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성범죄 실태 보고서

사방에 늑대 우글우글 "안전지대가 없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 연구총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성폭력이 8113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요시사>에서는 연구총서를 바탕으로 성범죄의 유형을 분석해보고 이에 따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호순, 고종석, 김길태, 김수철, 김점덕, 오원춘, 유영철, 조두순.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이들은 모두 성폭력범이다. 2003년 유영철 사건부터 올해 고종석 사건까지 성폭력범들의 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흉악해지고 그 범죄자수 또한 늘어나고 있어 우리 사회의 성폭력 예방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47.7%
관광지도 위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연구총서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그동안의 연구와는 달리 성폭력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하는 도구를 개발해 연구에 적용함으로써 특정 지역의 상대적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 수치를 제시했다. 특히 범죄 발생 현황과 미래 발생 가능성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범죄 위험성 개념을 재정립시켰다.
 
전국 시도별 성폭력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강간 32768, 강제추행 48073, 정보미상 295건으로 성폭력 건수는 무려 81136건에 달했다. 이중 서울이 만905(25.7%), 경기도가 17920(22%)으로 수도권에서만 47.7%에 달해 전국 성폭력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중 강간의 경우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경기도 가평군, 충남 태안군, 인천 옹진군 등 관광객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인구수를 감안한 발생률을 살펴보면 서울, 부산, 광주, 인천, 제주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경남, 경기, 경북, 전북, 전남 등에서는 적게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성폭력이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가 각각 46.1%, 42.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발생건수와 발생비, 증가율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광주광역시가 가장 위험했으며 제주와 인천도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북, 전남, 충북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끊이지 않는 강간과 강제추행
해마다 흉악해지고 건수 늘어
 
전국 251개 시군구 성폭력 발생율과 인구밀도, 범죄취약 여성 구성비 등을 토대로 산출한 자료로 성폭력 위험도를 분석해 본 결과 서울시 중구가 강간 125.16, 성추행 233.93점으로 종합 203.78점을 기록해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강간보다는 성추행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점을 미뤄 지하철에서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시 중구의 경우 서울역(14호선, 공항철도), 시청역(12호선), 을지로3가역(23호선), 을지로4가역(25호선), 충무로역(34호선) 등의 주요 환승역이 소재해 있다.
 
다음으로 성폭력 위험도가 높은 곳은 대구광역시 중구, 서울시 종로구, 수원시 팔달구, 광주광역시 동구로 나타났다. 네 번째로 성폭력 위험도가 높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경우 강간 위험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팔달경찰서 신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추행은 서울시 중구
강간은 수원시 팔달구
 
2012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오원춘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한 이 지역은 수원의 3개 경찰서가 분할 담당하고 있어 치안공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또한 골목이 구불구불하고 사각지대가 많으며 가스배관이 창문 바로 옆에 설치된 다세대 주택이 집중돼 있어 침입형 범죄에도 취약해 보인다. 반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무대였던 경기도 화성시는 종합 점수 88.06(강간 81.42, 성추행 93.6)으로 202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속했다.
 

이번 연구의 읍면동별 분석에는 전체 81136건의 성폭력 건수에서 시군구별 정보 미상 295건과 읍면동 정보 미상 2283건을 제외한 78558건의 성폭력이 적용됐다. 성폭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읍면동은 전국 385개에 달했으며, 강간은 664, 강제추행은 750개로 조사됐다.

 
수집된 성폭력 자료를 중심으로 범죄발생의 특성을 살펴본 결과 성폭력 유형에서는 강제추행(60.5%)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범행 동기 유행에서는 성욕해결이 70.8%를 기록해 가장 높았으며 단순 호기심(17.1%)이 그 뒤를 이었다. 범행의 유발성 정도에서는 우발적(67%), 계획적(30.8%) 순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당시 가해자가 술에 취한 경우는 41.1%였으며, 정상적인 상태가 55.8%로 더 높게 나타났다. 피해자의 경우에도 정상적인 상태일 때가 71.4%로 가장 높았다. 성폭력의 발생 시간을 알아본 결과 새벽(06)43%, 저녁(1924)31%로 주로 야간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전·오후(718)27%로 나타났다.

광주 우범지역 경북·충북 안심
성욕해결 70% 우발적 67%
 
범행에 걸린 시간은 10분 이내(45.8%)로 가장 높았으며 1030분 이내가 22.7%, 301시간 이내가 16.6%로 성폭력 범행은 주로 1시간 이내에 강제력 행사가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범행 지역은 상업시설(41.5%)과 주거시설(21.1%), 도로 및 교통시설(17.8%), 공공시설(11.3%)로 나타나 73.3%의 성폭력이 실내에서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셉테드 특성별로 살펴보면 자연적 감시 측면에서 성폭력 장소의 특성은 시야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지역(55.5%)’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역(60.5%)’이 성폭력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장소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이번 연구총서를 공개하면서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성폭력 위험 노출도가 높으며, 가해자는 독신 남성으로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없는 자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현장조사를 통해 관할인구 대비 경찰관 비율, 가스배관 덮개 설치, 침입 경보 및 출입 감시 장치, 출입문 시정장치, 보안등 성능 및 간격 등의 취약한 경우가 많은 점도 지적했다.
 
가스배관 개선
시정장치 점검
 
또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주거 불안정과 같은 사회적 구조 요인과 부정적 토지 이용과 같은 물리적 구조 요인, 피해자의 일상 생활이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기 쉬운 상황적 요인 등이 일차적으로 성폭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판단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은 출입문 시정 및 침입경보와 같은 접근통제 장치 설치 및 수리, 그리고 보안등과 같은 CCTV 설치를 지적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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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