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리는 전라도, 왜?

민주당 텃밭 뒤집고 수도권·인천 일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러 사안들이 맞물려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위기다. 극복할 길을 찾기는커녕 숨 쉴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지율도 점점 떨어진다. 이러다가 정말 위험한 코너에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돈봉투와 잼버리 사태가 맞물려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텃밭인 호남이 여러 사안들로 시끄럽다. 돈봉투를 받았다고 특정된 의원들 명단 및 잼버리 사태가 불거진 탓이다. 검찰은 무소속 윤관석 의원 이외에 돈봉투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특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주당 김회재·김승남·김윤덕·이용빈 의원 및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

엎친 데 
덮쳤다

해당 의원들의 공통점은 무소속인 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호남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김회재 의원은 전남 여수시을, 김승남 의원은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김윤덕 의원은 전북 전주시갑, 이용빈 의원은 광주광역시가 지역구다. 이 밖에 몇몇 의원 역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민주당 돈봉투 사태는 2021년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규모와 세부적인 내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선캠프 총괄인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당시 강래구 수자원공사 감사 등이 돈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다수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건네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프랑스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거했다. 해당 사태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자진 탈당했으며 송 전 대표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국회 본회의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 처리됐다. 법원은 윤 의원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이 의원에 대해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돈봉투 사태는 민주당의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를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자세를 한껏 낮췄다. 이재명 대표도 머리를 숙였고,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상식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까지 보도된 돈봉투 사태와 관련된 인물은 19명이다. 검찰은 이 중 10명이 2021년 4월28일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 나머지 9명은 이튿날, 국회 의원회관서 돈봉투를 건네 받았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시기와 날짜까지 특정된 셈이다.

돈봉투 사태는 사실상 혁신위원회 발족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들 모두는 실명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민주당 인물 중 최대 40명까지 연루돼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급된 인물들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고소·고발도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봉투’ 실명 의원들 공통점 ‘호남’
지방선거 당시 민주 성향 후보 패배

김회재 의원은 실명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검(반부패수사 제2부)에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 같은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의혹은 민주당에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상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최초 돈봉투 사태가 터졌을 때도 광주 및 호남서 10%p 가까이 하락하는 등 지지율이 주춤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민주당에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6일, 국회의원 재선거 때 이미 한 차례 경고음이 들려왔다. 당시 진보당 후보였던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누르고 깃발을 꼽은 것이다. 앞으로도 돈봉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 명단이 공개된 만큼 민주당은 호남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탓에 호남 정가에서는 재창당 수준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돈봉투 사태는 민주당에 위기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3개월 만에 지지율 최저치를 찍었다. 연이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대로는 총선서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리스크에 반사이익이 생기는 반면, 민주당은 챙길 틈도 없이 하루 걸러 리스크가 터져나오면서 오히려 악재만 쌓이고 있다.

호남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할 경우, 이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까지도 연결된다. 현재 수도권에는 호남 출신의 국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주 중인 호남향우회 회원 수는 전국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한 점은 서울과 인천서의 지지율마저 밀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민주당의 호남권 사수가 어쩌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위기 일발
비상 상황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차피 호남 승리가 힘들다면 민주당의 당선을 어렵게 만들자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되돌릴만한 묘수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세계잼버리 사태도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돼버렸다. 1차적으론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전북도지사의 책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번 잼버리 대회 개최로 한국의 국격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잼버리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이자 국제행사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로 민주당은 예산과 관련한 부분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탓이다.

이번 잼버리에 투여된 국가 예산은 1171억원 규모로 일본의 3배(380억원), 참가 인원은 4만명이 넘었다. 외형적으론 비약적 성장을 거뒀지만 대회 운영부터 시설 미비까지 입길에 올랐던 바 있다. 

잼버리 대회 중 온열환자들이 발생하는가 하면, 야영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원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받았고, 잼버리 대회 본거지인 영국, 최다 인원이 참가했던 미국은 대원들을 조기 철수시켰다. 


새만금 간척지에 잼버리를 유치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는 사업에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잼버리를 활용했다는 점도 전북은 공격 대상이 됐다.

새만금은 그동안 잼버리 개최를 위한 장소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곳이다. 문제는 예산의 사용처다. 11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야영장에 사용된 예산은 11% 정도인데, 이 중 869억원(약 74%)은 조직위원회 운영비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난관 극복
묘수 필요

앞서 전북도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청 공무원 5명이 2018년에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를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문제는 해당 국가들은 잼버리 개최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부안군에선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이유로 크루즈 여행까지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안군 예산으로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잼버리 대회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사태 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긴 했으나 예산 사용처가 속속 밝혀지면서 책임 회피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서도 잼버리 대회 파행과 관련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지사 역시 거센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서 전북도는 도지사 표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표창 명목은 “잼버리 성공 개최 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한 공무원에 대한 포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 자치행정과가 신청서를 접수한 뒤 결격 사유가 없는 인원을 선발했다.

논란이 일자 김 지사는 “걱정을 끼친 점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그 이후로 정치권서 네 탓 공방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당에서는 현 정부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잼버리가 윤정부서 맡아 추진했음에도 예산과 관련된 부분은 민주당 소속인 도지사 측이 맡은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사태로 흉흉한 민심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필패

국민의힘 지도부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전북서 최초 지방정부 주도의 국제적 행사라고 홍보해왔다”면서도 “지방서 국제 행사를 컨트롤하고 핸들링하는 역량이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돼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서 새는 예산을 잘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잼버리 사태로 지방자치의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구심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두 사안을 두고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해당 지역서 4.5%p나 끌어올렸다. 대선 당시 최다 득표를 기록했던 이후 한동안 곤두박질치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한동안 우클릭을 통해 극우 프레임에 갇혔던 과거를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로 이른바 ‘서진 정책’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에도 전북 군산을 찾았던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민주당의 돈봉투 및 잼버리 사태가 함께 맞물린다면 민주당에게는 더욱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는 김 지사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또 역대 민주당 도지사 중 직접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가졌던 도지사는 김 지사가 유일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인사들 중 윤 대통령이 김 지사를 신뢰하는 인물로 분류한다. 관계 역시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점차 전북도지사 책임론서 호남의 책임론, 심지어 민주당의 책임론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현숙(여성가족부)·이상민(행정안전부) 등 현 정부 장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비 사용과 관련한 책임론이 여전히 김 지사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잼버리 사태에 대한 책임은 행사를 주관한 전북도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잘한다고 생각해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민주당이 여러 사태들로 인해 호남서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호남서 패배할 일은 없지만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는 있다. 이는 곧 총선서 전국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빨리 여러 리스크들을 정리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잼버리 후폭풍 윤석열정부 책임은?

야권서 윤석열정부를 향해 연일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죄송하다”면서도 전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때 언급되는 인물은 크게 2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또다시 민주당의 타깃이 됐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이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또다시 이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지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앞서 국무위원 최초로 탄핵 심판까지 받았던 그다.

극적으로 살아돌아왔지만, 이번 마저 책임론이 가해진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책임론이 가해지는 또 다른 인물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잼버리와 관련된 질의에서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며 자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점차 사태가 커지자 “처음에 준비 부족이 있었던 건 맞다”고 인정했다.

논란은 예정돼있던 브리핑이 10분 전 급하게 취소되면서 다시 논란을 낳았는데, 이유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김 장관의 거듭된 입길로 현재 여권에선 하는 수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들고 있다.

정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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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