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여사님을 지켜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상남자의 내 아내 지키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온 힘을 쏟아부어 검찰마저 친윤(친 윤석열) 체제를 구축해버렸다. 검찰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법무부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버렸다. 차장, 부장까지 모두 갈아 엎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물갈이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그의 팔다리가 다 잘려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만에
좌초 위기

이번 인사 발표는 이 총장이 지방에 출장을 다녀오던 중 급작스레 이뤄졌다. 당시 이 총장은 다음 날 예정돼있던 출장을 급히 취소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대검에 출근한 이 총장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인사에 관해서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입을 뗀 뒤 말을 아꼈다.

상당히 불편한 마음과 심기가 한번에 드러난 장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강대강 매치의 데자뷔가 느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 지시를 내리자 갑자기 검찰 인사가 났다”며 “전날 김 여사가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 공교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검찰 인사가 김 여사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방증”이라며 “김 여사는 윤정권의 불공정과 검찰 편파 수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친윤 검사의 포진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기에는 검찰 내부의 갈등,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상존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여의도서 상당히 회자됐던 사건이다.

윤석열 사단 2인자의 배신과 검찰 내 한 전 비대위원장 세력의 김 여사를 겨눈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탓이다.

수사 진행 동력 상실케 한 교체
지휘 라인 물갈이…부장·주임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시기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이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요청한 바 있는데, 대통령실서 대규모 숙청성 인사 카드를 꺼내들려다가 선거 후폭풍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서 물러난 뒤 장관 대행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쳤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급히 지목됐다. 박 장관은 이 총장보다 무려 10기수 선배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최근 민정수석실까지 다시 부활시켜 ‘대검 2인자’로 불리는 김주현 전 대검 차창검사를 자리에 앉혔다.

김 수석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으며, 이 총장은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7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임명 6일 만에 신속하게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현재 박 장관은 자신이 주도한 인사라며 김 수석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박 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인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수사 동력을 상실케 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 총장 임기 종료인 오는 9월에 인사를 진행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판단하에 단행했지만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더욱 드러난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는데,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시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 온 중앙지검 1차장검사부터 4차장까지 전부 교체됐다. 특히 김창진 1차장의 경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이끌어왔는데,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냈다.

친윤 일색
간판 얼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지휘해 왔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됐다. 현재 이들 차장은 김태은 3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모두 비수사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등검찰정으로 발령났는데, 표면상 승진 및 전보 조치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송 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자 수사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도 법조계에선 친윤보다 더한 찐윤 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참모들 역시 이성희 감찰부장을 제외하고 양석조 반부패부장만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양 부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 농단 당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특검팀에 합류했던 인물로 손발을 맞췄던 바 있다. 

주목할 인사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전담 수사팀장을 맡게 될 형사 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은 반부패 2부장인데, 아직 부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형사 1부장과 반부패 2부장이 바뀌게 되면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등은 주요 공모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범죄수익환수부장도 포함된다. 

차장검사 보직에는 연수원 32기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배문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 검사 등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는다. 

통상 중간 간부급 인사는 고위급 인사 이후 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인사 역시 신속히 이뤄질 계획이다.

현재 대대적 인사 조치로 인해 지휘 라인의 공백을 우려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단행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검찰의 기수 파괴 인사는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탓에 수사 역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다수의 파격적인 물갈이로 고위간부들의 기수가 많이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도 당시에는 기수 파괴로 불렸으며, 한 전 비대위원장(사법연수원 27기)도 기수 파괴로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임명은 아니었지만, 이번 검찰 인사 역시 파격적인 기수 파괴가 이뤄졌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가까운 앞날만 바라본 근시안적 인사였던 셈이다.

후속 인사
관심 집중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자신과 김 여사를 위해 방패 역할을 하고,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검찰 내부 긴장설을 제기했던 바 있다. 조 대표 주장처럼 사실상 이번 인사는 김 여사 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 9일, 명품백을 건넸던 최재영 목사를 소환조사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온라인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 과정상 이제 김 여사의 소환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검찰은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을 훌쩍 넘겼지만,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면조사만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조사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갑작스런 인사 카드로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은 형국이다. 김 여사 수사지휘부는 중앙지검장이, 명품백의 경우 1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4차장이, 함께 명품백 수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형사1부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반부패2부의 단계를 거쳐왔다.

추후 형사1부와 반부패2부 부장이 교체된다면 더 이상의 수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직책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로, 주임검사까지 바꿔버린다면 아예 조사 자체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이 총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결국 4개월 동안 시간을 끌며 이 총장이 물러난 뒤 새로운 검찰총장이 올 때까지 수사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후속 인사 역시 이 총장 패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검찰 내부서도 김 여사 수사를 일정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검찰 일각에선 사실상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의견도 많은 만큼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찐윤’ 투입 후 공식적으로 행보
‘식물총장’ 가시화? 끝까지 대립?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며 원칙론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친윤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질의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인사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검찰총장과는 (인사)협의를 다 했고, 취임 이후 수개월 간 지켜보고 인사 요인이 있는지 고민한 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고 인지하고 (대통령이)눈치를 봤으면 좋겠다”며 “검찰 인사 교체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뤄져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위험했다. 특검에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5개월 만에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 16일 대통령실서 진행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공식 오찬 자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그간 김 여사는 캄보디아 외교에 힘을 써왔다. 2022년 캄보디아 방문 당시 심장질환을 앓던 옥 로타라는 아이를 만났고, 한국서 수술을 받게 돕기도 했다. 

비공개 활동을 이어왔던 김 여사는 넷플릭스 서랜도스 공동대표와의 오찬, 제복 영웅 유가족에게 추모 편지 및 과일 바구니 선물 등 활동을 아예 멈췄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인사 라인 교체 등이 이뤄지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영부인으로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혀왔다. 앞으로도 외교 행사, 정상회담 등 공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충돌?
사퇴?

이로써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지검장이 취임식서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건은 후속 인사 조치인데,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더라도 대통령실 및 검찰 내 친윤 세력과의 충돌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입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전보 및 임명된 검사장과 만나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총장은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원칙, 기준에 입각한 업무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하면서 법률가로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면서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에 좌초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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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