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임박한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의 전말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주목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13일 나주경찰서가 2001년 2월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4년 만에 살인범을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미제사건인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과 최근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001년 2월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 박모(당시 17세)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박양의 시신에서 성폭행을 당한 흔적과 목이 졸렸던 흔적이 발견됐으나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30분경 박양의 지인인 유일한 목격자의 “그날 새벽 광주시 남구의 한 식육점 앞에서 박양이 20대 남성 두 명과 얘기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기술로
수사 불가능”

그러나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나주에 가게 된 경위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등 수사가 점차 난항을 겪게 되자 용의자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 한 달여 만에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은 “당시 기술 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초기에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화됐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남성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으로 지목된 유력한 용의자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38ㆍ사건 당시 24세)씨였다.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에게 거짓말탐지기와 행동분석까지 실시했으나 김씨의 진술이 모두 진실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목격자도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해 증거불충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검찰은 “용의자와 박양이 서로 좋아해 성관계를 갖는 사이였다”며 용의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법조 관계자는 “정황 증거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성관련 범죄에서 이 정도의 증거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불기소 사유에 대해 여론은 비난을 쏟아냈다. DNA가 일치한 용의자가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목격자가 박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단 한 번 어두운 밤에 마주쳤기에 10여년이 지난 후 용의자를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의자 김씨는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형무소에 복역 중이었으며 목격자 진술 외에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무혐의 처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전남지방경찰청은 2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시 한 번 나섰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움직이던 전담팀은 1년여만에 해체돼 비난을 받았다. 사건 기록을 담당하고 있던 광주경찰청도 사건 자료 분석에만 한 달 넘게 걸리는 장기 미제사건을 두 명의 전담팀에게 맡겨 ‘생색내기식’ ‘보여주기식’ 치안 행정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해 12월 미제사건포럼이 출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출신 고병천씨를 중심으로 한 미제사건포럼은 전·현직 형사 다섯 명과 범죄학자, 변호사 등 총 일곱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첫 번째 대상으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맡았다.

성폭행 흔적 있는 여고생 시신 발견
용의자 못찾고 한달 만에 수사 종결

지존파와 온보현 사건 등의 굵직한 강력사건을 수사했던 미제사건포럼의 핵심인 고씨는 “30년 형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건의 미제사건도 남기지 않았다”고 포부를 밝히며 “여성의 신체부위에서 나온 DNA는 피할 수 없는 증거라고 보이는데 불기소 처분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렇게 포럼을 꾸려 추적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간이 오래돼 증거들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의지를 가지고 수사하면 반드시 피할 수 없는 무형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며 “김씨를 조사한 게 사건이 나고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부정적 진술을 했다고 해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4년전 사건
범인 잡힐까

미제사건포럼은 유력한 용의자로 김씨를 주목하고 있다. 고씨는 “용의자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안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제사건포럼은 피해자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박양의 아버지는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알콜 중독으로 이미 숨졌다. 가족의 사건 진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3일 나주경찰서도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해 다른 결론을 낸 후 또 다시 검찰에 송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수사 초동 단계에서 놓친 점이 있는지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 김씨와 박양간의 성관계와 살인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양이 사건 당일 새벽 1시15분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기록과 새벽 3시 경에 집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 채팅을 통해 만남을 가졌던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이는 목격자가 박양을 발견한 시각보다 2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목격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는 증거로 보인다. 특히 목격자가 김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10여년이 지난 후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2월3일이다. 지난 2007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 개정됐으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난 법률이 적용돼 15년이다. 남은 11달 이내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질지가 주목된다.

14년 만에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장기 미제살인사건의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공소시효가 5달밖에 남지 않았으나 재수사 여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료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부랴부랴 재수사…결과는?

수사 편의주의라고 비난하는 한 시민은 “사건·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며 “억울하게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며 가슴 아파할 유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려 경찰이 조금만 더 힘써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재수사하면서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경찰 측의 언론플레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 유가족으로부터 재수사 의뢰를 접수하곤 한다”며 “예전에 비해 기술이 좋아져 수사가 보다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10여년 전의 사건은 추가 자료 확보에 차질을 겪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게 경찰의 마음이지만 모든 사건을 전부 다 조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000년 이후 장기 미제사건으로 기록된 사건이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나주 간호사 살해사건(2000년 8월), 내방동 임산부 살해사건(2001년 9월), 용봉동 여대생 테이프 살해사건(2004년 9월), 중흥동 회사원 둔기 살해사건(2005년 5월) 등으로 아직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
 

7년째 오리무중인 광주 식당 주인 살인사건도 미제사건 중 하나다. 2008년 10월20일 오전 10시50분경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식당 주인 최모(당시 66세)씨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용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경찰은 식당 건물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은행 창구 CCTV에 찍힌 사진과 은행전표 이외에는 신원을 확인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 발생 5년 후인 지난 2013년 지문판독시스템이 개발되자 은행전표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신원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되는 62세의 남성은 현재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조회도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공개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 행정망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현상수배범에 포함시켜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진 토막 살인
점점 미궁 속으로
 

지난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사건을 수사할 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지난 1월9일 경북 울진군 평해읍 못골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사람의 것으로 판단되는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 뼛조각 수십여 점이 발견됐다.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확보한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감식 결과 뼈를 인위적으로 자른 흔적이 발견돼 토막 살인으로 밝혀졌다. 감식 결과에 따르면 변사자는 157∼166cm의 키에 혈액형이 A형인 40대 여성으로 지난해 1월에서 10월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변사자는 고어텍스 계열 재질의 코 보형물이 발견돼 코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전국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변사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변사자의 뼈에서 추출한 DNA를 가출 및 실종자, 미귀가자 신고 대상자의 DNA와 대조했으나 모두 불일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사자의 뼈가 발견된 현장에는 변사자의 양손 뼛조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살해자가 신원 파악이 될 것을 염려해 다른 곳에 유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evernur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