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보' 안철수의 좌충우돌 도전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3: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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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달려라 달려 쌩~쌩"

[일요시사=정치팀] 아직도 '초보티'를 벗지 못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에 입성한 후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지만 정치경력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초보정치인'이다. 그의 험난한 정치 입성기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4월26일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회에 등원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지만 그의 긴장된 표정은 그가 어디까지나 정치초보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날 의원 선서를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던 안 의원은 한 의원으로부터 "선배들한테 인사하고 가야지!"라는 호통을 들었다. 안 의원이 단상에 오르내릴 때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동료의원들에게도 인사하는 관례를 잊은 것이다.

당황한 안 의원은 곧장 걸음을 멈추고 의원들에게 인사했다. 의원들은 그런 안 의원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박수를 쳐줬다. 영락없는 신입생의 모습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한 안 의원은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영락없는 신입생


반면 재보선 승리로 이날 안 의원과 함께 19대 국회에 첫 등원한 5선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동료의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등 안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당체제를 종식시키겠다는 다부진 꿈을 꾸고 있는 그이지만 안 의원은 어디까지나 정치초보다. 그의 정치경력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다. 국회에 적응하기도 빠듯한데 정치세력화와 창당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신경쓰려다 보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안 의원 진영은 언론 대응 미숙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안 의원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2년에는 안 의원 측이 기자단 취재 내용에 간섭하는 등 언론통제를 하려 한다는 항의를 받고 대선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취재단은 협소한 현장 상황 등의 이유로 모든 취재진이 현장에 들어가기 어려울 때 대표기자들을 정해 취재를 한 뒤 이를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기자들과 공유하는 풀(POOL)단 취재의 경우 안 의원 측이 일일이 내용을 확인한 후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안 의원에 대해 질문하려는 기자들을 측근들이 지나치게 막아서는 등 취재 방해 행위가 있었다는 불만을 제기했었다. 이같은 언론 대응 미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안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서울시장후보와 2012년 대선후보 자리를 민주당에 양보했으니,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를 받아야 할 차례가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러자 안 의원 측은 인터뷰 도중 농담으로 한 얘기였다며 해명했고, 해당 언론사와 안 의원 측은 모두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해석에 대한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이같은 해프닝 역시 미숙한 정치 경험 탓이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에는 최근 안 의원 측 모 인사와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던 중 갑자기 담당보좌관이 연락을 받지 않고 일명 잠수(?)를 타버리는 황당한 사례를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창당 일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언론의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소수 인원이 많은 언론들에 대응하다보니 언론들 입장에서는 안 의원 측의 언론 대응이 미숙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 측은 각종 행사 주최 과정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 시절 한 대학에서 특강을 가졌으나 북새통을 이루던 종전 강연들과는 달리 빈자리가 수두룩해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총 2000석 규모 강연장에 참석한 인원은 5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주최 토론회 텅텅 비고, 언론대응 미숙 '원성'
새정치 개혁안도 정치 현실 모른다 '코웃음'


급기야 행사도중 주최 측이 빈 의자를 철거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일정이 급하게 잡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이같은 미숙한 행사 진행은 최근에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 의원이 주최한 한 토론회가 텅텅 비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치인이 행사를 개최하면 실무자들은 참석자 초대에 가장 고심한다. 참석자가 없을 것 같으면 장소의 크기를 줄인다. 사실 정치인이 주최하는 행사의 내용을 보려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가? 해당 정치인이 얼마나 세력을 가졌는가 과시하는 것도 행사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는 세력 싸움이다. 정치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것이 허세나 구태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분명히 심리적으로 먹힌다"라며 "하물며 인지도가 없는 지방의원들도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는 사돈에 팔촌까지 불러 행사장을 꽉꽉 채우는데 안 의원 정도 되는 거물이 이런 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또 있었다.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새정치'라는 명칭을 당명에 사용하는 것과 관련 정당법 위반이라는 논란을 겪고 있다. 이미 새정치국민의당이란 이름의 정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최근 신당의 가칭을 '새정치연합'으로 정했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의 명칭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국민의당은 지난 2012년 11월1일 '희망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창당해 지난 2013년 7월4일 '새정치국민의당'으로 개명했다. 안 의원 측으로선 두 눈 뜨고 이름을 빼앗긴 것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신당의 명칭을 전혀 다른 새로운 명칭으로 다시 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지도가 낮은 안 의원의 신당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신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문을 벌이다 새정치신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문을 벌이자 지지율이 무려 6%나 폭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새정치신당이란 명칭으로 홍보를 해놓고 새정치란 단어를 제외하고 또다시 전혀 새로운 당명으로 창당을 한다면 이 같은 결과가 지방선거에서 재현될 수 있다.

안 의원이 여전히 새정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정치적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새정치를 기치로 정치권에 바람을 몰고 왔으나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의 최측근들도 새정치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초보의 과속


지난 대선과정에서 살짝 공개한 새정치는 고작 의원정수 감원, 당론 폐지 등 비전문적이고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들에 그쳤다. 이 같은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존 정치권은 정치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의원은 정치권에 입성한 후 모호하다, 간 본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모호할 수밖에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의원은 정치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의 한 관계자는 "다소간의 실수나 좌충우돌은 노련한 정치인들도 겪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안 의원이 정치초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고 그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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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