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07 10:37:58
  • 댓글 0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무승부?

[일요시사=정치팀] 여야가 꽉 막힌 국정원·NLL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벌써 몇 개월째 국정원·NLL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지지도는 동반하락하고 있고 반면, 무당층의 비율은 크게 늘었다. 더 이상 정쟁을 지속한다면 여야 모두 공멸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의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정원·NLL 정국이 벌써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 일체 공개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일시적으로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후 알맹이 없는 정치 공방만 지속되면서 양당의 지지도는 연일 하락세다.

반면 무당층의 비율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 밑까지 쫓아왔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 모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최근 국정원·NLL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카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복잡하다.

여야는 지난 1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국정조사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면서 오히려 정국은 더욱 꼬였다. 민주당은 이날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에 대한 증인출석 확약이 없다면 빈껍데기 국정조사에 불과하다"며 국정원 국정조사특위를 사실상 포기하고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민주당을 성토했다. 새누리당은 "두 사람은 민간인이다. 나올 수 있게끔 설득을 하고, 나오게 되면 국조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출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이를 빌미로 국회를 박차고 나간 것은 민주당 스스로 국정조사를 망치자는 격"이라며 응수했다.


강 대 강 대치
여야 모두 위기

현재 국정원·NLL 정국의 돌파카드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쪽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NLL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이미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NLL 정국 초반만 하더라도 대화록 발췌본 열람과 국정원의 독단적인 대화록 전문 공개, 국정원 국정조사 수용, 국회 차원의 대화록 원본 공개 결정 등으로 양당의 주도권 싸움은 치열했다.

그러나 대화록 실종 사태와 이어진 민주당의 귀태 발언, 그리고 민주당 내부의 계파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새누리당은 국정원·NLL 정국에서 민주당에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민들의 피로도를 감안하면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정원·NLL 이슈를 끌고 가기보다는 국정원·NLL 정국에서 벗어날 적극적인 돌파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정쟁은 무의미" 공감대
여야 '논란 종식 공동선언' 관측도

특히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추석은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10월 재보선이 코앞이다. 이대로 가다간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신당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팽배하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는 명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들의 일방적인 정보가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여론의 큰 흐름을 조성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추석 전에는 반드시 국정원·NLL 이슈에서 벗어날 돌파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정부여당이다. 추석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선택한 첫 번째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는 바로 '민생'이다. 새누리당은 잇단 민생탐방과 함께 청와대·정부와 연계한 회의를 열며 정책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민생탐방에서 얻은 결과를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한다는 계획이다.

어부리지
신난 안철수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과 26일 각각 NHN과 광명전기를 찾아 대형포털 독과점 규제 및 중소기업 경제민주화 법안을 중간점검 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최근 각 분야별 정책을 쏟아내며 민생을 더욱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이 국정원·NLL 정국을 물타기 하기 위해 설익은 정책들을 앞다퉈 내놓는 바람에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이 최근 발표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대선공약의 재탕이고, 안정적 재원마련대책이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안대로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고교 무상교육 재원 3조4000억원 가운데 지방이 50%를 부담하게 돼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NLL 정국에서의 퇴로가 보이지 않아 더욱 고심하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국정원·NLL 정국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10:0으로 완벽하게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닥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카드도 찾지 못한 채 무작정 국정원·NLL 정국을 빠져나간다며 그나마 민주당을 떠받치던 강성 지지층조차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우리당이 무기력하게 새누리당에 끌려가는 건 아니냐는 불만이 많았다"며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국조도 지지부진한데 순둥이처럼 대응하냐는 울분이 지지자들 사이에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목표는 국정원 개혁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정원 개혁이야 이미 국정원에서 연말까지 자체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이 부족하다. 또 박 대통령과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상 추측에 불과하다. 이를 명분으로 대선불복론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은 민주당에게는 분명히 불리한 상황이다. 언제든지 역풍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 강경파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을지언정 현재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이 말해주듯 일반 대중들에게서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최근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현재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지켜보면 정말 싸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누군가 말려주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의 규모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다. 그렇다고 앞으로 크게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장외투쟁으로는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다. 이는 민주당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사실 새누리당이 민주당에게 퇴로를 열어줄 명분을 가지게 하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퇴로 찾기 고심
새누리도 동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이쯤에서 무승부 형태로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주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의원은 "이제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고, 정병국 의원은 "더 이상의 공방이 무슨 국가적 실익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달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은 사실상 양당의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 모색을 위한 만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각각 'NLL에 관련된 일체의 정쟁 중단'과 'NLL 논란 영구종식 선언'을 제안한 것처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도 양당이 어느 선에서 합의를 보는 형식으로 국정원 개혁방안에 초점을 맞춘다면 얼마든지 타협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타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큰 틀에서 민주당에게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시 정부여당의 대선후보로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일정부분 도의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유감성명을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흐지부지 마무리 후 민생행보 주력?
박근혜 유감성명 발표 가능성도 주목

양당이 국정원·NLL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새 이슈 띄우기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정원·NLL 정국은 이미 어느 한쪽의 완벽한 승리는 기대 할 수 없는 싸움이다. NLL 대화록 논란은 국정원이 공개한 전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라는 직접적 언급이 발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여야의 무의미한 해석 싸움으로 접어들었고, 대화록이 실종 된 것으로 밝혀진 이상 논란을 명확하게 종식 시킬 방법도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역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때문에 국정원·NLL 정국을 돌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는 '시간'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국정원·NLL 정국을 잊게 할 새로운 이슈를 띄우고 국정원·NLL 사건이 묻힐 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건이 흐지부지 잊혀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내 사정기관들이 친MB기업들을 무자비하게 터는 것을 두고 국정원·NLL 사건을 묻히게 할 새로운 이슈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양당이 일종의 희생양을 내세워 꼬리 자르기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희생양은 누구?
꼬인 정국 실타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벌써 두 달 가까이 정치공방을 펼치고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건을 덮으면 양당 모두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고 양당 모두 현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양당 모두 적절한 돌파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만큼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 국정원·NLL 정국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야가 국정원·NLL을 함께 묶어 논란종식 공동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연 여야는 국정원·NLL 정국에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복잡한 실타래를 풀고 아름다운 무승부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