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 '300억 사기분양' "은평구청, 책임져라"

비대위, NC백화점내 분할등기로 170여명 피해 제기

[일요시사=경제2팀] 3년전 백화점 내 300여평의 규모의 씨푸드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170여명의 수분양자에게 300억대 사기분양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청 앞에는 팜스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윤중, 이하 비대위) 40여명의 분양피해자들이 모여 은평구청을 상대로 지난 2011년 4월 (주)팜스에프앤디가 오픈한 서울 불광동 소재 NC백화점 16층 '예스마레' 씨푸드레스토랑의 분할등기 승인한 것에 대해 사기분양의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집회를 가졌다.

(주)팜스에프엔디는 2010년 5월부터 분양주 모집을 시작했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170여명의 수분양자를 모집했다. 당시 웨딩홀로 쓰였던 상가를 작은 면적으로 분할하여 구분등기를 하고 이를 은평구청의 승인을 얻어 분양했다. 회사측은 이를 다시 임차하여 초대형 레스토랑을 만들어 경영자에게 맡겨 이를 운영하며 분양자들에게 10년간 임차료를 지급하기로 보장했다.

당시 분양 계약조건으로 10년간 매달 확정수익(8.5%)의 월세와 분양면적 대비 적정 수익 배당금 지급, 개별등기 분양, 종부세 무관, 전매제한 없음 등을 내세우며 수많은 계약자를 통해 300여억원을 모집했고 '예스마레' 레스토랑은 현재 영업중에 있다.

이날 비대위는 (주)팜스에프엔디가 2호점(화정점), 3호점(백석점)을 계획했으나 해당관청의 구분등기 승인 허가를 얻지 못하고,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자 결국 작년 12월부터는 임차료 지급이 끊기고 사업정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NC백화점 16층은 채권최고액 66억이 대출돼 있는 상태였고, 추후에 프리미엄 붙여 되팔아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아 말소당한 피해자들도 많다. 처음부터 유사수신 행위였고 계약금 안에 포함된 수수료를 챙기려는 직원들과 팜스의 사기분양이었다. 여기에 공무원이 실사도 하지 않은 채 서류만으로 구분등기 승인을 허가한 은평구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일선에서 은퇴한 고령자이거나 안정적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 투자한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주)팜스에 투자했다 화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참가한 피해자 김모(54)씨도 있었다.

상복을 입은 김씨(사진)는 "치매상태라 판단능력이 부족한 아버지(79)를 땅과 집을 담보로 대출받게 하고 잔금불입을 종용해 결국 아버지는 화병으로 돌아가셨다. 이미 세상을 뜨신 아버지 한풀이라도 해드리고 싶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미 2년여 전부터 여러 피해자들이 사기분양에 대해 소송을 진행해 현재 고등법원과 서부지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바 있다.
 

판결문에는 "은평구청 및 은평등기소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이 사건 각 부동산은 -중략- 구조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는 바, 구분소유권의 목적의 등기는 무효이므로, 원고는 구분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했다.

판결문은 이어 "구분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부동산 취득 목적은 원시적 불능이어서 무효이므로, 수령한 금원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주)팜스애프앤디는 본점이 성공리에 운영되면 향후 3년내에 5호점까지 계속해서 오픈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경기 덕양구청에서는 화정점의 분할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백석점도 마찬가지로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분할등기 승인허가를 내준 은평구청은 피해자들이 사기분양을 제기하며, 원천적으로 팜스측에 분할등기 승인을 내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사기분양의 근거를 제공한 책임을 구청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은평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구청은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근거해 승인을 한 것이다. 이미 지나간 승인에 대해서는 취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며, 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사기분양을 주장하며 분노하는 피해자들에게 (주)팜스에프엔디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관하고 있고, 이를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도 어떠한 응대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관식 기자 <shi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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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