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조국의 두 가지 실수

그때 그랬으면…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사과하기엔 늦었고 등판하기엔 일렀다.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정치 공백이 가져온 불안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너무 성급했던 탓일까?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의 선택이 하나씩 엇나가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다시 출범했다. 당내 성 비위·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지 일주일 만이다.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자유를 찾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중책을 맡게 됐다”며 “소통·치유·통합 등 세 가지 원칙에 따라 공동체적 해결을 위한 다양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막힌 출구

당에서는 조 비대위원장의 조기 등판을 만류하는 이들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조 비대위원장은 “그것은 계산”이라며 “나는 그렇게 정치하지 않는다. 정치는 책임”이라고 자신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혁신당 김보협 전 대변인이 개인 의견을 SNS에 밝히면서 당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 전 대변인은 “고소인이 주장하는 성추행·성희롱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무죄추정의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고소 혹은 기자회견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일방의 주장일 뿐”이라며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의 주장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인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고 당은 외부 기관 조사 결과를 100% 수용해 저를 제명 처분했다”며 “저는 그 외부 기관 보고서를 이른바 ‘피해자’의 진술‘만’이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다고 받아들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보보믿믿 보고서’라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성 비위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지만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그를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김 전 대변인의 발언에 혁신당에서도 당혹감을 내비쳤다. 혁신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대변인이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에 우려를 거듭 표해 왔다”고 밝혔다.

김보협 “성추행?” 해명 후폭풍
번져가는 불길, 어디부터 꼬였나

이어 “소명할 바가 있다면 수사 기관에 의견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마치 피해자에게 들으라는 듯이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이 공표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 역시 “당 입장에서는 제명 조치를 했는데 이 상황에서 다시 이슈로 불거짐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문제에 대해 굉장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조국만 돌아오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는 당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화려한 복귀와 함께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던 조 비대위원장의 앞날은 어디부터 꼬인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조 비대위원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던 순간을 꼽았다. 사면을 거절하고 잠시 잊혀진 채로 지냈더라면 출소 후 정치인으로서의 신뢰도가 높아졌을뿐더러 ‘조국의 강’을 완전히 건넜다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조국’혁신당이라는 당명을 유지한 채 8개월 동안 활동했으나 정당 지지율은 3%를 넘기지 못했다. 야당으로서의 날카로움도, 검찰개혁이라는 특정 이슈도 끌어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점수가 깎인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치인은 잊혀지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들이다. 선수가 높아질수록 나설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는데, 정무적 감각이 더딘 초선의 경우 무조건 언론에 노출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할 때 조 비대위원장은 ‘수감돼있었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관여할 수 없다던 사람이 이제 와선 어떤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당 전체가 조 비대위원장에게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걸 보여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혁신당이 당명 개정을 포함한 당의 구조와 조직 문화 등 전면 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 광복절 사면을 통해 ‘오직 조국을 위한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낼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 첫 번째 패착이다.

최악 중 차악 골라도 결국 ‘악’
‘조국 불출마’ 승부수로 먹힐까

두 번째는 악재 속에서도 대권주자로서의 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조 비대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앞장서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당이 성추행 파문으로 허우적거리고 있어 “조급한 마음은 알겠으나 성 비위 사건을 매듭짓고 나서는 것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모든 권력과 마이크가 조 비대위원장을 향하는 수직적 구조가 문제로 지목된다. 조 비대위원장이 성 비위 사건을 해결하는 한편 다른 의원들이 정치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등 투트랙 전략이 해결책으로 제시됐으나 ‘1인 정당’이라는 비판 속 역할 분담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조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이 대통령의 발자취가 겹쳐 보이면서 여전히 그가 대권의 길을 걷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 검찰의 탄압을 이겨내고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는 모습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 등을 이용한 팬덤 정치를 시도하려는 모습 또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등을 지내며 굵직한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국정 운영 능력이 검증됐다. 반면 초선인 조 비대위원장은 마땅한 정치적 유산도, 공간도 없다. 당 역시 ‘검찰개혁’ ‘윤석열 탄핵’을 목적으로 꾸려진 만큼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조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당권파와 이를 반대하는 비당권파의 물밑 다툼도 봉합해야 할 문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던 시절 비명(비 이재명)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갈등이 숱하게 발생했지만, 혁신당은 12석에 그치는 군소 정당이기에 작은 분열도 크게 번질 우려가 제기된다.

‘조국 불출마’가 혁신당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혁신당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 비대위원장의 선거 출마 여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성 비위 사건 논란 여파가) 심각하다”며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조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 어느 쪽으로 나갈 생각이냐’고 묻자 서 의원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새로 고침

이어 “저희가 작은 당이기 때문에 민주당 등과 연대 협력을 논의(하거나), 조 비대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지방선거 중 어려운 곳에 뛰어들어야 하냐, 보궐선거에 나가 의원으로 복귀해야 하냐를 판단할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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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사법부 개혁 막전막후

신뢰 잃은 사법부 개혁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여당에서 진행 중인 사법개혁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당정과 사법부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들어줄 마음이 없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개혁이 필요하지만 살펴볼 것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당에서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사법부 개혁을 줄곧 외치고 있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이 100일 연설에서 ‘내란특별재판부’를 언급하면서 정부와 사법부의 대립이 심화됐다. 정치권 강경수 정부와 여당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사법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에서 사법부 신뢰도에 대해 3월31일~4월1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8%에 달했다. ‘신뢰한다’(34.7%) 잘 모르겠다 3.5%. 국민 10명 중 6명은 최고의 사법 기관인 사법부에 대해 불신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를 낳게 된 계기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것과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5월1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파기환송을 한 것으로 꼽힌다. 일련의 판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한 사법개혁을 줄곧 외쳐왔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속도를 조절하던 민주당은 조만간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사법개혁 속도 조절은 끝난 것 같다”며 “조만간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대법관 26명 증원안을 확정하고,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다음 달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증원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 소관 법률인 만큼 국감 중에도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은 총 7가지다.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제도 개편 ▲법관 평가 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재판 소원 도입 등이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총 26명까지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이는 상고심 재판의 적체를 해소하고, 대법원의 재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조만간 개혁안 발표” 총 7가지 사안 중점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제도 개편은 법관 후보 추천 과정에 법원행정처장의 참여를 배제하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포함하는 등 추천 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해 사법부 내 특정 세력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법관 평가 제도 개선은 기존에 소속 법원장들이 주도하던 법관 평가를 국회와 법률가 단체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로 개편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법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화대를,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에 판사가 직접 심문을 통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막고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현재 내란 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재판소원 도입은 법원이 법률을 잘못 적용하거나 절차를 어기는 경우를 바로잡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강하게 사법개혁을 밀어붙이자 사법부에서는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오전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린 1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는 국회와는 물론 정부, 변호사회, 법학교수회, 언론 등과 다각도로 소통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관들 의견은? 그러면서 “사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며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감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관 여러분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이 사법부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보완하며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도 지난 12일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법원장들은 회의 종료 뒤 보도자료를 내고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장들은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 가능하므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사법부는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는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자칫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4심제? 대법관 증원 개정안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임기 중에 임명하는 대법관이 22명에 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법관 과반 이상이 한 정권에서 임명될 경우 대법원이 정치권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두고 서울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한 정권에서 다수 대법관이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고려해 국회에 제출한 대법관 증원 관련 의견서에서 소부 1개를 구성하는 대법관 4명을 1년 또는 2년에 1명 또는 2명씩 순차로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법관 26명 증원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은 사법제도의 중추인 하급심 심리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다. 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대법관 1명당 8.4명의 재판연구관을 두고 있다. 재판연구관은 대개 14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부장판사들이 맡는다. 대법관 12명을 늘리기 위해선 약 100명의 1·2심 중견급 법관이 보조 인력으로 차출돼야 한다. 수도권 지법 1개 정도 규모의 인력이 빠지는 셈이다. 정작 법관 증원이 더 절실한 곳은 하급심 법원이다. 2023년 민사본안사건 상고심 평균 처리 기간은 7.9개월인 반면, 1심 합의부는 평균 15.8개월에 달한다. 형사사건 역시 2023년 기준 상고심의 경우 3개월에 그쳤지만, 1심 합의부는 같은 해 6.9개월이 걸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견급 법관이 재판연구관으로 대거 차출되면 1·2심 약화와 지연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 1·2심 판결에 불만을 갖는 당사자가 늘어나면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도 덩달아 급증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심리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 민주당 방안대로 대법관이 늘어나면 쟁점이 복잡한 전원합의체 사건을 결론 내기에 너무 많은 숫자가 된다는 것이다. 한 고법판사는 “26명이 합의체를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합의체를 독일식으로 두 개로 나누더라도 양측에서 충돌되는 판결은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논의가 돼야 한다”며 “다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법리가 나올 것이라는 취지와 다르게 결론 도출이 너무 복잡해 기존 법리만 이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관 26명’ 증원 인원·시점에 이견 “하급심 심리 흔들릴 것” 부작용 우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를 촉발해 재판지연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재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 헌재의 업무가 가중되고 국민의 권리구제는 심각하게 미뤄진다는 것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당사자들이 사건을 3심까지 끌고 가는 분위기 속에서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부분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것”이라며 “당사자들의 법적 결과가 나오는 시점도 미뤄지고 변호사 비용도 더 쓰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서는 위헌 논란이 나왔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 헌법 제110조에 명시된 군사법원만 특별법원(예외법원)으로서 허용되고 그 외의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라며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재판부 설치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재판받을 권리(헌법 27조) 침해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 당사자인 법관을 외부에서 추천하는 발상부터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헌법 제104조 제3항은 법관의 임명 권한을 대법원장과 대법관회의에 부여한다. 이처럼 법관 임명과 사건배당을 법원의 전속 권한으로 둔 것은 재판의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는 “사법부 독립이란 독립적 사법행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외부 세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국가인데 형식적으로 국회가 법률로 정했다고 문제없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탄력적으로 먼저 대응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논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는 “현재의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은 법원조직법의 두 가지 핵심 조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형식적인 신뢰 회복 그는 “법원조직법 제3조 1항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요하는 사건을 다루기 위해 전문법원을 설치할 수 있음을 규정한다”며 “회생법원이 사회 변화에 맞춰 신설됐듯, 중대하고 복잡한 국가적 사건을 다루기 위한 비상설 전문법원 신설은 충분히 입법 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조직법 제7조 2항은 대법원장에게 특정 사건을 다룰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권한을 부여한다”며 “이는 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사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인데 조 대법원장이 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