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올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요구되는 가운데, 최근 고령의 택시 기사가 충돌사고를 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당시 사고로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일본인 부부와 생후 9개월 영아가 중상을 입었다.
용산경찰서는 페달 오조작으로 중앙선을 넘어가 교통사고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로 70대 택시 기사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앞서 지난달 21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탑승객이었던 20대 일본인 부부는 골절상을 입었으며 생후 9개월 된 아기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페달을 잘못 밟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약물 복용이나 음주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추가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19만6349건 중 운전자가 65세 이상인 사고 비율은 21.6%(4만2369건)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보다 1.6%p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20년(14.8%)과 비교해도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사상자 비중을 살펴보면,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는 전체의 30.2%, 부상자는 21.5%로, 전년 대비 각각 1.0%p, 1.7%p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령 운전자의 신체 기능 저하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화로 운전이 부적합한 상태가 되더라도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중대 사고와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2029년부터 제작·수입되는 승용차에 대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는 3.5톤 이하의 승합차, 화물차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주행 방향 1.0m~1.5m 사이에 장애물이 감지될 때 운전자가 급가속 페달을 조작할 경우 출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국토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최근 급발진 주장 사고가 증가 추세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약 76%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확인됐다”면서 “다만 사고를 두고 운전자 실수와 차량 결함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며 논란이 심화되고 있어,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운전자의 의도치 않은 가속을 억제·제동하는 기술이 상용화됐고, 유엔 규정(UN Regulation) 등 관련 국제기준의 시행이 예정됨에 따라 국내 기준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 의무화는 자동차 제작 시 최소 비용으로 사고 감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고령 운전자의 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 제87조는 갱신 주기를 통상 10년으로 하되, 연령에 따라 차등 적용해 65세 이상~75세 미만은 5년, 75세 이상은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과거 희망자를 중심으로 시행하던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은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전 의무로 전환됐다.
따라서 75세 이상 운전자는 보건소 내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먼저 받은 뒤, 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장에서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갱신을 신청할 수 있다. 선별검사에서 ‘인지 저하’ 판정을 받으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이 되므로 통지된 기한 내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제도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령 운전자 사고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한 승용차가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60대 가해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고 원인을 가속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했다.
지난 2023년 11월,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선 70대 후반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16세 여고생이 사망했다.
운전자는 초기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가속됐다”면서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국과수 EDR(Event Data Recorder, 사고기록장치) 분석 등에서 제동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결국 가속페달 오조작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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