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집착…신종 스토킹 범죄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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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널 가질 거라 생각했어”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싫다는 사람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범죄 스토킹. 한 때 사랑했다 헤어진 연인관계에서 혹은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에게 빈번히 발생하던 스토킹이 최근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특정인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사이버 스토킹에서부터 조직으로 이뤄지는 집단스토킹까지 등장했다. 일방적이기에 더욱 두렵고 잔인한 그것. 소름끼치는 신종 스토킹 범죄 실태를 들여다봤다. 

스토킹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인기의 부산물로 치부하기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속적으로 전화를 거는 것부터 시작해 무작정 집을 찾아오거나 일상을 훔쳐보는 일, 상대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가 하면 심지어 만나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단지 이성간의 문제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리고 인터넷상에서도 널리 퍼져 모든 사람의 관심사와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공간을 훔쳐보는
집요한 시선

올해 초 뷰티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던 A(27·여)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A씨는 한 네티즌의 블로그 이웃신청을 자연스러운 사이버 친구 맺기라고 생각하며 수락했다 예상치 못한 수난을 겪어야 했다.

사이버 친구신청은 블로거 활동을 하다보면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 네티즌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쪽지를 보내고 프로필에 게재된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취하는 등 친구 이상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A씨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취했고, ‘블로그 포스트 업데이트는 언제 하는 거냐’ ‘이번엔 소녀시대 윤아 콘셉트의 화장을 해봐라’ ‘가슴이 더 노출되도록 사진을 찍어 올려라’ 등의 음란 발언을 보냈다. 당황한 A씨는 개인정보를 모두 비공개로 바꾸고 친구관계를 끊었지만 그는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A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익명 뒤에 숨은 얼굴…사이버스토킹 늘어
개인정보 사적으로 악용 후 잘못된 구애

A씨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정보를 모두 파헤쳐 찾은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며 “결국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닫고 휴대폰 번호도 바꿨다. 취미로 즐겨하던 블로그 포스팅도 이제는 너무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B(30·남)씨도 지난해 사이버 스토킹을 당하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한 네티즌이 B씨의 미니홈피에 드나들며 1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는 B씨에게 “사랑한다” “너 없으면 나는 죽는다”라는 협박성 말을 지속적으로 내뱉었다.

B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로부터 스토킹이 계속되어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바꿨다”며 “그로인한 정신적 피해로 SNS 활동은 물론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까지 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있다”고 털어놨다. 

택배 물건 한 번
받았을 뿐인데…

이 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학생 C(22·여)씨는 얼마전 대리판매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한 후 판매점 직원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C씨는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었지만, 해당 직원으로부터 ‘남자친구가 있느냐’, ‘시간나면 커피나 같이 마시자’ ‘주로 어디서 노냐’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던 것.


해당 직원은 C씨가 휴대폰을 개통할 당시 작성한 가입서류의 고객정보를 외워뒀다가 스토킹을 했으며, 이 사실을 안 C씨의 부모가 해당 판매점에 항의를 하고 나서야 C씨는 스토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택배 물건을 받았다가 스토킹에 시달린 경우도 있었다. 대학원생 D(28·여)씨는 학교 근처로 이사 후 택배기사로부터 몇 개의 물품을 받으며 원룸 카드키 관련한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았고 이후 끔찍한 스토킹을 1년간 겪어야 했다. 택배기사는 D씨의 동선을 파악해 택배차량을 이용 미행, 몰카를 촬영하거나 심지어 학교 내 도서관까지 침입해 지켜보는 일들을 일삼았다.

D씨는 “‘저러다 말겠지’ ‘제풀에 지쳐 그만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됐다”며 “이후 타 택배회사 물품도 그 사람이 대신 배달 해주고 내가 이동하는 동선마다 다양한 택배회사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있다간 무슨 일이라도 당하겠다 싶어 결국 집에 들어와서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E(25·여)씨는 영어학원에서 토익강의를 듣다 강사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E씨는 지난 7월 토익점수를 올리기 위해 강남의 유명 토익강의를 신청했다. 주로 뒷자리에서 강의를 듣다가 처음 앞자리에 앉아 강사와 마주한 날, 강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E씨는 “갑자기 그날따라 수강증 확인을 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때 이름을 외워 연락처를 알아낸 것 같았다”며 “그때부터 ‘남자친구가 있느냐’, ‘저녁에 시간 되느냐. 밥 한번 먹고싶다’ ‘영어 과외를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가 매일같이 왔다”고 말했다.

E씨는 답장을 하지 않으려다가 수강료를 낸 수업은 마저 들어야 하기에 정중히 거절하는 문자를 한 차례 보냈다. 그러나 강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럼 언제 만날 수 있느냐’ ‘오늘 예쁘게 하고 왔더라. 어디 약속 있냐’ 등의 문자를 보냈고 결국 E씨는 학원을 그만뒀다.     

행위의 연속성이
빚어내는 공포

스토킹이 우리나라에서 더욱 다양한 유형으로 번지는 이유는, 관련 처벌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은 오랫동안 대두되었던 유명인들의 스토킹 사건들 때문에 스토킹 관련법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전 국가가 반(反)스토킹법을 제정했고, 1998년부터 시행된 연방 반스토킹법은 사이버 스토킹까지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 또한 2000년부터 스토커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스토킹 방지법의 경우 지난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 발의된 적이 있지만 스토킹을 어디까지 범죄행위로 규정할지를 놓고 논란만 거듭하다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 법안 역시 폐기될 위험에 처해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의 개개행위를 개개범죄로 나누어 판단하지 말고, 스토킹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과연 어느 단계까지를 공포심 조장으로 보고 어떻게 행위 유형을 정해야 할지가 어려운 데에다가, 대중의 인식이 아직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않아 논의만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만 스토킹 과정에서 법을 어겼을 경우 예를 들면 인터넷의 경우 지속적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음란영상을 보낼 경우 정보통신 관련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가 범죄? 스토킹 부추기는 사회
가해자가 ‘약자’ 정작 피해자 고통엔 냉담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키운다고 주장한다. 한 스토킹 피해자는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크고 작은 스토킹 사건들이 초기에 규제되지 못하고 끈질긴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마련이다. 스토킹을 한번 당해 본 사람은, 그것이 단순한 애정표현, 인연의 거듭됨이 아니라, 극악스러운 범죄의 하나임을 절실하게 알게 된다”며 “스토킹이 무서운 이유는 그 행위의 연속성이 빚어내는 공포다. 집 앞에서 기다리는 스토커가 음험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 스치는 공포를 안 당해본 사람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을 망상 장애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즉, 가해자들은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 ‘현재는 나를 모르지만 이렇게 따라다니면 언젠가는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환상을 가지고 계속 멈추지 않고 집착하는 것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망상장애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망상을 갖고 있는 부분 외에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에서 이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환자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다”며 “이들은 장기간의 치료로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관련법과 치료가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문의는 “스토킹이라는 현상을 일반인들이 볼 때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강자로, 스토킹을 하는 가해자들이 약자로 비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작 스토킹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에 여론이 냉담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열정에 감동 말고
관점의 변화 필요

이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 속담처럼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쫓아다니는 것은 용기이거나 애정의 표현으로 관대하게 봐주었던 사회문화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스토킹으로 비화될 수 있는 남성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게 뭔 죄라고’ 혹은 ‘복에 겨워서’ 라는 말을 내 뱉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스토킹은 단지 이성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성 간에도 인터넷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열 번 찍어 대는 나무꾼의 열정에 감동할 것이 아니라, 그 도끼질에 원하지도 않는데 꺾여 버리는 나무의 관점에서 바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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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