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옹호와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전씨의 입당은 단순한 이슈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가르는 갈림길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헌법 세력과 절연하지 않고 내란당, 계엄당, 윤 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 해산론’이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 행위로 파면되고 형이 확정되면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최근 SNS에 “헌법을 우습게 여기고, 민심을 등지고, 상식을 한참 벗어난 국민의힘은 스스로 해산의 법정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분노한 국민은 이미 국민의힘 해산 청구 1000만인 서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3월 내란이나 외환 혐의로 형을 확정받은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정당해산심판을 받고, 그다음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도록 한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이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심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해산은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정당의 해산과 관련해서는 헌법 제8조와 헌법재판소법 제3절, 그리고 정당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청래 의원이 일명 ‘정당해산심판 청구법’이라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시끌벅적한데, 이미 박 의원이 같은 취지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우리 헌법에서는 정당의 설립·운영·해산의 원칙을 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에서는 정당해산의 심판 절차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해산이 결정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법에 따라 정당해산을 집행한다.
헌법 제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해산의 사유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길 때’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청구할 수 있다. 관건은 헌법에 명시된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인데, 이에 대한 정의는 이미 헌재에서 명확히 한 바 있다.
헌재는 지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헌재가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제시한 정당해산 기준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다면 그 정당은 해산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의 극우적 행태는 정당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군을 동원한 헌정 파괴 시도를 옹호하고, 헌재와 법원의 권위를 흔들면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부 의원들이 윤석열 파면이 결정되면 불복하고 헌재를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었다. 앞서 윤석열 탄핵소추 때 집단으로 표결에 불참하고 방해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이 모든 행위가 내란 동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해산 사유라는 견해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정당해산의 또 다른 근거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의 일체성이다. 통진당 해산 결정에서 헌재는 “당 주도 세력의 활동과 목적은 당에 귀속된다”고 밝혔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연루된 ‘내란 음모’ 사건을 당 차원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로 봤다.
윤석열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통령이 된 뒤 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헌재는 통진당 지도부가 이석기 등을 제명이나 탈당시키지 않고 감싸고 돈 것에 주목했는데,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제때 제명·탈당시키지 않고 옹호했었다. ‘이석기와 통진당’처럼 ‘윤석열과 국민의힘’도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국민의힘이 내란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거나 폭동을 수반하는 구체적 행위를 실행하지 않았다면 헌재의 해산 결정은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 강령을 내걸고 있지 않은 점도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국민의힘에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가 핵심인 현행 헌정질서를 부정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이탈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와 별개로 통진당 해산 사태에서 보듯 정당해산제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극우세력과 동맹관계를 형성하면서 극우 정당으로 치닫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의 폭력 선동에 동참함으로써 파시즘 경향을 강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이를 묵과했다가는 한국 사회가 자칫 ‘준내전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당해산 압력 등 국민의힘에 충격과 경종을 울리는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
최근 새 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에 대해 “정당의 ‘ 1호 당원’인 대통령이 의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이같이 밝혔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은 흔히들 해당 정당의 1호 당원이라고 한다. 정당에 대해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의 그러한 영향력이 정당의 활동과 목적, 개별 의원들의 선택과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내란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잘 판단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정당해산은 헌법에 규정이 있다.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길 때 정부가 제소하는 것으로 돼있다”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제가 어떻게 하겠다고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핵심적 정치적 기본권은 정당 활동의 자유다.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당해산이라는 극약처방에 대해 최후 수단적 절차로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한 짓을 생각하면 소속 정당까지 해산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에 소속 정당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명확히 따지지도 않고 해산심판을 청구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 정치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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