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의원정수 증원 반대' 조경태 의원

"정쟁하느라 일 못했지 숫자 모자라 일 못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권이 의원 정수 확대 논란으로 시끄럽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염치가 없는 정치실업자 구제책"이라며 새정치연합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자당 혁신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오히려 의원 수를 줄이자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의원 정수 확대 논란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혁신위는 지난달 26일 제5차 혁신안을 통해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후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놓고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자당 혁신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오히려 의원 수를 54명이나 줄이자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의원 정수 증원은 꼭 필요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조경태 의원을 만나봤다.

-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유가 무엇인가?
▲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상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숫자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정쟁하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지, 인원이 모자라서 일을 못한 것은 아니지 않나?

- 혁신위에서는 의원 정수 369명은 인구 대비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 그것은 혁신위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혁신위가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당의 혁신위는 국민의 요구나 당원들의 요구는 무시하고 오직 특정계파의 이익 챙기기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혁신은 과감하게 기존의 제도나 관행들을 바로 잡는 것이고,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들이 바라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혁신위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그야말로 반 혁신적인 주장이다.

-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특권을 축소하면 의원 수가 늘어나도 투입되는 예산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표가 세비 30%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켜졌나? 당시 세비 30% 삭감 법안을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전부 다 서명해서 발의했지만 벌써 19대 국회가 다 끝나갈 때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기존 약속도 안 지키는 자들이 또 한 번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인가?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는 우리 정당을 보면서 국민들은 매우 실망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69명 늘어나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도 늘어난다. 현재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이 9명이다. 보좌진 월급이며 하다못해 사무용품 비용도 추가적으로 들어가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 일각에서는 "의원 숫자가 부족해 피감기관을 제대로 다 감사할 수 없다. 의원 수가 늘어나 제대로 피감기관을 감시하면 그로 인해 절약되는 세금이 의원 수를 늘려서 써야 되는 세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지금도 충분히 피감기관들을 제대로 다 감사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매일 치고 박고 싸우고 정쟁만 하고 있는 국회가 아닌가? 의원 숫자가 모자라서 제대로 일을 못한다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좁은 땅덩어리에 의원 300명도 너무 많다.

- 의원 정수를 오히려 축소하자고 주장하셨다. 가장 이상적인 국회의원 숫자는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는 우선 비례대표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계파의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의원 54명을 줄일 수 있다. 비례대표의원 54명을 없애면 한해 수백억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그 돈을 소외계층에게 돌려주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혁신위 의원정수 확대는 반 혁신적 주장"
"비례대표제 폐지하면 한 해 수백억 절감"


-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에 전문가가 진입할 통로가 끊기는 것 아닌가? 표가 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 관련 입법은 누가 하려고 하겠나?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은 저도 많이 내고 있다. 꼭 비례대표가 있어야만 그런 법안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다. 국민의 대표자는 국민이 뽑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을 정당이 뽑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를 국회에 진입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다. 그래도 정 전문가가 필요하면 당에서 전문가를 고용해 의견을 청취해도 된다. 전문가를 보좌진으로 고용해서 써도 되고, 전문 위원이라든지 입법조사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비례대표제는 이미 변질됐다. 예를 들어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입했는데 이석기 의원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가? 우리나라 정당제도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정작 미국에는 비례대표제가 없다.

- 조국 혁신위원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택하지 않으면 망국적 지역주의가 계속된다고 주장했는데.
▲ 조국 교수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그동안 무슨 노력을 했나? 그런 주장은 최소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이나 해보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문재인 대표도 부산 출마를 포기했다. 출마도 안 하는데 어떻게 지역주의가 극복이 되나? 선거제도 때문에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는 부산에서 벌써 3선을 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벌써 3번이나 극복한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호남에서 당선됐다. 그런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거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는 노력도 안 해보고 선거제도를 바꿔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건 양심불량이다.

그렇게 영남권에서 우리 당 의원 몇 명 더 당선된다고 해서 진정한 지역주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나? 문재인 대표도 지역주의 극복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지역구 불출마 선언 취소하고 부산에 다시 출마해서 당당히 평가 받아야 된다. 

- 어찌됐든 양당체제의 기득권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선거제도의 개선이 아예 필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 항상 보면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학교 탓 선생 탓한다. 그런 것과 똑같다. 자꾸 제도 탓, 남 탓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해야 된다. 현 선거제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민심을 얻을 생각은 안 하고 얕은 수를 써서 의석을 차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몇 석이나 얻을 수 있겠나? 선거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의원수를 늘리자는 이런 엉터리 같은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새정치연합이 지지를 못 받는 거다.

-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현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새누리당이라고 분석한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 수혜자가 어디 있고, 피해자가 어디 있나? 저는 지난 18대 총선 때 손학규나 한명숙, 김근태 같은 거물들이 수도권에서 낙선할 때 부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본인이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하면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자꾸 선거제도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열심히 지역구를 누비고,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면 얼마든지 당선된다. 정치를 입으로 하지 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

- 일각에선 조 의원께서 정치불신에 편승한 포퓰리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제가 한 주장 중에 틀린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는 것이 민심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사람은 해당행위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월급은 국민들이 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조경태 의원 프로필]

▲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보좌역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부산 사하구을)
▲ 열린우리당 원내 부대표
▲ 민주당 상향식공천제도혁신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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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