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입 만 열면 말실수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03 10: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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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는 천금보다 무거운데…"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연이은 말실수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엔 그동안의 상처가 너무나 크다. 전국을 누비며 지지율 1~2%를 끌어올린다면 말실수 한번으로 잃는 지지율은 3~4%에 달한다. 때문에 캠프 내에서조차 박 후보의 화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소 말수가 적기로 유명한 박 후보. 하지만 입만 열면 말실수가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는 오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과 동시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엄청난 말실수를 저질렀다. 비례대표직이 아닌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실언을 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기자들이 술렁이자 박 후보는 "제가 뭐라고 했나요?"라고 물은 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정정했다.

황당한 말실수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자신의 15년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비장한 각오는 한 순간에 코미디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당장 박 후보의 결기어린 선언은 묻히고 황당한 말실수는 크게 부각되어 언론에 보도됐다.

야권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쏟아냈다. 민주통합당 측 진성준 대변인은 "실제로 15년 동안 대통령으로 살아왔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닌가. 공주님다운 실언이었다"고 비판했고, 진보정의당 측 강형구 부대변인은 "국민들이 바라는 건 국회의원직 사퇴보다 박 후보 스스로 실수로 언급한 대통령후보직 사퇴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통합진보당 측 이수정 부대변인도 "잠재의식에서 박 후보는 본인이 이미 대통령이었다"며 "이번 실수는 그동안 제왕으로 군림한 무의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와 캠프관계자들로서는 그야말로 분통이 터질 일이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이에 대해 "사소한 말실수인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득달같이 달려들어 문제 삼는다. 기자분들도 기사 쓰다 오타 내는 것은 다반사 아닌가?"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후보로서 잦은 말실수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사소한 말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박 후보의 전적도 너무나 화려하다.


박 후보는 지난 17대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산화가스'로 잘못 말하기도 했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할 때도 '위장전업'으로 잘못 말했다. 과거 수원 영화동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를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라고 말실수를 했고, 같은날 인천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전화위기"라고 했다가 "전화위복"으로 다시 정정했다.

국민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겠다며 비장의 카드로 선택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에서는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며 '꿀벌'을 '벌꿀'로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박 후보는 또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는 '인'혁당 사건을 '민'혁당 사건이라고 말해 진정성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의 말실수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하소연처럼 정말 사소한 일일까? 정치전문가들은 대선후보로서는 치명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벌써 몇 번째? 박이 입 떼면 측근들 '안절부절'
이산화가스부터 벌꿀까지 스스로 망친 이미지

한 전문가는 "정치인의 가장 큰 무기는 말이다. 정치인은 말로 싸우고 말로 먹고 산다. 그런 정치인이 말실수가 잦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며 "특히 만약 박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외교무대에서의 말실수는 결코 웃어넘길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후보가 정말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이산화가스로 말 한다든지 전화위복을 전화위기로 말한 실수 등은 솔직히 무식해보였다"며 "정치인에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박 후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비례대표직 사퇴나 과거사 사과 등은 박 후보로서는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였나? 그런 중요한 이벤트를 그들의 주장대로 '사소한' 말실수로 망친다면 무척 억울한 일"이라며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말실수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안정감이 떨어진다"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박 후보가 곧 TV토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 후보는 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초청으로 12월4일과 10일, 16일 최소 세 번의 TV토론을 치러야 한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이 자리에서 또 한 번 말실수를 저지른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최근에는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특정 말실수 장면만을 편집해 SNS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박 후보 캠프로서는 아주 사소한 말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후보 측이 그동안의 말실수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보단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말실수가 유독 잦은 이유로 평소 지나칠 정도로 과묵한 그의 성격을 꼽았다. 한 전문가는 "말을 못해서 안하는 것인지, 안해서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평소 말이 없다가 갑자기 입을 떼면 누구라도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수첩공주란 별명이 말해주듯 박 후보는 자신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밖으로 풀어내는 연습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이 부분을 차근차근 연습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 원인은?

또 다른 전문가는 박 후보의 제왕적 정치스타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는 평소 토론과 설득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관철시키는 정치스타일을 보여왔다"며 "이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때문에 박 후보의 대화능력은 15년의 정치경력이 무색하게도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박 후보가 한 당의 수장역할만 맡았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야당은 물론 여러 반대세력들을 아우르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데 제왕적 카리스마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능력, 설득능력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박 후보가 정말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무거움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박 후보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고 대통령자리에 오른다면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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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