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문형배 재판관, 평균인에 이어 중간인으로

최근 우리 사회가 가장 주목했던 사람은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하고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재판관이다.

문 재판관은 지난 2019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서 “결혼할 때 대한민국 평균인처럼 살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 평균 재산이 3억원 정도인데 나는 4억원이 조금 안 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너무 많이 가진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과거 문 재판관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학력이나 지위나 인품 등 모든 분야서 우리나라 최고의 위치에 있는데도 재산만큼은 우리나라 평균인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결혼 때 약속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갚지 말고 사회에 갚으라’는 후원자이자 스승인 김장하 이사장의 말대로 퇴임 후 영리활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쌓아온 법적 지식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며 사회에 갚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필자는 문 재판관이 지금까지 평균인의 삶을 살아온 점에 대해 존경하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며 사회에 갚을 땐 평균인이 아닌 중간인으로 살아가라고 부탁하고 싶다.

아니 그러리라 믿는다.


평균은 수치의 개념으로 재산에 어울리지만, 중간은 위치의 개념으로 사람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는 평균과 중간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그러나 평균은 개체를 다 합쳐서 개수만큼 나눈 값이고, 중간은 나열된 개체의 가운데 값을 말한다.

평균과 중간의 상관관계를 보면 개체가 골고루 분포될 땐 평균값과 중간값의 차가 나지 않지만, 개체 분포가 한 쪽으로 치우질 땐 평균값과 중간값의 차이가 많이 난다.

예를 들어 ‘1억, 2억, 4억, 6억, 7억’에서 평균값은 4억이고 중간값도 4억으로 평균값과 중간값이 같지만, ‘1억, 2억,4억, 10억, 13억’의 경우 평균값은 6억이고, 중간값은 4억으로 평균값과 중간값의 차가 많이 난다.

즉 평균값의 경우 모든 개체의 값을 다 반영하므로 지나치게 작거나 큰 개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중간값은 크거나 작은 개체를 고려하지 않고 중간을 반영하므로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개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평균인과 중간인을 구분할 때도 빈부의 차가 많이 나는 사회일수록 평균값과 중간값이 달라 평균인과 중간인의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는 평균이 중간을 도와주는 수치여야지, 평균이 사회를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 공동체는 재물보다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 가구 순자산 평균은 3.9억원이고, 가구 순자산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은 2.4억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4억원 자산을 가진 문 재판관의 경우, 평균인은 되지만 중간인은 아닌 그 이상이 되는 셈이다.

문 재판관은 중산층도 아닌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중산층을 구분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간 소득(전 국민을 소득 순으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적용해 중간 소득의 50~150퍼센트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계산대로 라면 우리나라 현재 중산층은 1.7억원에서 3.6억원 사이다.

결국 문 재판관이 평균인은 되지만 중간인이나 중산층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워딩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문 재판관이 왜 평균인이라는 말을 해야 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러니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는 문 재판관이 평균 20억원 재산의 타 재판관들과 달리 평균인을 추구하면서 평균인이 된 것만도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다만 용어 정리 차원서 구분했을 뿐이고, 문 재판관이 앞으로 자신의 법적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땐 평균인이 아닌 중간인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편 정부 정책에 따라 중산층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재형저축 가입 자격은 연봉 5000만원 이하지만, 중산층 이하 가구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반값 등록금 수혜 대상은 소득 상위 30퍼센트 이하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지표에 중간 개념 대신 평균 개념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론 공동체 전체를 위한 정책 같지만 자세히 보면 특수층에게만 유리한 정책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평균인이나 중간인이라는 말에 익숙하지 않고 중산층이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중산층은 평균인과 중간인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튼 사람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수치보다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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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