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특별인터뷰' 민우아빠 이종철씨

“제발 인양하지 말란 말만 말아 달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식 잃은 슬픔은 사자성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아픔은 말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 즈음,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지만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직 2014년 4월16일을 붙잡고 망부석이 된 채 인양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단원고 2학년 7반 학생은 총 34명, 그 중 33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꿈 많은 민우도 포함돼 있었다. 평소 다정다감했던 민우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밝힌 민우아빠 이종철씨. 아들과 하고 싶던 것이 너무도 많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인터뷰 도중 눈가가 촉촉이 젖어갔다.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 <일요시사>가 민우아빠를 찾아가 가슴 시린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민우아빠와의 일문일답.

- 생업을 제쳐두고 광화문 광장에 나오셨다. 나오신지 얼마나 되셨나?
▲ 단식할 때부터 나왔으니까 9개월 조금 넘었다.

- 힘들지 않나? 수척해 보인다.
▲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일베’라든지 몇몇 보수단체 측에서 찾아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싸워야 했다. 그러나 마음이 아픈 게 더 힘들다. 진상조사해서 우리 아이들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버티지 그것만 아니면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 세월호 1주기가 다가왔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국민안전의 문제에서 정치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유가족의 시선으로 되돌아본다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우린 4월16일 그 시간에 멈춰있는데, 믿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특별법 만들어 달라고 국회 농성을 했고, 결국 반쪽짜리지만 어느 특별법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법이 되었다 생각한다. 현재 시행령이 발표됐는데, 내용을 보면 가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겠다는 말과 같다. 참…싸우기도 많이 했는데 한편으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싶다. 날짜만 흐른 게 아닌지 걱정된다.

- 실례가 안된다면 민우에 관한 얘기를 해줄 수 있나?
▲ 제일 난감한 질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 빼고는 함께 놀아준 기억이 잘 없다. 직장생활에 쫓겨 민우가 자고 있을 때 나가고 귀가했다. 그게 한스럽다. 민우는 다정다감했다. 우리 가족을 서로 연결시켜준다고 해야 되나. 낚시를 굉장히 좋아했다.


- 4월16일, 민우와 대화를 나눴나?
▲ 못했다. 그 전날에 잘 갔다 오란 말만 했다. 4월16일에는 오전 9시22분에 민우가 엄마랑 통화했다. 지금 배가 기울어졌다고 말했단다. 민우의 마지막 말이 물이 들어오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엄마는 ‘거기 말 잘 듣고 있어라’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민우엄마는 그때의 기억에 죽을 만큼 힘들어 한다. 마지막 말이 선원들이 한 말이랑 똑같았으니까.
 

- 전원 구조 오보가 났었다.
▲ 사실 보도보다 민우를 더 믿었다. 키가 181cm에 수영도 무척 잘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을 만큼 부지런했다. 그래서 사고가 난 시간이면 민우는 벌써 갑판 위에 올라가서 놀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나중에 사진 찍힌 걸 보니 선미 중앙 쪽에서 구명조끼 입고 누워있더라. 몇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갑판인데…. (눈물) 민우는 7일 만에 나왔다. 6시43분에 인근 해역에서 떠올랐다. 바지선 옆에서 떠올라 기름이 얼마나 많이 묻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민우는 학생증을 가지고 있어 찾을 수 있었다. 일자로 누워있는데 주먹을 꼭 쥐고 있더라. 처음엔 너무 말라있어서 몰라봤다. 식물인간이 돼도 좋으니 목숨만 붙어 나오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이 많이 분노하고 아파했다. 보셨나?
▲ 5월8일, 청운동을 나와서 새벽 3시에 함께 봤다. 그걸 본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파출소까지 찾아갔다. 같이 죽자 그런 마음이었다. 민우 찾았을 때는 슬프기만 했는데 동영상 봤을 때는 ‘저렇게 해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드니 미치겠더라. 분노를 억누르고 안산으로 내려가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옆 반 아이의 부모님이었는데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는 먼저 갑니다. 다음 세상에서 봐요”라고 보냈더라. 보도가 안되서 그렇지 자살시도가 많았다.

“함께 낚시 가려 했었는데…7일 만에 떠올라”
시행령, “가해자가 가해자를 심판하겠다는 것”

- 민우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수학여행 갔다 오면 함께 낚시가려고 준비를 다 해놨었다. 지금은 낚싯대를 닦아놓고 집에 고이 놔두고 있다. 민우가 바다를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초등학교 때 꿈이 어부였다. 대학생이 되면 술도 한 잔하고 싶었다. 군대 가면 면회 자주 가야되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도 민우가 가끔 꿈에 찾아온다. 49제 때 와서 “아빠 그만 울어. 나 어떻게 하라고”라고 말하더라. 생일이 12월9일인데 그전에 다시 왔었다. 살이 쪄서 찾아와서는 옆 섬으로 떠내려가 살고 있었다고 전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민우가 죽었다는 사실에 꿈인데도 울음이 났다. 찾아오면 좋은데 한 번 나오고 나면 며칠 동안 힘들다. 그래도 꿈에서라도 보니 좋더라.

- 배상·보상 얘기가 먼저 나와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은데.
▲ 배상은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밝혀졌을 때 나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밝혀진 상황에서 자식 죽었다고 배상하나? 4억2천이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큰 금액이다. 모든 걸 돈으로 덮으려는 데에 화가 난다. 문제는 뭐만 하면 돈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우리 자식들이 돈 때문에 죽었는데 계속 돈 얘기다. 돈이야 벌면 되지만 자식은 돌아오지 않는다.
 

- 일각에서는 인양에 대해 반대를 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위성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는가?
▲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실종자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죽은 시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나. 6·25전쟁 희생자도 유골을 찾지 않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규명이고 책임자 처벌이다. 선체 하부에 모든 증거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큰 배가 1시간20분만에 가라앉을 리 없다. 충격이 있었거나 어디가 뚫어져 있으니 그렇지 않았겠나.

- 삭발을 했다.
▲ 삭발의 의미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시행령 전체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모르는 게 있는데, 단원고는 자식을 보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법에 타협할 수 없다. 삭발했을 때 여기 뼈를 묻는다는 다짐을 했다. 마지막까지 안됐을 경우 하늘공원에 가서 납골함을 빼서 여기 묻자는 마음이다.


- 인터뷰를 읽고 있는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지금 내 일이 아니라고 나에겐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면서 아픔을 많이 겪어 봤지만 자식 잃은 아픔을 국민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제발 (인양)하지 말라는 말씀만 안 해 주셨으면 한다. 하는 건 저희가 할 테니 제발 그 말만은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 최소한 국민의 생명만큼은 지켜줄 수 있는 나라에서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 하늘나라의 민우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말도 안되지만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한 번의 기회, 단 한 시간만 있다면 밥 한 번 먹고 보냈으면 싶다. 아빠가 금방 간다고 전하고 싶다. 아이고, 눈물 나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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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