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김경재 전 의원이 박근혜정권의 홍보특보를 맡게 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박 대통령은 김 특보에게 야당과의 소통을 주문했지만 김 특보는 친노계와 앙숙관계로 유명하다. 때문에 임명 당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활동을 시작했던 김 특보는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김경재 청와대 홍보특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에 참여하긴 했었지만 그런 그가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홍보특보까지 맡게 된 것은 의외다.
한편 김 특보는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치권의 홍보전문가다. 일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러나 김 특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서 그 점을 오히려 큰 장점으로 활용했다.
집권 3년차. 박근혜정부는 지금 민심이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특보는 과연 박근혜정부를 향해 쌓여있는 세간의 오해들을 시원하게 걷어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임명 당시 화제를 모았던 김 특보를 취임 한 달 만에 다시 만나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지난 2월27일 청와대 홍보특보에 임명된 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었나?
▲ 제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임무는 정부의 정책이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미진한 것이 있으면 잘 풀어서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일부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제가 야당을 잘 아니까 야당과의 소통을 주문하셨고, 지금 호남이 이번 정부 들어서 소외됐다고 하는데 호남뿐만 아니라 국민여론을 종합해 가감 없이 보고해달라고 하시더라. 지금까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께서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을 자꾸 들으셨는데 제가 일을 시작한 후 소통문제가 많이 해소 된 것 같다.
- 야당과의 소통을 임무로 받으셨는데 김 특보께서는 제1야당의 당권을 쥐고 있는 친노계와는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진정한 대화라는 것은 적수와 하는 것이다. 친구끼리 하는 게 단합대회지 대화인가? 예를 들면 서희가 북방민족이랑 대화하는 것 그런 것이 협상이다. 그리고 친노 하고는 10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마찰 때문에 사이가 벌어진 것이지 현재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세상이라는 게 재밌다. 10년이 지나니 싹 바뀌었다. 예를 들어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은 노무현정부에서 장관했던 사람들인데 친노와 각을 세우고 탈당하지 않았나?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제가 문재인 대표나 친노계와 대화를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 홍보특보는 국정홍보의 역할도 하게 된다. 청와대는 민심이반 현상이 일어난 것이 홍보 부족의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현재 국민들에게 가장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예를 들어 지난해 벌어진 연말정산 논란은 정부의 의도하고 언론보도나 국민들의 이해와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또 공무원 연금 문제 같은 것도 지금 하루에 80억씩 국민의 혈세가 연금을 메우기 위해 들어간다. 이걸 고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하루에 100억씩 든다고 한다. 그래서 이걸 고쳐야 하는 것은 정치권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데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께서는 공무원 입장에서 권리를 빼앗겼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잘 설득하시려고 한다.
- 민심이반 현상이 일어난 데에는 정부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 않나?
▲ 솔직히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시행착오가 없을 수 있겠나? 그러나 본의가 곡해된 점도 상당히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금 정부가 사정작업을 벌이는 것을 두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몇 년 된 사건을 왜 이제 와서 수사하느냐?’ 이런 말씀들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말이 안된다. 그땐 그런 사실들을 몰랐으니까 못한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정작업은 이렇게 일시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성역을 가리지 않고 상시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비리를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 호남 출신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지역편중인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지역탕평인사를 건의할 생각은 없나?
▲ 물론 있다. 당연히 해야 한다. 대통령께서는 배신의 트라우마가 있다.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국정 3년차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국정에 자신감도 생겼고 이제는 탕평인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도 이제는 탕평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더라. 대통령인들 임기가 끝난 후에 탕평인사를 하지 않고 일부 사람만 썼다는 비판을 받고 싶겠나? 저도 좋은 사람이 발견되는 대로 서슴없이 천거하고 지역탕평인사를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 이미 지역탕평인사에 대한 건의를 했나?
▲ 그건 비밀이다.(웃음)
"대통령이 불통? 저한테 먼저 전화 주시는 분"
"정부 잘못도 있지만 사실 곡해된 것도 많아"
- 박 대통령은 불통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청와대 홍보특보로서 대통령과 소통은 잘되고 있나? 중진 친박계 인사조차 이른바 문고리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대통령과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는 정설처럼 되어 있다.
▲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분들과 인사는 했지만 그 분들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급한 일이 있어 부속실에 전화하면 직통으로 바꿔주시고 대통령께서 틈틈이 저한테 전화도 먼저 해주신다.
- 그렇다면 왜 소통이 안된다는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서 많이 생각한다. 감히 저와 대통령을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만 예를 들어 저만 해도 청와대 홍보특보가 된 후 별별 전화가 다 온다. 전화가 100통이 온다고 하면 95통 정도는 개인 청탁이다. 전화기에 이름이 뜨면 벌써 무슨 전화인지 감이 온다. 그래서 받지 않으면 대통령이 전화도 안 받고 소통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100통 전화 중 주옥같은 5통의 전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소통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대통령과 무엇을 소통하고자 했는지 먼저 반성해봐야 한다.
- 가장 최근에 홍보특보로서 박 대통령에게 건의 드린 사항은 무엇인가?
▲ 아이러니하지만 제가 대통령께 요즘 너무 소통이 잘돼서 문제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막 웃으시더라.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분이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냐고. 그래서 양쪽 면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씀드렸다. 대통령은 너무 다 까발려져서는 안 된다. 지도자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면 국민들이 지도자에게 관심을 안 가진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대통령에 대해 막 소설을 쓰고 복잡하게 만든다. 대통령은 정말 인기 없는 고난의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아우라랄까? 신비주의적인 경향이 좀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 김 특보께서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치권의 홍보전문가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홍보할 것인지 획기적인 복안이 있나?
▲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었다. 흠이라면 흠이었는데 저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서 오히려 큰 장점으로 만들었다. 당시 슬로건이 굉장히 대중들에게 잘 어필됐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번의 전국 순회경선을 거쳐 후보가 됐는데 그래서 ‘국민의 후보’라는 슬로건을 생각해 냈다. 저는 박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 시대를 여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다. 메르켈 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다. 이슈는 통일로 잡으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DMZ를 공동 개발하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서로가 총으로 겨누고 있던 곳을 산업화 시켜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자. 동족상잔 비극의 상징이었던 DMZ를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만들자는 것이 나의 복안이다.
-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다.
▲ 개헌의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 개헌 논의를 하면 현 정부는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헌을 논의하더라도 임기 마지막 해에 하는 것이 좋다. 그때 논의를 해서 차차기에 적용한다면 국민들도 공감해줄 것이다. 저는 개헌보다도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현재 선거제도는 실력 있는 인물이 정치권에 진입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다. 국회에 들어가려면 맨날 인사권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거나 만날 술사고 밥 사고 그러고 다닌다. 비례대표라는 것도 당대표가 사실상 자기사람 챙기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를 이끌어갈 만한 인재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런 훌륭한 사람들이 국회로 진입하지 못해 아쉽다.
- 앞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나는 대통령하고 운명을 같이하려고 한다. 국회의원을 8년 했는데 자기자랑 같지만 국회에 있을 때 입법활동 같은 것들을 착실하게 했다. 8년 동안 매년 최우수 국회의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젊은 후배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되고 임기가 끝나면 통일운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또 지금까지 책을 몇 권 썼는데 퇴임하면 글 쓰고 여행하고 그렇게 지내려 한다. 뭐 하러 다시 국회에 들어가겠나?
<mi737@ilyosisa.co.kr>
<김경재 청와대 홍보특보 프로필>
▲ 공군사관학교 교관
▲ <월간 사상계> 정치담당 편집자
▲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
▲ 제15~16대 국회의원
▲ 제18대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