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스타’ 박영수 몰락 풀스토리

잡다 잡다 자신이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는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감옥에 있다. 법망을 피하려는 사람을 잡아넣던 과거가 무색하게 본인이 그 그물에 걸려들었다. 지나칠 정도로 초라한 말로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논할 때 박영수 전 특별검사(사법연수원 10기)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박 전 특검은 지방에 좌천돼있던 윤 대통령을 서울로 불러 요직을 맡겼다. 윤 대통령은 박 전 특검의 부름을 발판 삼아 정권교체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뛰어올랐다. 대권 행보의 첫걸음이 된 셈이다.

유명한 특수통
‘윤의 구세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지 못한 일반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고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전에도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가 있었지만 전 국민의 관심도는 비할 바가 못됐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승식·박영수 두 변호사 가운데 박 전 특검을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찰청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거친 박 전 특검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불렸다.

2009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특검으로 발탁됐다.


박 전 특검은 당시 대전고검에 있던 윤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슈퍼 특검팀’의 시작이었다. ‘박영수 특검팀’, 정식 명칭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태서 출범했다.

수사 기간, 규모 등에서 역대 특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박 전 특검은 임명된 이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 농단 사태로 스타덤
전 국민의 지지 받았지만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 등 대기업 뇌물,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30여명을 기소했다. 이후에 나온 법원의 판결은 차치하고라도 역대로 따져도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박 전 특검이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등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던 특별검사가 거꾸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은 충격으로 이어졌다. 한때 윤 대통령의 ‘구세주’로 불렸던 인물의 몰락이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김모씨가 수산업자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 사업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총 116억24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수개월 안에 3~4배의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박 전 특검은 이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때 언급된 게 명품 자동차 ‘포르쉐’다. 가짜 수산업자가 제공한 포르쉐를 무상으로 타고 다녔다는 내용이다. 2021년 7월 박 전 특검은 이른바 ‘포르쉐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도의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리를 내려놨다.

금품수수
유죄 인정

이후 2022년 11월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3회에 걸쳐 86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고 대여료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해 336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 측은 포르쉐를 공짜로 타고 다녔다는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비용을 지급할 의사로 차량 등을 대여했고 실제로 지급했다”며 “금품수수에 관해서는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공직자가 아니기에 1회당 100만원이 넘거나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된 사안”이라며 “박영수 피고인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의 규명을 위해 임명된 특검으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은 국가적 의혹 사건의 공정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설치된 독립된 기관”이라며 “특검법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 때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서 파생된 ‘50억 클럽’에도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언급됐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진 이후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이 대표를 비롯해 주요 관련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마다
이름 나와

2023년 검찰은 두 번의 청구 끝에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임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원과 대지 및 주택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서 기각되자 보강 수사를 진행해 재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3~4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5억원을 받고 50억원을 약속받았다고 봤다.


또 박 전 특검이 특검으로 활동하던 2019년 9월~2021년 2월 딸과 공모해 11억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추가했다. 2016년 화천대유에 입사한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렸다.

법원은 ‘증거인멸’을 이유로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2월 정치권에서 이름이 언급되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순 혐의도 받았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수익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고 지목된 인물들이다. 2021년 9월 대장동 수사 과정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총 6명의 이름이 언급됐는데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박 전 특검이 포함됐다.

포르쉐 의혹 삐끗하더니…
대장동 사건으로 징역 7년

최근 박 전 특검이 기소된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는 지난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1억5000만원도 명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1억50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상황이라 신변을 구속할 이유가 상당하다”며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를 법정 구속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이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리은행의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개별 청탁 여부는 공소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 대가로 200억원과 건물 등을 약속받은 데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라고 봤다.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에 도움을 준 대가로 50억원을 약정받고 5억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딸을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본 부분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가 3억원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 전달 방법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18일 항소했다. 3억원 수수 부분도 무죄라는 취지다. 박 전 특검 측은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들었다. 1심서 유일하게 인정한 변협 선거자금 수수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항소
다음은?

박 전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과거의 영광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때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두 차례나 구속된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도 아직 뿌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의 몰락은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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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