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자기야 저주' 설왕설래

방송에서 그렇게 싸우더니 결국 이혼 소송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자 현 해설가 겸 스케이트 코치 김동성이 이혼 소송 진행 중이다. 지난 2004년 결혼한 김동성, 오유진 부부는 슬하에 1남1녀의 자녀가 있으며 현재 양육권 관련 재판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대중 앞에 결혼 11주년 리마인드웨딩앨범을 공개해 불화설을 무마시켰으나 불과 두 달만에 이혼 사실을 밝혀 충격을 안겼다.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출신 김동성은 '국민 스포츠스타'로 유명하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김동성은 미국 안톤 오너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빼앗기고 만다. 이후 같은 해에 개최된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는 다른 선수들을 한 바퀴 반 이상 앞질러 금메달을 차지하는 활약상을 보여준다.

루머가 사실로?

이 대회에 안톤 오너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분노의 질주'를 선보였다는 김동성은 이후 국내외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세계 스포츠스타로 자리매김한다. 김동성은 지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하얼빈동계아시아경기대회, 나가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렸다.

2002년 이후 잦은 부상으로 인해 악재에 시달려온 김동성은 2004년 8월 서울대 음악대학에 재학 중이던 오유진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이듬해인 2005년 김동성은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남1녀의 자녀를 둔다. 2011년에 다시 한국을 찾은 김동성은 유승준, 백지영 등의 톱스타를 배출한 아톰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방송인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다.

권영찬닷컴 소속의 스타 강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기업에서 `인생의 열정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동성은 KBS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내와 함께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잉꼬부부임을 과시했다.


지난 1월에는 결혼 11주년 기념 리마인드웨딩촬영 사진을 대중 앞에 공개해 불화설을 무마시키기도 했으나, 두 달 만에 이혼 소송 사실을 밝혔다. 부부의 불화설은 지난 2012년 7월에도 제기됐다. 아내 오유진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각 언론사에 “김동성과 별거 중이며 이혼 소송 중이라 제보한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서류를 접수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한 것이다. 사건 조사 결과 아내를 사칭한 사기범의 거짓 제보임이 밝혀졌다.


김동성의 이혼 소송이 확실해지자 누리꾼들은 부부의 지난 방송 출연 자료를 제시하며 그동안의 불화설에 대한 자료가 근거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지난 2012년 5월3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윤종신은 유명 톱스타 부부의 파경 원인 제공자로 김동성을 지목했다. 김동성은 일명 '찌라시'인 연예인 X파일에서 유명 연예인의 파경 원인 제공자가 ‘허벅지가 굵은 스포츠인’이라 표현돼 있었을 뿐 본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2년 12월8일 SBS <스타부부쇼-자기야>에서는 오씨가 김동성의 바람둥이 기질을 폭로했다. 결혼 일주일 전, 김동성이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하고 있었으며, 결혼 하루 전날에도 한 여성과 영화관을 찾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동성은 아내의 가출 콤플렉스를 꼬집으며 반문했다. 미국에서 살 당시 싸우고 나면 2박3일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도 나이트클럽에 몰래 다녀온 사실을 안다고 밝혔다.

김동성-오유진 부부 이혼소송 중
출연진 잇달아 파경…벌써 8번째

지난 2013년 7월5일에 방송된 KBS <가족의품격-풀하우스>에서 김동성은 “결혼 9년 동안 단 한 번도 아내에게 아침밥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결혼 전인 20대 초반까지 잘 먹고 다녔다”고 폭로했다. 이에 김동성이 오씨에게 프로포즈가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김동성은 오씨를 중국집으로 불러내 “야, 됐지?”라며 반지를 건네 오씨를 화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불화설이 유독 잦았던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11월15일 방송된 MBC <님과 함께>에 출연, 부부 위기 극복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부의 일상을 담은 관찰카메라를 보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연 속에서 오직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부부관계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언성을 높이며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의 모습이 그려져 불화설이 입증됐으나 프로그램 참여로 원만한 부부 관계를 회복했다. 부부싸움에서 오씨는 술을 마신 후 늦은 귀가를 한 김동성을 향해 “이렇게 사는 거 지겨워. 알아?” “당신과 얘기 안 통한다”고 언급했다. 프로그램에서 두 부부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사소한 일에도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점을 문제 삼아 ‘철부지부부’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한편 <스타부부쇼-자기야>의 출연 부부의 잇따른 이혼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자기야 저주’가 김동성 부부에게도 찾아왔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이번 김동성, 오유진 부부의 이혼은 <자기야> 출연 부부 중 8번째 이혼부부다. 그동안 자기야 저주에 걸려 이혼 도장을 찍은 부부는 양원경-박현정, 이세창-김지연, 배동성-안현주, 김혜영-김성태, 고 김지훈-이종은, 김완주-이유진, LJ-이선정 부부다.

김동성 부부의 이혼을 두고 현재까지 정확한 이혼 사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대부분 안타깝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Dill****은 “김동성의 리마인드웨딩 촬영은 부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 중의 하나였던 건가 싶다. 아들과 딸이 있던데 사진에서처럼 다시 해맑게 웃으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뒤늦은 바람이 있을 뿐”이라고 아쉬움을 더했다. je2****는 “김동성의 가족은 지방이나 해외 강연 및 촬영이 있을 때마다 함께하는 것으로 안다. 김동성은 한 방송을 통해 인생의 가치에서 가족이 최우선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혼을 한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자기야 저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누리꾼도 있었다. inow****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고 김지훈씨 같은 경우는 공교롭게도 자기야에 출연한 뒤 결혼생활을 청산했다는 점에서 ‘자기야 저주’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자기야 제작진은 스타 부부의 오해와 다툼을 강조해 이를 방송에 노출시킴으로써 방송 시청률을 높여 왔다. 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더 큰 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수차례 불화설

ever****는 “그동안 김동성 부부의 불화설이 수차례에 걸쳐 제기돼 왔고 이번 이혼 소송으로 불화설이 사실임이 입증됐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 법이라지만 여론이 두 사람의 이혼을 몰아간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거 같다.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해오면서 있었을 좋은 기억보다 안 좋았던 기억만 남기지는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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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