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 요양병원 환자 사망 미스터리

팔 부러뜨리고 방치…결국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수년 전 쓰러진 이후 의식을 찾지 못했기에 ‘언젠가’라고는 생각했지만 ‘지금’이 될 줄은 몰랐다. 유족은 고인이 입소해있던 요양병원의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았다. 그날, 요양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구에서 학원 강사 일을 하던 송경희씨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진 건 2021년 12월8일. 당시 경희씨는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도 ‘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너무 아프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있었다. 당시 38세였던 경희씨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간호사가…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2~3번의 수술을 받은 이후 경희씨는 재활병원에서 2년을 지내다 요양병원에 입소했다. 지주막하출혈로 뇌가 손상돼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머물던 대구의 C 요양병원에 입소한 시기는 지난해 4월이다. 경희씨의 어머니가 막내딸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를 원해 집 근처로 정했다.

유족에 따르면 경희씨의 상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의식이 돌아올 기미는 없었지만 죽음이 임박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희씨는 지난 6일 오전 4시경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사망했다. C 요양병원에서 상급병원인 N 병원으로 옮겨지고 10일째 되던 날이었다.

향년 43세, 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이었다.


갑작스럽게 딸이자 동생을 잃은 유족은 C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일이 경희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경희씨의 팔이 골절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유족에게 뒤늦게야 알렸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C 요양병원이 팔이 부러진 경희씨를 방치하는 사이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경희씨의 언니 송모씨는 “그 일(골절)이 없었다면 동생은 지금도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진단서와 소견서, 사망진단서 등을 꺼내 보였다. 그와 함께 경희씨가 사망하기 전 상황을 적은 기록도 내밀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동생의 죽음이 미심쩍어 이리저리 움직인 결과물이었다.

송씨가 전원 직후 N 병원에서 뗀 진단서에 따르면 경희씨는 상완골(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긴 뼈)이 부러졌다. 폐쇄성 골절로 뼈가 부러졌지만 피부나 점막은 찢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N 병원 의사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함”이라고 진단했다.

경희씨의 팔이 부러진 시기는 지난달 23~24일로 추정된다. C 요양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골절이 확인된 건 지난달 24일이다.

지주막하출혈로 의식 없이 4년
큰 병원 옮기고 열흘 만에 숨져

하지만 C 요양병원 병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골절이 일어난 시기와 원인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경희씨의 팔에 수액을 놓으려다가 골절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한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족은 지난달 23일에 경희씨의 팔이 부러졌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이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경희씨의 팔을 세게 잡아당겨 부러뜨렸다는 것이다. 송씨는 “간병인인지, 간호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면회 갔다가 팔에서 ‘뚝’ 소리가 난 뒤에 동생 얼굴이 벌게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이 문제 삼은 부분은 또 있었다. 바로 전원 시기다. 경희씨가 N 병원으로 옮겨진 건 지난달 28일로, 팔 골절이 확인된 때(지난달 24일)와 닷새나 차이가 있다. 유족의 주장대로 지난달 23일에 팔이 부러졌다면 6일 만에야 상급병원으로 이송된 셈이다. C 요양병원의 환자 방치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송씨는 “우리가 화가 나는 건 팔이 부러진 것도 그렇지만 C 요양병원의 후속 조치다. 팔이 부러진 게 확인된 직후 정형외과가 있는 병원이나 큰 병원으로 옮겼으면 분명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경희씨가 N 병원에 옮겨져 검사한 결과 염증 수치와 간 수치가 높아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송씨는 “(7월)24일에 동생 팔이 골절됐으니 병원에 와서 (의사와) 면담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25일에 엄마가 찾아갔더니 주치의가 점심 먹으러 갔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돌아왔고, 26일에는 주치의가 쉬는 날이라고 해서 만나지도 못했다. 골절됐다는 사실만 알았지, 동생의 상태가 심각한지 어떤지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 그러다 월요일인 28일에야 그것도 사무국장이 (주치의에게) 바꿔준 전화로 동생 상황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고 허탈해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송씨와 사무국장, 주치의 등 3자간 통화는 28일 오후에 이뤄졌다. 주치의는 송씨가 “(동생의 팔 골절이) 실금 정도인지”를 묻자 “폐쇄성 골절”이라면서 “그대로 두면 뼈 끝이 신경도 찌르고 혈관도 찌르고 근육도 찌르기 때문에 일단 응급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또 “수술이 필요한 상황 아니냐”는 송씨의 질문에는 “이런 경우에는 수술해야 하는데 송경희씨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기에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고 그다음에 수술하든지, 수술은 위험하다든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유족이 경희씨의 상태와 의료적 조치의 필요성을 주치의에게서 처음 들은 순간이다.

실제 송씨는 “그 얘기를 왜 오늘에서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주치의는 “여태까지 보호자를 만나려고 내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보호자가 안 와서 내가 말을 못했지” “저는 만나려고 했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이야기를 못했을 뿐”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이후 송씨가 경희씨의 전원을 결정하고 사무국장이 병원을 수배하겠다고 했다. 경희씨가 N 병원으로 옮겨진 건 28일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골절 닷새 만에 자세한 설명
관리 부실로 ‘욕창’ 심해져

C 요양병원 병원장은 “병원과 송경희님 보호자 사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일 처리나 진행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경희님의 (팔) 골절이 원내에서 발생한 건 맞다. 우리가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송경희님의 강직 상태가 굉장히 심해서 간병이나 의료적 처치를 하다가 골절될 수도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경희님의 팔이 부러진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건 육안상으로는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있고, 송경희님처럼 거동이 어려운 분들은 골절이 발생해도 수술할 수 없는 때도 있다. 그 경우 보호자가 그냥 있겠다고 결정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경희씨의 죽음이 골절과 관계 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유족의 마음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골절과 사망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팔이 골절되기 전에도 경희씨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병원장은 “우리 병원에 입소한 뒤에도 폐렴과 패혈증으로 한두 번은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학대 의혹도 제기했다. 송씨는 “동생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간병인,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번에 팔이 부러진 것처럼 동생을 함부로 다룬 게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N 병원에 갔을 때 간호사로부터 ‘욕창이 너무 심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병원장은 “(송경희님이) 강직이 심하고 컨디션이 안 좋으니 의학적으로 필요한 처치를 하거나 간병할 때 골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고 거듭 말하면서 “(학대는) 절대 아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코로나19 이후 면회가 자유로워지면서 병실에 보호자가 왔다 갔다 하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욕창에 대해서도 “입소할 때부터 욕창이 있었고 강직이 심해 체위 변경도 어려워 좀 더 진행됐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송씨는 “동생이 죽고 병원에 여러 번 연락했는데 답이 없었다. 심지어 장례 첫날 상복을 입고 찾아갔을 때도 병원 관계자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니 이제야 계속 만나자고 전화가 온다. 내가 만나자고 했을 때 찾아와서 병원 과실을 인정하고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말했으면 이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소통 오류”


그러면서 “동생이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얼굴이 많이 망가졌다. 강직도 심해서 자세도 뒤틀린 상태였고. 그런데 입관할 때 보니까 장례지도사님이 곱게 화장도 해주고 자세도 바르게 펴주셨다. 쓰러지기 전 얼굴이 보이더라. 동생 얼굴이 편안해 보여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면서 “지금은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 놓아버린 느낌”이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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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