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의 스토킹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26 09:14:29
  • 호수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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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 중 2명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연인은 헤어지면 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헤어지는 과정이다. 당연히 헤어지는 과정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한때 연인이었던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한다. 이 과정 중이 끔찍한 범죄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 연인은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다. 가장 끔찍한 것은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스토킹(Stalking)이란 상대방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며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때 상대방은 불안감, 공포심을 느낀다.

행동을
정당화

스토커는 피해자를 몰래 따라다닌다. 지속적으로 미행하다가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끼면 조금씩 접근하기도 한다. 당연히 사생활 침해가 동반되고, 심할 경우는 피해자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스토커는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망상,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대부분은 상대방을 물건처럼 소유하고 싶어한다.

보통은 집착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절하면 마음을 접는 게 정상인데, 스토커는 이 과정에서 끝없이 집착한다. 상대방 의사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정 표출을 하기도 하며 공격성·강제성·맹목적성 양상을 띤다.

또 이들은 연애 감정을 앞세운다. 피해자에게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상대방의 감정 또는 상대방과 관련된 인물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이를 사실로 여긴다. 피해자가 침묵하거나 거절 의사를 표해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착각한다.


이런 스토킹 범죄가 한때는 연예인의 전유물로 부각된 시대도 있었다. 아이돌 가수의 팬은 스토킹 범죄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보통 아이돌 가수 팬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다니거나 포스터나 음반을 산다. 이 팬들 중에는 가수의 숙소에 직접 찾아가 얼굴을 보고 가기도 한다.

문제는 ‘사생팬’이다. 이들은 가수가 가는 곳마다 택시를 타고 쫓아다니거나, 대포폰을 만들어서 전화를 도청,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서 정보 유출, 숙소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

가수 김창완은 자신을 10년 넘게 스토킹한 남자 스토커를 경찰에 신고한 적 있다. 이 스토커는 김창완과 본인이 친구 사이라는 망상이 심했다. 이 때문에 김창완의 집을 몰래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가수 성시경은 과거에 부모님이 스토커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성시경은 “사생팬은 팬이 아니라 정신병자 스토커”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배우 고 이다빈도 무명 시절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 이다빈은 ‘486’ 문자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빨간 드레스가 예쁘다” “지금(집에) 들어오네, 근데 옆에 남자는 누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 

스토커가 미스코리아 김성희와 혼인신고를 해버린 일도 있었다. 1970년대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김성희는 이 일로 터져나오는 온갖 언론 기사로 상처 받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당시 스토커는 문서 위조죄로 징역형을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김성희와 결혼한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유명인의 스토커 피해는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점점 해결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반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는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상반기 경찰에 잡힌 사람만 2924명
처벌은 솜방망이…보복도 증가 추세

지난 16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의 연도별 스토킹 범죄 검거 인원과 여성가족부의 자료 등을 보면, 올해 상반기 스토킹 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이는 2924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358명, 2018년 434명, 2019년 58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에는 471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2924명으로 폭증했다. 5년 전인 2017년과 견주면 8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는 10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집계된 인원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인원만 545명으로 전년 전체 검거 인원을 뛰어넘었다.

신고 건수는 2020년 4515건이던 스토킹 관련 112신고 건수가 지난해에는 1만4509건으로 3.2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1~7월 집계 신고 건수는 지난해 신고 건수를 넘어선 총 1만6571건이다. 2018년 2921건,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이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고, 이후에 가해자가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상황도 계속 증가 추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2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토킹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 행위를 제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 시 처벌 경고 ▲스토킹 행위자와 피해자 분리 ▲범죄 수사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 응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잠정조치 요청의 절차 등 안내 ▲보호시설로 피해자 인도 등을 한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전에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0·41에 따라 ‘(장난전화 등)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문자메시지·편지·전자우편·전자문서 등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괴롭힌 사람’과 ‘(지속적 괴롭힘)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처벌했다.

유명인도
일반인도

문제는 처벌 수위였다. 경범죄 처벌법은 해당 사항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처벌 수위’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나아진 것이 없다.

경찰의 신변보호(안전조치)를 받던 범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올해만 4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들 중 두 명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였다.

지난 5월 스토킹 범죄 가해자 A씨는 수사 중 잠정조치 1~3호(서면경고·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피해자가 지난 6월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고 검찰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잠정조치가 무효화된 당일 피해자와 술을 마시다 피해자를 맥주병으로 살해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안산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B씨는 같은 빌라에 살던 사이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로 잠정조치가 해제된 사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계단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미착용한 상태로, 이웃 주민이 신고했다.

이런 사실은 경찰과 피해자 모두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자, 가해자가 보복범죄로 대응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50대 남성 C씨는 약 40일간 동거했던 여성 D씨에게 전화·카카오톡 등을 통해 만나 달라고 수십회 연락했다. C씨는 “같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못 헤어진다. 집을 불살라버리겠다”고 D씨를 협박했다. C씨는 D씨와 헤어진 뒤 거처를 지인의 집으로 옮긴 상황이었다.

신변 보호
잇단 비보

C씨의 연락은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D씨는 지난 7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D씨를 고소했다. 고소 이튿날 C씨는 D씨가 사는 집을 찾아갔고, 그의 차를 본 D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C씨의 차에서 흉기를 발견하고 체포했다.

C씨는 “원래 칼을 차에 두고 다닌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범죄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C씨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더 큰 문제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검경과 사법부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보호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검찰이나 법원이 경찰의 잠정조치 4호를 인용하면 최대 한 달간 피의자를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은평경찰서는 올해 3~8월 전 연인을 스토킹한 30대 남성 E씨에 대해 검찰에 유치장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E씨는 지난달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흉기로 현관문을 훼손하고 문 틈에 흉기를 꽂아놓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 신청을 할 당시엔 범행의 반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살해 직전 피해자는 근처에 피의자가 왔다며, 잠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것이냐고 경찰에 문의까지 했다.

흉기로 현관문 훼손해도 초범이라고 기각
‘반의사불벌죄’ 폐지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당시 경찰은 “유치장 유치는 인신 구속 조치다 보니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가 가진 것은 진술뿐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잠정조치 4호를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피의자를 유치장에 넣더라도 일찍 풀려나 실효성이 없었던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서 50대 중국인 남성이 스토킹 끝에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의자는 범행 3일 전 유치장에 구금됐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9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피의자의 스토킹 범죄를 심각 수준으로 판단했음에도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다. 

즉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해 처벌할 수 있다. 이 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표명할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다. 단 해당 의사표시를 1심 판결 이전까지 해야만 성립된다.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 규정이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 스토킹 범죄 발생 초기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스토킹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보호에 
만전을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구속영장도 적극적으로 청구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스토킹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라”며 법무부에 스토킹처벌법 보완을 지시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토킹 양형’ 대법원 입장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또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할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등 조건부 석방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양형위는 지난 20일 119차 전체회의 결과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부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며 “범죄 발생의 빈도수, 해당 범죄의 양형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8기 양형위는 지난해 6월 이미 범죄군을 선정해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스토킹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4월 9기 양형위 출범 뒤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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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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