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권 연장 맥 끊은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대한민국 6공화국은 1987년 10월29일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로 개정된 9차 개정 헌법(10차 헌법, 제10호)에 의해 이듬해 2월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헌정체제다. 역대 대통령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에 이어 현재 대통령은 윤석열이다.

6공화국은 1988년 이후 현재까지 37년 동안 8개 정부로 이어졌다. 원래 6공화국의 8번째 정부인 윤석열정부는 2027년 5월9일까지 임기가 보장돼있으나 만약 내달 중순 무렵,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6공화국은 9번째 정부를 맞게 된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중 개헌이 이뤄진다면 6공화국은 막을 내리고 차기 정부는 7공화국으로 출범하게 된다.

최근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헌 정국이 시작돼 7공화국을 눈앞에 둔 시점서 6공화국의 정권 변천사를 정리해 봤다.

우리나라는 6공화국 내내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번갈아 정권을 차지해 왔다. 그래서 정부도 보수정부(노태우·김영삼), 진보정부(김대중·노무현), 보수정부(이명박·박근혜), 진보정부(문재인), 보수정부(윤석열) 순으로 이어왔다.

즉 우리 국민이 보수정당 10년, 진보정당 10년, 보수정당 9년을 지지한 후, 진보정당 5년을 지지했다. 윤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 보수정당은 아직 수권정당으로써 기간이 확실치 않다.


미국의 최근 40여년 정권 변천사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미국 국민 역시 공화당(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민주당(빌 클린턴 연임), 공화당(조지 H.W. 부시 연임), 민주당(버락 오바마 연임), 공화당(도널드 트럼프), 민주당(조 바이든), 공화당(도널드 트럼프) 순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을 번갈아 밀어줬다.

즉 공화당 8년, 민주당 8년, 공화당 8년, 민주당 8년을 지지한 후, 공화당 4년, 민주당 4년, 공화당 4년을 지지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40여년 정권 변천사를 보면, 두 나라 모두 정당이 번갈아 한번씩 정권을 연장해오다가 2021년 이후 정권 연장 싸이클이 막을 내리고 정권교체 싸이클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정권 연장 때 우리나라는 단임제라 정당은 바뀌지 않았으나 대통령이 바뀌었고, 미국은 중임제라 정당도 대통령도 바뀌지 않았다.

정권교체 땐 두 나라 모두 정당도 대통령도 모두 다 바뀌었다.

정권 연장 싸이클이 막을 내리고 매번 정권교체가 시작되는 시점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줬고, 미국은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민주당 바이든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서 2022년과 2021년 각각 집권여당이 국민 신뢰를 잃고 정권을 넘겨줬다는 게, 단순히 정권교체 차원이 아닌 정권 변천사의 흐름이 정권 연장 싸이클에서 정권교체 싸이클로 바뀌었다는 차원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2021년 이후 우리나라와 미국서 더 이상 정권 연장 싸이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에선 문재인정부가 정권 연장에 실패했고, 이은 윤정부도 현재로선 정권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서도 트럼프가 정권 연장에 실패했고 이어 바이든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야 어떻게 됐든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당 변천사에서 정권 연장의 맥을 끊은 장본인이 분명하다.

미국 대통령은 당선되면 연임을 목표로 장기 계획을 세우고 국정운영을 하니, 초기 4년 내내 책임감 있는 대통령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탄탄하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 단임이기 때문에 5년 내내 국정운영을 열심히 해서 같은 정당 대선후보에 정권을 넘겨줘야 한다.

그런데 임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오고, 특히 임기 마지막 1년은 많은 권한을 내려놓아야 해서 정권 연장이 쉽지 않다.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일만 잘하면 스스로 연임될 수 있어 정권 연장이 다소 쉬운 데 반해, 우리나라 대통령은 임기 3년 이후부터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적 셈을 해야 하니 정권 연장을 창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정권을 만들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정권을 만들 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정권을 만들 때도 단순히 국정운영을 잘해서 연장된 게 아니고, 엄청난 정치공학적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국정운영도 잘했지만 레임덕 이후 같은 당 차기 대선후보 당선을 위해서도 고도의 전략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권 연장에 실패한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무척 관대하다. 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해 정권을 빼앗겼다는 단순한 논리로 넘기기엔 대선서 패한 0.73% 차이가 너무 작은 수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권 연장을 이루지 못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도 정권 연장에 실패했듯이 정권교체가 세계적인 추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때마다 매번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국정에 일관성이 없어지고 경제도 사회도 불안해지면서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되니 문제다.

트럼프는 올해 재선에 성공해 다시 미국 대통령이 돼 미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권 연장 싸이클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기회가 없다. 끝까지 민주당에 큰 빚을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다만 그가 개헌에 앞장선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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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