 번문 받아 보관 중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2011년 유족의 재수사 의뢰를 받은 남모 변호사사무소의 사무장에게 파주경찰서의 한 관계자가 전화해 “밥 벌어먹고 살려면 손 떼라”는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또 한 지방언론사도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려다 파주경찰서로부터 경찰서 출입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유족은 주장하고 있다.

공소시효 만료
앞으로 5년 남아

정양의 모친 김씨는 “올해로 딸이 죽은 지 만 10년째를 맞았다. 공소시효가 2020년에 만료되므로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줄 날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딸의 죽음에 대한 타살 가능성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자료를 수집했으나 경찰 측에서 허술한 초기수사를 무마하려 재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국가의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남은 5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나갈 것이다.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어머니로서의 몫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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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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