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원동 칼부림 사건의 원인이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인테리어 보수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지목됐다. 본사는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갑질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지만, 가맹점주 가족은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0시57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가맹점주인 40대 남성 A씨가 본사 임원 및 인테리어 업자 부녀를 흉기로 찌른 뒤 스스로 자해했다.
이들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A씨를 제외한 3명은 끝내 숨졌다. 현재 A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병원 이송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인테리어 하자 보수 관련 갈등으로 다투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퇴원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범행 동기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너무 비극적이고 참혹하다” “남은 유가족들이 불쌍하다” “왜 이렇게 화가 많아지고, 그걸 참지 못하는 사회가 된 걸까” “최근 흉기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은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범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나 오죽하면 저랬을까 싶다”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리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안타까울 뿐” 등 피의자인 A씨를 동정하기도 했으며, “프랜차이즈가 사람 잡은 것 아닐까 추측해본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각에선 프렌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구조적 갈등, 일명 ‘갑질’ 관행이 이번 사건의 본질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점포 인테리어 공사를 사실상 지정 업체를 통해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도 이번 사건 역시 이 같은 구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가맹사업은 구조상 본사가 ‘갑’, 가맹점이 ‘을’의 지위인 경우가 많은 만큼, 본사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며, 이로 인한 갈등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2024년 분쟁 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신청 건수는 총 4041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584건(14.5%)이 가맹사업거래 관련 분쟁이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인테리어 시공, 리뉴얼 비용, 광고비 분담 등이 꼽힌다.
특히 인테리어 분야에선 본사가 지정한 업체의 시공 단가가 타 업체보다 높은 예가 많고, 일부 브랜드는 3~5년 주기로 리뉴얼을 강제해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자 발생 시엔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 가맹점주는 본사에 무상 보수를 요구하고 본사는 이를 “개별 매장의 문제”라는 등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조원동 칼부림 사건도 이런 구조적 갈등 속에서 일어난 비극이라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가맹사업법)’에 따라 그간 가맹점주의 권익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과 제재 조치를 시행해 왔다.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해 한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의 인테리어 비용 전가 사건이 꼽힌다.
당시 해당 업체에 대해 공정위는 “가맹점에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시키며 법정 부담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며 조사에 착수했고, 이로 인해 해당 업체는 시정 방안으로 약 5억원 규모의 상생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권고나 시정 조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본사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A씨 가족은 사건 당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배달 플랫폼 수수료도 너무 비싸서 힘든데 본사에선 (가맹점 수익 등을) 과다하게 받아가는 등, 사건 전부터 본사 갑질이 너무 심했다”며 “최근엔 1인 세트 메뉴를 새로 만들라고 강요했는데, 인건비도 못 건지고 오히려 적자가 나는 메뉴라서 고통스러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인테리어한 지 2년도 안 됐는데 최근 누수로 인해 가게에 물이 찼고, 타일이 다 깨져 냉장고가 주저앉는 등 하자가 발생했다”며 “(인테리어 업체 측에서) 무상 보수를 안 해주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커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21년 10월 직영점 오픈 후 가맹사업 이래, 어떤 점주에게도 리뉴얼 등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인테리어 업체는 A씨가 직접 계약한 곳이었고, 본사는 갈등이 생긴 후로 중재하려 노력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인테리어 업체와 A씨 사이의 유·무상 수리에 대한 갈등이었다”며 “최근 A씨가 타일이 깨진 부분을 책임지라고 업체에 요구하자, 업체는 보증기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등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선 “인테리어를 강제로 사용하게 하거나, 이에 대한 일체의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해당 업체 공식 홈페이지는 4일 오후 1시 기준 접속이 차단돼 “사이트 준비 중”이라는 안내 문구만 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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