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권력무상' 역대정권 막후실세들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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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짧고 뒤끝은 길다 "아~옛날이여!"

[일요시사=정치팀] 역대정권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정권의 막후실세들이 있었다. 이들은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일요시사>가 살펴본 이들의 현재 모습은 무척 초라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문고리권력'이라 불리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달 초 부인상을 당했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돼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귀휴(복역 중에 있는 사람에게 일정기간 주는 휴가)를 받아 문상객들을 맞았지만 장례식장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고인이 된 아내는 김 전 실장이 구속된 뒤 변변한 수입도 없이 자녀들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결국 남편 김 전 실장의 만기출소를 한 달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하는 씁쓸한 사건이었다.

권력의 무상함
초라한 말년

그렇다면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역대정권의 막후실세들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전두환정권에서의 최고실세는 누가 뭐래도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었다. 그는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으로 12·12쿠데타에 참여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 안기부장을 역임하는 등 5공의 최고실세 역할을 했다.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1983년에는 버마 아웅산묘소 폭탄테러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정도로 그에 대한 주군의 신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웅산 폭탄테러 이후에도 그는 육군 준장에서 육군 중장으로 특진했으며, 대통령 경호실장직을 사퇴한 이후엔 안기부장으로 전격 발탁된다. 1986년부터는 전 전 대통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대표최고위원과 공공연히 신경전을 벌일 정도였다.

'의리의 돌쇠' 장세동 끝까지 일편단심
'6공 황태자' 박철언 '시인' 변신 눈길

하지만 장 전 안기부장은 정권이 바뀌자 용팔이사건, 5공비리, 12·12군사반란과 5·18내란 가담혐의 등으로 수차례 구속됐다 풀려나기를 반복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출소 직후 전 전 대통령의 집을 방문하여 "신고합니다. 각하!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며 거수경례를 할 정도로 전 전 대통령에게 끝까지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었다.

장 전 안기부장은 이후 5·18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하고, 지난 2002년에는 대선출마선언을 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쳤지만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6월 '특전사 마라톤대회'에서 특전사전우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얼굴을 비춘 것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수차례 구속
최근엔 칩거

노태우정권의 실세는 박철언 전 의원이다. 그는 한때 '6공의 황태자'로 불렸다. 박 전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먼 친인척 간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 검사 출신인 박 전 의원은 전두환정권에서 청와대 법률비서관으로 일하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청와대 정책보좌관을 거쳐 정무장관을 지냈다.

문제는 그의 권력이 늘 직책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데 있다. 1988년에 치른 13대 총선에서는 자신이 만든 사조직인 '월계수회' 회원들을 대거 국회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는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대표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면서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박 전 의원과 대립하던 YS는 "청와대가 박철언을 두둔하면 우리는 판(3당 합당) 깨고 다시 야당으로 돌아간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박 전 의원을 당시 정무장관직에서 전격 사퇴시킨 것이다. 그렇게 YS는 민자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렇게도 꿈꾸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

이후 박 전 의원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YS에 대항해 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뛰어든 정주영 후보를 지원했으나 패하고, 1993년에는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6개월간 복역했다.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변호사이자 시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영삼정권에서는 YS의 차남 김현철(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교수)씨가 '소통령'으로 불리며 일약 정권의 실세로 떠올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보다 김현철에게 줄을 서는 게 더 빠르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현철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임에도 구속된 아들 1호'가 됐다. 기업인 6명으로부터 66억원을 받고 12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 일로 1999년 구속됐던 현철씨는 그해 광복절에 사면·복권됐지만 5년 뒤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됐다.

승승장구하다 마무리는 항상 '감옥행'
권불십년 곱씹으며 와신상담 재기 노려

그는 이후 2007년 2월 다시 한 번 사면·복권됐다. 특히 2004년 검찰 조사 중엔 그를 둘러싼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현철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송곳으로 자신의 배를 5차례 찌르며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복부 2군데에 깊이 1cm , 3군데에 깊이 0.3mm가량의 상처를 입었으나 입감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다음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현철씨가 자해 과정에서 고작 1cm의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막상 죽기는 싫었던 것 아니냐"며 비아냥댔다.




현철씨는 이후 지난 2008년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2012년엔 거제에서 19대총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불공정 경선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다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현재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대중정권의 대표적인 실세는 차남 김홍업씨였다. 오죽하면 당시 홍업씨의 별명은 '100% 해결사'였다. 뭐든 부탁만 하면 100% 해결이 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하던 홍업씨는 그러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02년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에 권력형 이권개입 연루의혹이 발각되어 구속되기에 이른다.

홍업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03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2억6000만원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는 구속수감 중 우울증 등 건강문제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난 뒤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하던 도중 2005년 8월 대통령특별사면조치로 '특혜시비' 끝에 가석방, 사면복권 됐다.

이같은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출소 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7년 4월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호남은 범죄자도 'DJ 아들'이면 무조건 뽑아주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홍업씨는 이듬해 열린 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으며, 지난해 4·11총선 때는 구 민주계 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정통민주당이 그를 비례대표로 영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정치 복귀 꿈
번번이 무산

노무현정권의 실세는 누가 뭐래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였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처음 입문한 1988년부터 보좌진으로 그림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기획팀장, 청와대 국정상황실 팀장을 거쳐 2003년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시절 이 전 지사는 '노무현의 분신'으로 불렸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핵심참모였다.

참여정부의 인선 작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국정상황실장은 사실 2급 비서관과 같은 직급이었다. 직급으로만 보면 이 전 지사가 실세였다는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15년 지기로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대통령과 자주 만났다.

'소통령' 김현철 1cm 자해로 굴욕
'상왕' 이상득 출소 후 요양에 치중

특히 노무현정권에서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 국정상황실은 국정을 둘러싼 각종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전 지사는 청와대 수석회의와 국무회의에도 2급으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재판 중인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되었지만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를 당했다.

그는 확정판결 전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후 그의 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2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2011년 1월27일 대법원에서 원심의 징역형을 확정판결하면서 도지사직을 최종 상실했다. 이 전 지사는 현재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 겸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나빠진 건강
요양에 치중

이명박정권의 최고실세는 단연 이상득 전 의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이명박정권에서 상왕(上王)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국회에선 매년 예산안 심사 때마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책정됐다며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 불거졌고, 모든 일은 형님(이상득)을 통한다고 하여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이었던 지난해 저축은행에서 불법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년 2개월 동안이나 수감생활을 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9일 만기출소한 그는 그간의 수감생활로 폐렴 등이 악화돼 당분간 요양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통해 '권력은 짧지만 뒤끝은 길고 고달프다'는 사실을 익히 보고 느끼는 지금 이 시간에도 달콤한 권력을 좇는 '정치불나방'들의 무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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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