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소속 광주 도전장 내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패거리정치 새정치연합, 회복 불가능"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광주가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다시 한 번 야권을 개혁하겠다며 4ㆍ29재보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천 전 장관이 광주 서구을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단숨에 호남발 정계개편이 시작될 수도 있다.

4·29재보선을 앞두고 호남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호남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호남을 휩쓸었고, 곧바로 치러진 7월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참에 호남에서는 기득권 세력인 새정치연합을 몰아내고 ‘호남판 자민련’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 후보로 나선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광주 서구을에서 승리한다면 야권은 단숨에 호남 발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12년 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정치권에 큰 파란을 몰고 왔던 천 전 장관이 또 한 번 야권을 개혁하겠다며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천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 탈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폭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야당은 수권대안세력으로 비전을 상실했다. 무능하고 계파 패거리정치만 횡행하고 있다. 이걸 전면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광주나 호남으로 내려오면 이런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새정치연합은 일당독점 기득권에 취해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됐다. 그러는 사이 정치는 대중에서 멀어졌다.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는 호남 정치인들은 중앙정치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 호남 출신의 대권주자 한 명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변화시켜야 했다.

-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의 개혁은 불가능했나?
▲ 야당이 개혁하겠다는 말을 해온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나? 나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60%가 정권교체를 바랐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개혁은 뒷전이고 내부적으로 계파 기득권 싸움을 벌이고 당원들은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서로 패권을 주고받는 계파 패거리 기득권 정치 속에 새정치연합은 회복이 불가능했다.
 
-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천 전 장관을 전략공천해주지 않자 탈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 전략공천을 준다고 해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현재 새정치연합은 공정하게 후보를 선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4·29재보궐선거 경선 과정만 봐도 그렇다. 어떤 고민도 없이 경선을 치렀고, 각 지역위원장이 후보가 됐다.

수도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광주는 그래서는 안됐다. 광주는 경선이 곧 본선과 다름없다. 시민들이 뽑아야 할 국회의원을 사실상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마음대로 뽑은 것이다. 후보 선출과정에서 후보들 간 토론회 한 번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호남정치의 부활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자민련처럼 지역주의 정당을 세우겠다는 뜻인가?
▲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호남정치의 부활은 ‘호남 개혁정치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호남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경제적으로 철저히 배제됐다. 사회적으로도 호남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이것을 극복하는 게 호남사람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낙후와 소외를 극복하자는 것을 지역패권주의로 매도하는 건 크나큰 오해다. 호남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인물도 키워야 한다.

"전략공천 준다고 해도 받지도 않았을 것"
"야권 분열보다 쇄신 없는 새정치가 문제"

-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지방선거에선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인지도에서 더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에게 패했다.
▲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저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지금 광주시민들은 광주 정치가 바뀌기를 열망하고 있다. 단순히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이 1명 더 늘어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이번 선거는 기득권 독점이 계속되느냐, 야권과 광주정치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느냐를 판가름할 중요한 선거다. 서구 주민들이 잘 선택할 것이다.

- 호남에서 야권 후보끼리 경쟁하면서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광주시민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믿어야 한다. 시민들께서는 새누리당의 폭주를 막고 정권교체를 이끌 수 있는 수권대안세력을 갈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는 철저히 야권 내 경쟁이 될 것이다. 만약에 수도권이라면 그런 염려가 좀 있을 수 있지만 광주에서는 그런 염려가 없다.  

 
- 앞으로 다른 야권세력과 연대하거나 통합할 가능성은 없나?
▲ 호남 1당 독점체재를 깨자, 또 앞으로 야권을 변화시키고 재구성해서 새로운 세력으로 만들고 정권교체에 기여하자,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연대할 수 있다. 저는 확고한 개혁의 방향에 동의하고 또 합리적이고 온건하며 개방적인 진보 세력들이 광범위하게 하나로 뭉쳐야 한국 정치에 희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 정당 안에서도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 국민모임의 경우는 천 전 장관과의 연대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 국민모임도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패권구조를 깨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력이 어떤 비전과 노선으로 나서야 하는가’는 저의 생각과 아직 조금 거리가 있었다. 국민모임은 이미 창당의 길을 가면서 ‘천정배 빨리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는데, 저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야권의 재구성을 이끌고 광범위하게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번 보궐 선거의 결과가 중요하다. 우선 선거에서 승리한 후 그 동력을 통해 야권을 재구성해야 한다.
 
- 이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광주시민들 반응은 어떤가?
▲ 만나는 분들마다 “호남에서는 오랫동안 새정치연합이 독점 기득권에 안주하고 무기력에 빠져있다”는 비판들을 많이 하셨다. 야당이 그동안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새정치연합 공천을 안 받고 무소속으로 당선되기 어려운데 참 어려운 결정했다”며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광주시민들이 저에게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옐로우 카드도 보내고, 전체 야권을 변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계신다고 느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야권의 분열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은 분열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너무나 엄중한 시기다. 전면적인 쇄신 없이는 가망이 없다. 그 점을 이해 부탁한다. 비록 탈당했지만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지지자들을 떠난 것은 아니다. 잠시 당을 떠났을 뿐이다. 다음 대선에선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대의에 맞게 행동하겠다.

 

<mi737@ilyosisa.co.kr>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프로필]


▲ 김&장 법률사무소 국제변호사
▲ 제15~18대 국회의원 (경기 안산시단원구갑)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제57대 법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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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