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화 선언' 안철수의 당면과제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1:52:09
  • 댓글 0개

새정치 실험 "안철수가 바꿀까? 안철수가 바뀔까?"

[일요시사=정치팀] 정치입문 후 '안개 속 행보'로 비판을 받아왔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8일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드디어 정치세력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선언은 기존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다당제로 한국 정당정치를 재편하겠다는 실로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안철수의 새 정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안 의원이 풀어야 할 당면과제 세 가지를 살펴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범 발표를 통해 신당 창당을 위한 정치세력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한 대립만 지속하는 현 정치의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다"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다당제 실현?

그는 "정치세력화의 지향점은 창당"이라면서 "새정치추진위는 그 과정"이라고도 했다. 사실상의 창당선언인 셈이다. 정치 입문 후 '안개 속 행보'로 비판을 받아왔던 안 의원이 목표가 '창당'이라며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뚜렷하게 밝힌 것이다.

안 의원의 입장표명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온 우리나라 양당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안철수신당의 등장이 야권 내 지지층의 분산으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신당이 새누리당의 중도 지지층을 흡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하는 눈치다.


민주당은 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지난 수십년간 줄곧 제1야당의 위상을 지켜왔으나 자칫 신당에 밀려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어 가장 적극적으로 신당 깎아내리기를 하고 있다.

한편 안 의원의 새정치 실험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첫 번째 과제는 참신한 인재의 영입이다. 안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수많은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인재 영입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안 의원은 김종인 전 경제수석, 윤여준 전 장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과 좋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지며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대선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김성식, 박선숙 전 의원과도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안 의원이 창당 시기를 정확히 못 박지 못하는 것도 결국 인재 모으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인재 영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신함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신당에 대해 기존 정당에서 밀려난 인사들을 모은 '이삭줍기 정당'이 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당에 참여하는 인사가 참신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신당이 아니라 '민주당 2중대'로 보일 것"이라며 "신당과 관련해 새로운 인재들의 합류 소식이 나와야 하는데 민주당 인사들의 이탈 소식만 들려온다. 민주당 2중대로는 결코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신한 인재 어디 없나? 안철수 구인난
민주당 말고 새누리 꺾어야 '신당 딜레마'

실제로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은 주로 민주당 출신들이다. 현대자동차 CEO 출신 이계안 전 의원과 방송 앵커 출신 류근찬 전 의원이 신당 참여를 위해 최근 민주당에 탈당계를 냈고, 김효석 전 의원도 민주당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의원 중에서는 조경태, 김영환 의원이 신당 참여설이 돌고 있지만 본인들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들 외에도 수많은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강봉균 전 의원,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 정태근 전 의원과 여야 중도성향 6인회 멤버들에게도 신당 합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 과제는 '덧셈의 정치'다. 민주당이 신당을 비판하는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는 신당의 등장이 야권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안 의원의 세력화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하기 바란다"면서도 "자칫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안 의원의 새 정치 실험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경우 파급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한 가지 선제조건이 있다. 단순히 야권의 자리를 빼앗는 승리가 아닌 외연을 확대하는 승리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지만 이는 정쟁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 정치권에 대한 일시적인 반발 심리라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지지층은 여전히 공고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외연을 확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등에 민주당과 함께 후보를 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는다면 역풍만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무작정 연대하는 방식도 새 정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난감하다. 신당의 딜레마다.

아울러 신당 창당 및 전국 단위의 선거 과정에서 경험부족 등으로 조직관리와 운영능력상 허점을 드러낸다면 신당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빠질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외연을 확대한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것이 신당에 주어진 최대과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찻잔 속 태풍?

세 번째 과제는 '새 정치의 내용'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새정치를 부르짖어왔지만 정작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 의원은 이번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도 "현 정치의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다"며 새 정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의, 복지, 평화 등 3대 비전에 대해 여전히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 의원이 이번 신당 창당을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참신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지층의 실망감과 피로감은 한계치에 달할 수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 정치의 메시지가 작년 9월 대선출마 때와 비교해도 전혀 발전된 것이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정쟁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심리로 신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반사이익으로 얻은 반짝지지율로는 결코 수십년간 이어져온 양당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과연 안철수의 새 정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안철수가 변화시킬 것인지, 안철수가 변할 것인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