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당할 정도로 잘못인가요?” 여행지 호텔서 폭발한 아내

지난 21일, 네이트판에 하소연 글
여행 일정 하루 연장 후 문제 발생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6박7일간 한 살 갓난아기, 시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사소한 의견 다툼으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한 여성의 글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제가 이혼당할 정도로 남편에게 잘못했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이날 “정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글을 쓴다. 제가 문제가 있다면 바뀌어 보려고 노력하려고 하니 조언 부탁드린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최근 시어머니와 한 살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갔다. 6일 동안 아기도 케어해야 하고 시어머니까지 관광을 시켜드려야 했던 A씨 내외는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가 없었다. 남편은 A씨에게 시어머니가 여행을 마치는 날, 호텔을 하루 연장해서 관광을 다니자고 요청했다.

몸과 마음까지 지쳐 있던 A씨는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우리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재차 연장을 요구했고 결국 동의한 후 다음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정을 짰다.

A씨는 ‘이왕 연장하는 김에 못한 여행이나 하고 가야겠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일은 다음 날 아침에 터졌다.

남편이 “너무 졸립다. 20분만 더 자겠다”며 그 동안 아기를 케어해달라고 요청하면서 A씨는 ‘이렇게 잘 거라면 그냥 집에 가서 쉬지, 뭐 하러 호텔까지 연장했나?’ 하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왔다. 남편이 더 잠을 자는 사이 A씨는 아기를 안고 호텔 인근을 1시간 동안 배회하다가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온 A씨가 “잘 잤느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하나도 못 잤다”고 짜증 섞인 투로 대답했다. A씨는 본인은 잠을 더 자겠다고 하면서 아기 좀 봐달라고 했던 남편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남편은 “너무 피곤해서 딱 20분만 잘 수 있게 아기 봐 달라고 한 게 그렇게 잘못이냐?”며 “당신이 나가기 전에 한마디 했던 것 때문에 생각나서 잠이 안 왔다, 당신 잘못”이라고 화를 냈다.

A씨도 “이건 시간 낭비다. 여행하기로 하고 돈 내서 연장하고 스케줄까지 다 짜놨으면 적어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남편은 “호텔로 돌아왔을 때 ‘아, 그 말에 기분 나빴구나, 미안해. 나도 짜증나서 그랬어’라고 했으면 이렇게 싸울 일 없었다. A씨가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싸움이 커졌다”며 다툼을 아내 잘못으로 돌렸다.

A씨 입장에선 남편의 여행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자는 요청을 받아들였고 아침잠이 부족하다는 것까지 이해해서 아기를 데리고 한 시간 동안 호텔 밖을 배회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로 피 말리면서 싸울 일인가’ 싶었던 A씨는 마지막 날 여행까지 망치고 싶지 않아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남편은 “당신 때문에 싸움이 커졌다”면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한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남편은 ‘오늘은 술을 마셔야겠다’며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미 시각은 오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호텔서 하루 종일 이 문제로 다퉜던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남편의 술버릇이 한 번 마시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고 주변 사람에게 음악을 같이 듣도록 하는 거였다. 호텔 방이 2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술 취해서 음악 틀어놓고 시끄럽게 하면 아기와 갈 곳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아기도 있고 술 취한 사람 옆에 못 있겠다”고 말한 뒤, 친정으로 향했다.

새벽 2시가 넘어 친정에 도착한 그는 잘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후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남편은 아침 일찍 A씨에게 전화해 “어떻게 나를 버리고 갈 수 있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남편은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편은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 당신은 나를 버리고 간 것”이라며 화를 냈다.

그래도 술 취해서 제정신 아닌 사람이 집도 아닌 곳에 혼자 있다는 게 걱정이 된 A씨는 아침부터 다시 호텔로 남편을 데리러 갔다. A씨가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남편은 ‘데리러 와도 안 가겠다’ ‘길거리서 자겠다’ 등의 문자를 보내왔다.

이 일이 있은 후 남편은 이틀 동안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 원인은 당신에게 있고 전적으로 당신 잘못”이라며 “이 일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앞으로 당신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지어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당신과 못 산다. 이혼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이틀 뒤 남편은 “당신과 아기를 위해 사과를 받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 조심해야 하고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후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A씨는 “이런 끈질긴 다툼이 빈번히 생기면서 그때마다 너무 피 말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두 번째 큰 싸움을 얘기하기 전에 첫 번째 싸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댓글 부탁드린다”며 “이 싸움의 원인이 전적으로 제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해당 글에는 “‘다 네 잘못’이라는 식으로 남편이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다” “그 아침에 왜 데리러 가나요?” “아내 옥죄는 정도가 무슨 고문 기술자가 따로 없네” “이혼을 당할 건 아니죠. 이혼을 하긴 해야겠지만, 국내서 6박씩이나 대단하다” 등의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베플 1위에는 “남편이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다. 진심으로 말하는데 그냥 이혼하시라. 그렇게 순간순간 욱하며 상대방에게 잘못했다고만 하는 사람과 조마조마해서 어떻게 같이 사느냐? 아이 생각해서 이혼하시라. 남편과 싸우는 모습 아이한테 지속적으로 보고 크게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제대로 키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댓글이 올랐다.


베플 2위도 남편을 질타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그 아침에 왜 데리러 갔느냐? 그러니 함부로 하는 것이다. 술 취해서 아무 말이나 해도 들어주는 아내가 있으니 더 그러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고 이혼 이야기를 한다고요? 사과해도 진심이 안 느껴지네요. 진짜 가지가지 하네요. 잘못은 당연히 남편이 했고 선택은 이제 님이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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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