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 격하된 AI교과서, 교육 현장은 어리둥절

정권 따라 교육정책 ‘오락가락’ 논란
발행사 “손해 막심으로 헌법소원”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국회에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발행사들이 헌법소원 등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천재교과서, 동아출판사, 비상교육 등 AIDT 발행사와 한국교과서협회 등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법 개정은 공교육의 역할을 간과하고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1차 년도 개발본(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은 이미 교육자료로 지정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중 1차 변론이 예정돼있다”며 “2차 년도에 개발된 초등 5·6학년, 중학교 2학년 교과서는 심사 중 법안이 바뀌어 심사가 종료됐다. 이는 소급 입법 적용에 대한 위헌 소지 가능성이 있어 이달 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정부를 믿고 8000억원에 가까운 민간 투자가 이뤄졌지만, 정책 변경으로 인해 회수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며 “이는 단순한 재정 손실을 넘어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와 민관 협력 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DT는 당초 정규 교과서로 의무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이 추진됐지만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AIDT를 포함한 ‘지능정보 기술 활용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 학교 재량에 따라 활용하는 교육자료로 범위가 제한됐다.

이로 인해 개발에 참여한 발행사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가 교사 연수와 인프라 확충 등으로 지난해까지 투입한 약 1조2797억원의 예산도 매몰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욱상 동아출판사 대표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AIDT는 이제 막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공교육 혁신의 플랫폼”이라며 “정치적 논의만으로 법적 지위를 격하한 이번 결정은 교육 현장의 현실과 국가 정책의 연속성 모두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같은 배를 타고 온 상황에서 풍랑이 몰아치자 교육부가 먼저 배에서 내린 셈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발행사와 협의를 해야 했지만 한마디도 없었다”며 “교육자료가 되더라도 교육부는 책임지고 국회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하고, 학교들이 적극적으로 (AIDT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AIDT를 더 사용해 본 후 논의하자는 대안도 나왔다.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국가 정책은 변경 시 신중을 기해야 하며 국민 피해에 대한 책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검증 없는 법 개정은 교육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DT 도입으로)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수준별 맞춤 학습을 제공해 기존 교육 방식보다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학습 현장에서 AIDT를 사용한 교사들의 긍정 평가가 70%를 넘는 등 교육 효과도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교과서협회와 AIDT 발행사들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9일 실시한 ‘AIDT 효용성 인식조사’에 따르면, 주 3~4회 이상 AIDT를 활용하는 적극적 사용자의 76%가 학습 효과성을 증진한다고 답했다. 다만 소극적 사용자와 미사용자의 경우는 각각 48%, 38%에 그쳤다.

현 대표는 “(사용 경험에 따라 AIDT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을 감안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폐기하거나 최소 1년간의 검증 과정을 거친 후 재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선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에 따른 피해는 결국 발행사와 학교, 학생 등 교육계 모두가 떠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사전에 정규 교과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사교육 시장 확대, 교사 연수 부족 등이 제기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제 운영을 통해 검증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업계의 대규모 투자가 의미 없이 종결되지 않도록 발행사들이 제시한 일정 기간의 시범 운영과 효과 검증을 거쳐 조정하는 방안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AIDT는 올해 일부 학년과 과목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었고, 각급 학교는 내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준비해왔으나, 법 개정으로 운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교육자료로 분류될 경우 초·중등교육법상 무상·의무교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정부의 예산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산 및 인프라 여건을 갖춘 일부 학교에서만 AIDT를 활용하게 돼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발행사들은 “(AIDT가) 교과서일 땐 정부에서 구독료를 50%가량 지원했지만, 교육자료로 바뀌어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학교가 부담해야 할) 구독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다면 현재 30% 수준인 사용률은 3%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4일 국회에서 “(AIDT의 교과서 지위 상실은) 저소득층이나 산간벽지 학생, 장애 학생에게 주어진 교육 기회를 빼앗아 교육 격차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개정안 통과에 대해 찬성하는 성명도 발표됐다.

AI디지털교과서중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AIDT 강행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 해소에 기여하고, 향후 교육 현장에서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학생의 다채로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한다”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공대위는 “새로운 교육 정책 추진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가 아닌 정책 타당성 검토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숙의 과정”이라며 “모든 논의 과정이 생략된 그간의 AIDT 정책은 학교 현장의 혼란만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현장에선 AIDT 취소 절차에 대한 안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혼선을 겪고 있다”며 “교육부는 2학기 신청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학교에 취소 절차를 명확히 공문으로 안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3년, 윤석열정부는 후속 대응을 오는 2026년까지 AIDT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도입 일정으로 인해 현장에선 교사 연수 부족, 디지털 인프라 미비, 시스템 사용 장애 등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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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