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박근혜 약속'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21 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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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는 '공약(公約)' 선거 끝나면 '공약(空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제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미리 정리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7대 경제대국 달성이라는 이른바 '747경제공약'을 제시했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경제공약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고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747공약은 '공약'이라기보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봐야 한다"는 황당한 변을 늘어놨다.

공약(公約)
공약(空約)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선거 당시 제시했던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수많은 공약들을 지키지 못한 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역대 선거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는 약간 특이하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당 안팎에서 "공약을 지키면 안된다"는 충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내세운 공약 중 예산을 짜다 보니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들은 지금이라도 얘기하는 게 옳고 정직한 태도"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 당선인의 공약 전반이 당초부터 소요재원이 과소 계산된 데다 재원을 마련할 방법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 이젠 부푼 기대를 내려놓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공약 포기하자"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지킬 수 없는 약속'

우선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이다. 박 당선인은 약 322만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기초수급자는 70%) 해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채무불이행자의 악성 채권을 시장에서 싼 값에 사들인 뒤 일정 원리금을 탕감하고, 남은 부채는 8~10년간 장기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로써 우리 사회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채무자는 '나라에서 해주겠지', 채권자는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박 당선인 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부 배당분 3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600억원,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등으로 1조8600억원의 종자돈을 만들고 10배의 공사채를 발행해 18조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처음 얼마동안은 여론을 의식해 실제로 시행될지도 모르겠지만 기금의 건전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폐지될 공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
도덕적 해이 불러

박 당선인이 내놓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서는 보건의료 관계자들조차 우려를 넘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현재 70% 수준인 암·심장병·뇌질환·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높여 2016년까지 100%로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보 재정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하려면 현재 보장 대상이 아닌 6인 미만 병실의 입원료, 선택진료비(특진료), 간병비에도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특정질환 진료비가 모두 무료가 되면 쓸데없는 가수요까지 촉발시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6세 미만 어린이들의 입원진료비를 전액무료로 했다가 어린이들의 입원이 급증해 보험재정지출이 늘어나자 1년 만에 어린이 진료비의 본인부담을 10%로 되돌린 적도 있다. 또 4대 중증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기에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노령 인구가 늘고 있는 실정을 반영했을 때 이 정책은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박 당선인이 대선 직전 내놓은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도 논란이다. 육군 사병 기준 현행 21개월인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방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복무기간 단축 시 연평균 2만7000명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추진불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복무기간을 줄이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투경찰, 경비교도, 소방요원 등 대체복무요원을 없애야 하고 입대자들의 신체 급수도 훨씬 더 낮춰야 한다. 대체복무요원을 없애는 만큼 이들을 대신할 공무원을 충원해야 한다. 큰 정부가 될 수밖에 없고 국가가 수천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된다. 게다가 현 21개월 복무체제하에서도 병사들의 낮은 숙련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입대 병사들의 낮은 신체 등급은 초급 간부들의 지휘 부담을 훨씬 더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군복무 단축
묻지마 공약

박 당선인의 최초 공약에는 복무기간 단축이 없었다. TV토론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대선 이틀 전에 이를 번복하고 이 같은 공약을 내놨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층의 표를 의식한 '묻지마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두고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되는 공약"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박 당선인이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공약도 위태롭다. 올해부터 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다. 대학등록금은 부모의 소득과 연계해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으로 소득하위 80%까지 지원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무상보육의 경우 단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당장 올 가을이면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만 0~5세 영유아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8조419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6조2545억원보다 35%가 증가한 금액이다.


당장은 시행하겠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
박근혜 공약 '대국민 사기극'으로 막 내리나?

대표적으로 서울시만 보더라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필요 예산은 1조2297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3566억원 뿐이다. 나머지 8731억원은 시와 자치구에서 부담해야 한다. 올해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은 시비 2644억원, 구비 1419억원 등 모두 4063억원이 편성된 상태로 추가로 필요한 금액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발생했던 보육대란의 재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육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집 부족과 맞벌이 아동 기피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역시 필요한 재원 가운데 1조원 정도는 대학이 마련해야 돼 정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 당선인은 반값 등록금 예산에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정부 예산을 4조원 투입하고 나머지 3조원은 대학 자체 장학금에서 2조원을 확충하고 대학 자구 노력을 통해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일부 선거공약 이행 여부가 개별 대학의 재정능력에 달린 만큼 대학들이 의지가 없거나 재정능력이 없다면 공약 이행이 불가능 하다. 또 올해부터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고작 1년치 예산을 확보한 것뿐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공약의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못 지킨 공약
잘못 된 공약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못 지키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고작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대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당직자들 입에서 공약을 지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선거기간 중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관한 것이다. 물론 잘못된 공약을 억지로 추진하는 것은 안 되지만 이는 국민들을 현혹해 대권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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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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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