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검·경 갈등 폭발 막전막후

비화폰 서버 두고 옥신각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찰이 받기로 한 상황서 검찰까지 가세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우선 검찰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검찰과의 ‘성과 배틀’이 불편하다는 분위기다. 경호처가 유독 검찰에만 호의적인 태세를 유지하면서 경찰에는 협조를 거부해 온 게 그 이유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지난해 12월31일바부터 지난 1월22일까지다. 포렌식은 마무리됐고 이제 비상계엄이 어떻게 준비됐는지를 들여다볼 차례다. 검찰도 비화폰 서버 확보에 동참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두 기관의 ‘경쟁 레이스’로 들어섰다.

판도라
열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1월22일까지 통화 기록을 이미 확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이 받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2일마다 자동 삭제되는데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대부분 복구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 관련 비화폰 등 19대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경호처는 초반과는 다르게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됐던 김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지휘권을 잃은 이후 서열 4~5위에 해당하는 경호처 지휘관이 ‘물밑 협조’하에 경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제출받는 현장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수사팀이 나타났다. 수사팀 소속 군검사 등은 경호처로부터 협조를 받았다며 비화폰 서버와 CCTV 영상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이미 경호처와 수차례 협의해 확보한 자료라며 검찰이 끼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검찰이 그간 삼청동 안가 CCTV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던 사실도 불만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경호처 협조를 거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일 뿐 경찰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새치기가 아니면 뭐냐? 몇 달 동안 경호처와 협의 끝에 겨우 확보한 중요한 자료”라며 “갑자기 이제야 요청하는 건 경찰에 수사 실적을 뺏기지 않으려는 저의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비화폰 서버 확보에 성공하면서 내란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경찰은 비화폰 서버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서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이 지난해 12월6일 원격으로 삭제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 끈질긴 물밑 협의 끝에 겨우 확보
검 끼어들기 논란 “경호처 먼저 연락”

12·3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이자, 홍 전 차장이 ‘대통령이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했다’고 폭로한 날에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김 전 서울청장의 비화폰이 삭제된 것이다. 이 외에도 복구된 비화폰 서버에는 통화·문자 내역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고 서버 분석 과정서 추가적인 정황이 포착됐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가 상당한 만큼 내용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높다. 경찰은 내란 혐의 관련 국무위원들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번에 경찰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하거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와 관련된 자료로 한정된다.

내란 혐의와 관련된 핵심 자료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범죄 혐의의 증거 활용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재판서 증거로 쓰이려면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경찰에 사실조회를 하거나, 별도로 법원이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경찰은 삭제를 지시한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불상자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7일, 김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도 증거인멸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수단은 지난달 30일, 김 전 차장을 불러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실무진에게 연락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을 보안 조치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하고 누구 지시였는지 추궁했다.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한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이 이뤄지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된다.

지시자
윤석열?

김 전 차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연락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네가 통신을 잘 안다며.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첫 통화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전 차장은 즉시 경호처 통신 담당 실무진에게 전화해 보안 조치를 지시했다. 실무진은 김 전 차장에게 “누구 지시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실무진과의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최근 경호처로부터 확보한 통화 내역 등이 증거로 제시되자,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보안 조치)은 경호처 실무진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실무진들은 보고서 등을 쓰며 “증거인멸에 해당돼 로그아웃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장은 간부회의 등에서 수차례 “보안 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경찰보다 늦었지만 비화폰 서버 자료를 확보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곽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대상이다.

김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계엄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기록도 포함됐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이른바 ‘최상목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보란 듯이
수사 경쟁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의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 수사보고서에는 노 전 사령관이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이 비상계엄 관련 주요 문건서도 발견됐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검찰 특수본은 제목이나 목차가 표기된 방식과 단락 구분에 사용한 기호 등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확보한 여러 한글 파일 문서를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과 비교·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 주거지서 압수한 USB 속 파일과 비상계엄 관련 서류는 모두 큰 목차에서 작은 목차로 내려갈 때 ‘■, ▲, o, -’ 순으로 기호가 매겨졌다고 한다. 그중 ‘o’ 표시를 할 때는 한글 프로그램 특수 문자 중 라틴 표기가 활용됐는데,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서도 이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무위원 등에게 건넨 문건 중 실물이 남아있는 건 최 전 부총리가 받은 게 유일한데, 이 문건과 비상계엄 선포문이나 포고령 1호 제목은 ▲가운데 정렬 ▲밑줄 ▲진하게 등의 동일한 처리가 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특수본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 작성 주체가 확인이 안 된 만큼, 이를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작성자일 가능성도 검토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비화폰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때문에 비화폰 기록 분석 과정서 공소장 변경이나 증거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

민간인 노상원·김건희 통화 기록 확인
일부 국무위원 출국금지 물증 확보했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 분석 과정이고 핵심 증거가 발견된다면 보완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10분가량 울분을 토하며 개인적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이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영부인 특검법 얘기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헌법재판소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그는 “어떤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 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들이다. 대통령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저는 그 당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헌재서 언급됐던 또 다른 증언도 주목받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김건희씨와 계엄 전날(지난해 12월2일)과 당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이날 저녁 김씨가 조 원장에게 문자 두 통을 보냈고, 다음날 아침 조 원장이 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찰과 검찰 간 갈등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비상계엄·주가조작·공천 개입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구체적 수사는 특검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서 전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혔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개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각각 파견검사 40명 등 총 205명 규모로 170일간, 채상병 특검법은 파견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로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3개 특검이 동시에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파견검사 수만 100명에 이르는 규모다. 특검 출범 시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개 특검
처리 예고

특히 내란 특검법의 경우 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특검법 수정안이 제출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오후 기존 발의한 법안서 파견 검사를 40명에서 60명으로,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을 각각 80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특별검사가 추천하는 특별검사보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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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