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보' 안철수의 좌충우돌 도전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3: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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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달려라 달려 쌩~쌩"

[일요시사=정치팀] 아직도 '초보티'를 벗지 못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에 입성한 후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지만 정치경력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초보정치인'이다. 그의 험난한 정치 입성기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4월26일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회에 등원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지만 그의 긴장된 표정은 그가 어디까지나 정치초보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날 의원 선서를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던 안 의원은 한 의원으로부터 "선배들한테 인사하고 가야지!"라는 호통을 들었다. 안 의원이 단상에 오르내릴 때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동료의원들에게도 인사하는 관례를 잊은 것이다.

당황한 안 의원은 곧장 걸음을 멈추고 의원들에게 인사했다. 의원들은 그런 안 의원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박수를 쳐줬다. 영락없는 신입생의 모습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한 안 의원은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영락없는 신입생


반면 재보선 승리로 이날 안 의원과 함께 19대 국회에 첫 등원한 5선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동료의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등 안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당체제를 종식시키겠다는 다부진 꿈을 꾸고 있는 그이지만 안 의원은 어디까지나 정치초보다. 그의 정치경력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다. 국회에 적응하기도 빠듯한데 정치세력화와 창당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신경쓰려다 보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안 의원 진영은 언론 대응 미숙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안 의원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2년에는 안 의원 측이 기자단 취재 내용에 간섭하는 등 언론통제를 하려 한다는 항의를 받고 대선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취재단은 협소한 현장 상황 등의 이유로 모든 취재진이 현장에 들어가기 어려울 때 대표기자들을 정해 취재를 한 뒤 이를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기자들과 공유하는 풀(POOL)단 취재의 경우 안 의원 측이 일일이 내용을 확인한 후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안 의원에 대해 질문하려는 기자들을 측근들이 지나치게 막아서는 등 취재 방해 행위가 있었다는 불만을 제기했었다. 이같은 언론 대응 미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안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서울시장후보와 2012년 대선후보 자리를 민주당에 양보했으니,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를 받아야 할 차례가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러자 안 의원 측은 인터뷰 도중 농담으로 한 얘기였다며 해명했고, 해당 언론사와 안 의원 측은 모두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해석에 대한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이같은 해프닝 역시 미숙한 정치 경험 탓이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에는 최근 안 의원 측 모 인사와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던 중 갑자기 담당보좌관이 연락을 받지 않고 일명 잠수(?)를 타버리는 황당한 사례를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창당 일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언론의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소수 인원이 많은 언론들에 대응하다보니 언론들 입장에서는 안 의원 측의 언론 대응이 미숙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 측은 각종 행사 주최 과정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 시절 한 대학에서 특강을 가졌으나 북새통을 이루던 종전 강연들과는 달리 빈자리가 수두룩해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총 2000석 규모 강연장에 참석한 인원은 5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주최 토론회 텅텅 비고, 언론대응 미숙 '원성'
새정치 개혁안도 정치 현실 모른다 '코웃음'


급기야 행사도중 주최 측이 빈 의자를 철거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일정이 급하게 잡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이같은 미숙한 행사 진행은 최근에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 의원이 주최한 한 토론회가 텅텅 비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치인이 행사를 개최하면 실무자들은 참석자 초대에 가장 고심한다. 참석자가 없을 것 같으면 장소의 크기를 줄인다. 사실 정치인이 주최하는 행사의 내용을 보려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가? 해당 정치인이 얼마나 세력을 가졌는가 과시하는 것도 행사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는 세력 싸움이다. 정치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것이 허세나 구태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분명히 심리적으로 먹힌다"라며 "하물며 인지도가 없는 지방의원들도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는 사돈에 팔촌까지 불러 행사장을 꽉꽉 채우는데 안 의원 정도 되는 거물이 이런 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또 있었다.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새정치'라는 명칭을 당명에 사용하는 것과 관련 정당법 위반이라는 논란을 겪고 있다. 이미 새정치국민의당이란 이름의 정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최근 신당의 가칭을 '새정치연합'으로 정했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의 명칭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국민의당은 지난 2012년 11월1일 '희망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창당해 지난 2013년 7월4일 '새정치국민의당'으로 개명했다. 안 의원 측으로선 두 눈 뜨고 이름을 빼앗긴 것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신당의 명칭을 전혀 다른 새로운 명칭으로 다시 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지도가 낮은 안 의원의 신당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신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문을 벌이다 새정치신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문을 벌이자 지지율이 무려 6%나 폭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새정치신당이란 명칭으로 홍보를 해놓고 새정치란 단어를 제외하고 또다시 전혀 새로운 당명으로 창당을 한다면 이 같은 결과가 지방선거에서 재현될 수 있다.

안 의원이 여전히 새정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정치적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새정치를 기치로 정치권에 바람을 몰고 왔으나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의 최측근들도 새정치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초보의 과속


지난 대선과정에서 살짝 공개한 새정치는 고작 의원정수 감원, 당론 폐지 등 비전문적이고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들에 그쳤다. 이 같은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존 정치권은 정치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의원은 정치권에 입성한 후 모호하다, 간 본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모호할 수밖에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의원은 정치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의 한 관계자는 "다소간의 실수나 좌충우돌은 노련한 정치인들도 겪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안 의원이 정치초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고 그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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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