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담> ‘건희사랑’ 김건희 호위무사 강신업 변호사 직문직답

“윤 주변 갈아엎을 때 됐다”

[일요시사 취재 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저기 강신업 변호사, 출마 좀 자제시킬 수 없을까?”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국민의힘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 중 일부다. 대통령실서 총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강 변호사는 지난 3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 출마했지만 단박에 컷오프됐다.

강신업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 회장으로 알려졌다. 총선 당시 김 여사가 언론에 거론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자 대통령실서 미리 수를 썼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사건의 전말을 마주한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만나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발 뒤로 물러설지언정 절대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8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V(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출마 자제를 부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접하고 어떤 기분이었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출마를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들을 사람은 아니다. 어림도 없다는 걸 강 수석도 알았을 것이다. 그 녹취록을 듣고 다음 날 내 유튜브 계정에 영상을 하나 올렸다. “대통령을 모시니까 고소는 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지 말아라”라고. 공개 경고를 한 셈이다.

-서운하진 않았나?

▲서운함은 없다. 내가 워낙 기가 세다. 나한테 직접 전화하지 않고 한 다리 건너 전화 온 것도 그 이유라고 본다.다만 최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보면 아쉽다는 마음은 든다. 야당을 향한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데 달달 외운 걸 읽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근데 김 대표는 그걸 못한다.


-본업이 변호사인데 당 대표 출마 이유가 뭔가?

▲문재인정부의 적폐를 보면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 들어가 돕게 된 것이다. 문 전 대통령도 할 말은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권교체 적임자가 누구일까 했는데 아무리 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인물이 없었다.

그런 상태서 윤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 내가 직접 정치판에 들어가서 개혁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전당대회에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기득권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나를 잘랐다.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나?

▲나 같은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면서도 나를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분이 있다. 당 대표 선거 본선에 올라갔다면 방송 등에 나가서 공약이나 정책을 알리고 그 과정서 나의 정치 지향점을 얘기하면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컷오프시키는 바람에 기회가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실이 선거에 개입한 셈이다. 현재 대통령 체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의 목적은 생민이고, 정치의 방법은 소통이다. 임기 초반 윤 대통령이 도어스태핑할 때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국민과 언론을 대상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인데 누게 막겠는가. 그랬던 대통령이 어느 사이에 확 바뀌었다.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서 언론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소통이 거의 막혀버렸다.


서로 대화가 안 되니까 대통령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거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워지면 고스란히 대통령의 부담이 된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변화를 줘야 한다.

-어떤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권력이 몽땅 대통령한테 집중되는 건 막아야 한다. 권력구조를 바꾸고 개헌도 필요하다. 기득권도 손봐야 한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정치권에는 기득권이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정치해온 사람들의 어떤 자기들만의 스크럼이 있다.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을 불문하고 계속해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자기들의 정권 연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에만 연연한다.

윤핵관 끝까지 업고 가면 개혁에 한계
“총선 전후 물갈이 필요” 당당한 요구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뭘 의미하는가? ‘대통령 누가 돼도 상관없다. 대통령 탄핵을 당해도 나만 국회의원 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결국은 다 적폐라고 보는데 이런 세력들이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다 보니까 정치 발전이 없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총선 이후 바로잡지 않으면 평생 못한다. 정치가 후진적인 나라는 결국은 선진국으로 가지 못했다. 정치가 후진적이라 하더라도 경제 성장이든 사회문화 발전이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치가 끝까지 발목을 잡으면 결국은 무너진다.

대통령 중임제, 중대선거구제로 체제를 바꿔 극단적인 당파 파벌을 지양해야 한다. 극단적인 파벌 정치, 후진적인 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결국은 성장이 멈추고 퇴보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내가 정치판에 뛰어들고 정치에 인생을 다시 건 이유기도 하다.

-총선에 나온다는 의미인지?

▲그렇다. 사람들이 나를 국민의힘 탈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다. 아직 국민의힘 소속이다. 서초을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험지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늘 강조하는 ‘정치진퇴론’에 관해 설명해달라.


▲정치에는 나아가야 할 때 물러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대선이 끝났으면 다시 나오지 않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누구를 특정한 게 아니라 양당 모두 그렇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죽는 것보다 국민에게 잊히는 게 더 무서운 사람들이다.

-국회에 입성하면 어떤 부분을 개혁하고 싶은지?

▲극단적인 정치 환경을 타파해야 한다. 의회는 지금 민주당이 잡고 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지배하고 있다. 법안 같은 경우도 한쪽이 강경하게 반대하면 통과하기가 어렵다. 만일 어떤 법안이 민생에 필요한 것이라고 했을 때 이걸 통과시켜주는 대신 다음에는 상대방이 원하는 안건을 들어주는 것, 이게 협치다. 당략적 입장서만 생각하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국민 입장서 시급한 민생 법안부터 통과를 시키면 된다.

-여야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중인데 가능할까?

▲이념이 깔리는 법안은 뒤로 미루고 시급한 민생 정책, 누가 생각해도 국민에게 필요한 것부터 통과시키면 된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려운 것부터 풀다 보면 쉬운 것도 못 푼다.

-법조 쪽에서 필요한 개혁은 무엇이 있는지?


▲지금 주장하는 게 법원개혁과 검찰개혁이다. 특히 대법관 변호사 개업 금지를 중점으로 보고 있다. 1년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한두 명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개업하면 대법원 사건을 장악한다. 큰 사건의 결과를 바꿔버리는 일을 초래한다. 그게 권순일(전 대법관) 같은 경우에 나타났다. 전관예우를 완전히 철폐하기 위해서는 판검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분리해야 한다. 검찰도 같다. 검찰의 전관예우 같은 것들을 철폐하고 개혁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초을 출마” 자신감 넘쳐
‘V 전용’ 쓴소리 담당 자청

-최근 대통령 개각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는 원래 사람을 통해서 하는 거다. 천하의 인재를 두루 모은다고도 한다. 삼고초려가 왜 있겠나? 그래서 사람을 새로 뽑을 때는 많은 추천을 받고 직접 만나봐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한테만 추천을 받아서 그렇다. 다양한 파이프 라인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신진 인사를 대거 등용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최근 장·차관으로 개각, 지명된 인물을 보면 MB(이명박 전 대통령)맨 인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옛날에 유사한 일을 했던 사람 하면 대통령 본인이 편하다. 그게 첫 번째 이유라고 본다. 둘째는 좁은 추천 경로로 인한 인사 부족이다. 이명박계 사람이 이명박계를 추천받고, 그 사람이 또 같은 계열 사람을 추천하면서 특정한 무리가 형성된다. 인사를 정하는 원칙과 방법에 있어서 아쉬운 게 많다.

-‘쓴소리’ 담당으로도 유명하다. 지금 용산 내부에서는 이런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나?

▲없다. 명나라 때 영락제라는 황제가 있었다. 그에게는 방효유라는 충신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충언을 하자 가족을 뜻하는 구족에 친구를 포함한 십족을 멸했다. 서슬 퍼런 황제 시절에도 옳은 말을 하는 신하들은 있었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금 윤 대통령이 올바른 정보를 받고 있는지 우려가 된다. 만약 내가 윤 대통령을 만난다면 시중에 들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충언하겠다.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인재는 누구라고 보는지?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야당과 비교했을 때 소수당이다. 그러다 보니 총선 전까지 윤 대통령이 당을 꽉 쥐고 갈 수밖에 없다. 총선에 돌입하면 국회를 개혁할 수 있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 또는 신진 정치인을 대거 공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윤 대통령은 당 내부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득권 정치 세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공천을 통해 국회를 개혁하고 그다음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현재 자리 잡은 윤핵관은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윤핵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끝까지 업고 가면 내칠 수가 없다. 그럼 결국 개혁에 한계가 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으로 유명하다. 팬클럽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윤 대통령을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김 여사까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과거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할 때 사용했던 가명이 ‘쥴리’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나는 김 여사가 무너지면 윤 대통령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 여사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와 김 여사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두 사람 사이를 내가 알 수는 없다. 친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설사 김 여사가 김 후보를 추천했다 하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난 정치판 바꿀 수 있다”

-국회 현안에 대해서도 짚어보겠다. 법조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어떻게 보나?

▲페이스북에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적은 걸 봤다. 본인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검찰 소환 소식을 듣고 단식에 들어갔기 때문에 감방에 갈 바에는 차라리 굶어 죽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 떨어지고 감옥까지 가게 생겼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리 없다.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어쨌든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면서 야권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설사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다 쓸어버리겠다.” 이런 메시지도 전달됐다고 본다.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이후 양당이 본격적으로 체제를 갖출 전망인데 이번 총선 어떻게 예상하는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무조건 몰패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너무 극단적이다. 사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재로서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계획에 따라 공천을 주고 정책을 개편할 힘이 있다. 잘 활용한다면 적어도 국민의힘이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신업의 정치 이념에 관해 묻고 싶다.

▲강조해온 것처럼 정치개혁이 1순위다. 사실 개혁이라는 건 사람만 갖고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은 물러나면 그만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정말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바란다면 제도를 바꾸시라고 충언하고 싶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충언하는 자리에 내가 있으면 한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 그 다음 총선 승리까지 끌어내면 그때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 준비가 끝났다. 그때는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이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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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