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탄핵 줄 기각’ 윤석열 선고 상관관계

이대로 고? 스톱?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모두 기각했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였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정기관의 공백 사태가 98일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제 모든 시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향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을 대상으로 탄핵안을 발의했다.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다.

성급했나?

우선 검사 세 명에 대한 탄핵소추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게 주요 사유다. 민주당은 이들이 수사 절차상 김 여사에게 이례적인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건과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공범 수사 과정서 드러난 중대범죄 증거를 외면한 채 불기소 처분했다는 지적이다.

최 감사원장의 탄핵 사유로는 ▲감사원장으로서의 각종 의무 위반 ▲직무상 독립 지위 부정 ▲국회 자료 제출 거부 ▲표적 감사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군사기밀 및 직무상 취득한 기밀 유출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실 감사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위법 감사 등이 언급됐다.

특히 민주당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감사원은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가 청구된 지 1년8개월이 지나서야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공사 과정서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위반 사례가 확인됐음에도 별다른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탄핵안은 4일 본회의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그 전날인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5일이 돼서야 표결에 부쳐졌다. 이날 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야당의 주도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일정과 맞물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빠르게 돌아갔다. 최 감사원장의 경우 지난달 12일, 검사 3인은 지난달 24일 변론이 종결돼 탄핵 선고만을 앞두고 있었다.

윤 “공직자 탄핵은 헌정질서 붕괴”
야 “헌법 수호 위한 탄핵” 맞불

지난 1월23일 선고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선고 결과가 재점화됐다. 당시 탄핵 심판서 기각과 인용 의견이 각각 4대 4로 갈렸는데, 이번 감사원장과 검사 3인 재판에서 의견이 얼마나 갈릴지가 관건이었다.

지난 13일 최 감사원장 탄핵 심판서 재판관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 역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탄핵 사유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서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관한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 감사원장은 기각 결정 직후 곧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검사 3인에 대해서도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하고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을 남용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가 특정됐다는 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됐기 때문에 해당 탄핵소추의 목적을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민주당이 최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야당의 줄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로 규정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 역시 본인6의 최종 의견 진술서 “거대 야당의 공직자 줄 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주도 탄핵은 사람 단 한 명”
한발 앞서 윤 탄핵 선고 영향 차단

탄핵이 줄지어 기각되자 대통령실은 헌재의 선고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탄핵 심판 사건 기각 결정을 환영한다”며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또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중대한 결정이자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법의 철퇴를 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 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결국 중요한 것은 윤석열의 선고기일을 신속히 잡아 파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에 다시 한번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헌재는 최 원장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결정했지만 명확하게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고 한다. 또 검사 3인에 대해서도 탄핵소추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정섭 검사는 결국 검찰에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헌재가 탄핵 남발이 아니라고 적시한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헌법이나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고, 재발 방지 목적도 인정된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 역시 “22대 국회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한 공직자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단 한 명”이라며 “계엄 이후 내란 가담 의심자를 탄핵하고, 김건희를 봐준 감사원장과 검사에 대한 탄핵도 계엄 이후 이뤄졌다. 줄 탄핵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기각이 윤 대통령의 심판 결과에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와 헌재의 결정이 일치한다고 해석된다면, 이는 탄핵을 방어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 긋기

야권에서는 단박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사건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검사원장,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심판보다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비교선상에 둘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아울러 야당의 잇따른 탄핵안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는지 따지는 게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별개의 사건이고 사건 번호도 다르다. 당사자도 다르므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개별 사건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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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잡는 이재명 더 유리한 이유

칼 잡는 이재명 더 유리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정치권의 분위기는 조기 대선으로 넘어갔다. 아직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독무대인 가운데 야권 잠룡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록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52일 만에 석방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야당에서는 사뭇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들은 잠시 총구를 거두고 하나의 목소리로 탄핵을 촉구했다. 풀려난 윤 뭉치는 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 전 지사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이다.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지사는 “정치 불확실성이 더 길어진다면 심각한 경제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즉각 탄핵만이 민주주의와 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수원역 로데오거리서 시위를 하던 중 한 남성이 맥주캔을 던지는 등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단식농성 중인 김 전 지사를 만나 “힘을 합쳐 조기 탄핵, 100% 탄핵을 이루자”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탄핵과 탄핵 100%를 주장하는 분들과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지금의 이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는 빠르게 탄핵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같이 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야5당 합동 집회가 열린 광화문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전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내란 수괴가 활보하는 대한민국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이제 내란 세력을 응징하는 것은 파면 후 조기 대선서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 길밖에 없다”고 탄핵 여론에 군불을 땠다. 박용진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총장 출신 내란 수괴와 한통속으로 대놓고 봐주기 하는 것 아니냐”며 “9시간 45분이 문제가 아니라 94년 5개월을 감옥에 있어도 모자랄 내란 수괴의 석방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하는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공개 특강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문재인정부 초기를 준비했던 분들의 경험을 경청해주길 바란다”며 “제가 주선해서라도 그때 준비한 내용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속 취소에 커지는 광장 목소리 정권교체론 발판 삼아 “윤 파면” 합심해 이 대표를 압박했던 비명계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계기로 다시 뭉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역시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겨냥해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통합 기조를 내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광화문 인근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 농성장을 찾아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만나 시국 간담회를 가졌다. 김동연 지사도 이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기존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 대표는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을 군인으로 통치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지금 같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불안과 공포감을 준다”며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우리 경제도 추락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부 국민의힘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공식적으로 헌재의 이름으로 앞으로 대통령은 아무 이유도 없이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아무 때나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해도 된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취미활동 삼아서 계엄령을 선포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것인데 가당키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정권교체론과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두드러질수록 차기 대선은 계엄 해제의 공을 다투는 선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관점서 봤을 때 이 대표는 ‘계엄 해제’와 ‘탄핵 찬성’이라는 두 가지 정치적 유산을 모두 갖고 있다. 야권 잠룡들이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데 그쳤다면 이 대표에게는 계엄을 해제한 1등 공신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은 것이다.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탄핵 목소리를 키우는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 정국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가 추후 열릴 수 있는 경선, 또는 조기 대선에 가산점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의견은 50.4%,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은 44.0%로 집계됐다. 2주째 오차범위인 ±2.5%p 밖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앞선 것이다. 정권교체 신경전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이 각각 정권 연장론과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무당층에서는 정권 연장이 31.6%, 정권교체가 45.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비상계엄 심판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될 이번 계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동조한 이들을 반헌법 수호 세력으로 규정해 정권교체 프레임을 굳히겠단 것이다.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계엄 해제에 앞장선 이 대표를 내세울 수 있다. 이 대표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 “우리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해제 선언 전까지 국회서 자리를 지키겠다” 등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고, 탄핵 정국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비상계엄이 ‘불법 내란’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통해 헌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인 민주당 박수현·민형배·김준혁,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은 이날 서울 광화문 농성장서 “윤 대통령 파면 시까지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할 것과 법원의 윤 대통령 직권 재구속 및 국민의힘 정당 해산 등 요구안도 발표했다. 이들은 연대 이름으로 낸 성명서를 통해 “오늘로 12·3 내란이 98일째를 맞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는 헌재의 신속하고 단호한 윤석열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민주당 초선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이 국회 본청 앞 계단서 윤 대통령 조기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500여명이 국회의사당서 광화문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는 대신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너도나도 때리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의 본령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지도부는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의원님들께서 양해해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적으로 탄핵 각하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는 등 엇박자를 보이면서 여당은 여당대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급해진 여권 잠룡들은 일제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집중 공격에 나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고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만일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결과가 비록 유죄일지라도 조기 대선에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판결이 6월26일까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2심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심과 3심 대법원 판결 사이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모르는 상태서 유권자에게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맞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이 심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검찰을 희생양 삼아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하면서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고도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를 콕 집어 “위험하고 불안한 후보”라며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M+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바이오 혁신 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 당도 혹시 열릴지도 모르는 조기 대선에 여러 가지 사전적인 준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때릴수록 커지는 이…보이지 않는 대항마 정책 과제 발표에 시동 걸리는 조기 대선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대표를 겨냥해 “위험한 사람이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겠다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뭉친다면 이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저마다 ‘이재명 때리기’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려 하지만 그럴수록 이 대표의 주목도만 높아지는 꼴이다. 게다가 대권주자들의 차별화가 눈에 띄지 않아 결국 이 대표 대세론만 인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노동, 경제, 민생 등에 관해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락가락 행보’ ‘우클릭 좌회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야당 대표’를 벗어나 ‘집권여당’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과정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당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한 민생연석회의를 출범시키고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민생연석회의는 “국민과 함께 민생에서 미래를 찾겠습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중소상공인·자영업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금융·주거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가 선정한 20개 민생의제와 60개의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를 하려면)왼쪽도 보다가 오른쪽도 봐야 한다. 시각이 한쪽에 쏠려 흑백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검은색 아니면 흰색(과 같은 식의)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나. 회색도 있고 빨강·노랑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라는 것은 편 나눠서 싸우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공약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안 생기면 좋겠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논의해야 할 의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잠룡 모두 고심이 깊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으로 인해 보수 결집을 이뤄냈지만 중도층을 잃는 딜레마에 빠졌다. 야권 잠룡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총구를 밖으로 꺼냈지만 한편으로는 이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 로드맵은커녕 개헌을 주장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차별점이 없는 것 역시 여야 잠룡들의 고민 중 하나다. 이대로 어대명?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대표 경쟁 주자들은 계엄 해제가 아닌 개헌, 또는 윤석열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제기하는 등 조기 대선 주자 선택의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결국 차기 대선의 프레임을 계엄 해제와 내란 저지 구도로 유지해야 이 대표의 완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꺼낸 기본사회 카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논의하는 기본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2일 출범한 위원회 위원장은 이 대표가, 수석 부위원장은 박주민 의원이 맡았다. 이날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회복과 성장을 바탕으로 국민 기본권을 든든히 해서 보장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입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본위원회도 함께 출범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과는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가시권에 접어든 조기 대선을 대비한 로드맵과 연결 짓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