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검·경 갈등 폭발 막전막후

비화폰 서버 두고 옥신각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찰이 받기로 한 상황서 검찰까지 가세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우선 검찰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검찰과의 ‘성과 배틀’이 불편하다는 분위기다. 경호처가 유독 검찰에만 호의적인 태세를 유지하면서 경찰에는 협조를 거부해 온 게 그 이유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지난해 12월31일바부터 지난 1월22일까지다. 포렌식은 마무리됐고 이제 비상계엄이 어떻게 준비됐는지를 들여다볼 차례다. 검찰도 비화폰 서버 확보에 동참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두 기관의 ‘경쟁 레이스’로 들어섰다.

판도라
열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1월22일까지 통화 기록을 이미 확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이 받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2일마다 자동 삭제되는데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대부분 복구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 관련 비화폰 등 19대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경호처는 초반과는 다르게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됐던 김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지휘권을 잃은 이후 서열 4~5위에 해당하는 경호처 지휘관이 ‘물밑 협조’하에 경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제출받는 현장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수사팀이 나타났다. 수사팀 소속 군검사 등은 경호처로부터 협조를 받았다며 비화폰 서버와 CCTV 영상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이미 경호처와 수차례 협의해 확보한 자료라며 검찰이 끼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검찰이 그간 삼청동 안가 CCTV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던 사실도 불만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경호처 협조를 거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일 뿐 경찰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새치기가 아니면 뭐냐? 몇 달 동안 경호처와 협의 끝에 겨우 확보한 중요한 자료”라며 “갑자기 이제야 요청하는 건 경찰에 수사 실적을 뺏기지 않으려는 저의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비화폰 서버 확보에 성공하면서 내란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경찰은 비화폰 서버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서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이 지난해 12월6일 원격으로 삭제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 끈질긴 물밑 협의 끝에 겨우 확보
검 끼어들기 논란 “경호처 먼저 연락”

12·3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이자, 홍 전 차장이 ‘대통령이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했다’고 폭로한 날에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김 전 서울청장의 비화폰이 삭제된 것이다. 이 외에도 복구된 비화폰 서버에는 통화·문자 내역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고 서버 분석 과정서 추가적인 정황이 포착됐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가 상당한 만큼 내용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높다. 경찰은 내란 혐의 관련 국무위원들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번에 경찰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하거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와 관련된 자료로 한정된다.

내란 혐의와 관련된 핵심 자료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범죄 혐의의 증거 활용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재판서 증거로 쓰이려면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경찰에 사실조회를 하거나, 별도로 법원이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경찰은 삭제를 지시한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불상자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7일, 김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도 증거인멸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수단은 지난달 30일, 김 전 차장을 불러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실무진에게 연락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을 보안 조치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하고 누구 지시였는지 추궁했다.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한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이 이뤄지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된다.

지시자
윤석열?

김 전 차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연락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네가 통신을 잘 안다며.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첫 통화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전 차장은 즉시 경호처 통신 담당 실무진에게 전화해 보안 조치를 지시했다. 실무진은 김 전 차장에게 “누구 지시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실무진과의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최근 경호처로부터 확보한 통화 내역 등이 증거로 제시되자,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보안 조치)은 경호처 실무진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실무진들은 보고서 등을 쓰며 “증거인멸에 해당돼 로그아웃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장은 간부회의 등에서 수차례 “보안 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경찰보다 늦었지만 비화폰 서버 자료를 확보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곽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대상이다.

김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계엄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기록도 포함됐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이른바 ‘최상목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보란 듯이
수사 경쟁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의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 수사보고서에는 노 전 사령관이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이 비상계엄 관련 주요 문건서도 발견됐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검찰 특수본은 제목이나 목차가 표기된 방식과 단락 구분에 사용한 기호 등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확보한 여러 한글 파일 문서를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과 비교·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 주거지서 압수한 USB 속 파일과 비상계엄 관련 서류는 모두 큰 목차에서 작은 목차로 내려갈 때 ‘■, ▲, o, -’ 순으로 기호가 매겨졌다고 한다. 그중 ‘o’ 표시를 할 때는 한글 프로그램 특수 문자 중 라틴 표기가 활용됐는데,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서도 이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무위원 등에게 건넨 문건 중 실물이 남아있는 건 최 전 부총리가 받은 게 유일한데, 이 문건과 비상계엄 선포문이나 포고령 1호 제목은 ▲가운데 정렬 ▲밑줄 ▲진하게 등의 동일한 처리가 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특수본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 작성 주체가 확인이 안 된 만큼, 이를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작성자일 가능성도 검토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비화폰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때문에 비화폰 기록 분석 과정서 공소장 변경이나 증거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

민간인 노상원·김건희 통화 기록 확인
일부 국무위원 출국금지 물증 확보했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 분석 과정이고 핵심 증거가 발견된다면 보완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10분가량 울분을 토하며 개인적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이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영부인 특검법 얘기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헌법재판소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그는 “어떤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 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들이다. 대통령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저는 그 당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헌재서 언급됐던 또 다른 증언도 주목받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김건희씨와 계엄 전날(지난해 12월2일)과 당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이날 저녁 김씨가 조 원장에게 문자 두 통을 보냈고, 다음날 아침 조 원장이 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찰과 검찰 간 갈등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비상계엄·주가조작·공천 개입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구체적 수사는 특검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서 전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혔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개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각각 파견검사 40명 등 총 205명 규모로 170일간, 채상병 특검법은 파견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로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3개 특검이 동시에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파견검사 수만 100명에 이르는 규모다. 특검 출범 시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개 특검
처리 예고

특히 내란 특검법의 경우 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특검법 수정안이 제출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오후 기존 발의한 법안서 파견 검사를 40명에서 60명으로,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을 각각 80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특별검사가 추천하는 특별검사보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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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