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리는 전라도, 왜?

민주당 텃밭 뒤집고 수도권·인천 일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러 사안들이 맞물려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위기다. 극복할 길을 찾기는커녕 숨 쉴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지율도 점점 떨어진다. 이러다가 정말 위험한 코너에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돈봉투와 잼버리 사태가 맞물려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텃밭인 호남이 여러 사안들로 시끄럽다. 돈봉투를 받았다고 특정된 의원들 명단 및 잼버리 사태가 불거진 탓이다. 검찰은 무소속 윤관석 의원 이외에 돈봉투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특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주당 김회재·김승남·김윤덕·이용빈 의원 및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

엎친 데 
덮쳤다

해당 의원들의 공통점은 무소속인 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호남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김회재 의원은 전남 여수시을, 김승남 의원은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김윤덕 의원은 전북 전주시갑, 이용빈 의원은 광주광역시가 지역구다. 이 밖에 몇몇 의원 역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민주당 돈봉투 사태는 2021년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규모와 세부적인 내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선캠프 총괄인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당시 강래구 수자원공사 감사 등이 돈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다수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건네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프랑스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거했다. 해당 사태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자진 탈당했으며 송 전 대표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국회 본회의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 처리됐다. 법원은 윤 의원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이 의원에 대해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돈봉투 사태는 민주당의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를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자세를 한껏 낮췄다. 이재명 대표도 머리를 숙였고,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상식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까지 보도된 돈봉투 사태와 관련된 인물은 19명이다. 검찰은 이 중 10명이 2021년 4월28일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 나머지 9명은 이튿날, 국회 의원회관서 돈봉투를 건네 받았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시기와 날짜까지 특정된 셈이다.

돈봉투 사태는 사실상 혁신위원회 발족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들 모두는 실명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민주당 인물 중 최대 40명까지 연루돼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급된 인물들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고소·고발도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봉투’ 실명 의원들 공통점 ‘호남’
지방선거 당시 민주 성향 후보 패배

김회재 의원은 실명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검(반부패수사 제2부)에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 같은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의혹은 민주당에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상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최초 돈봉투 사태가 터졌을 때도 광주 및 호남서 10%p 가까이 하락하는 등 지지율이 주춤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민주당에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6일, 국회의원 재선거 때 이미 한 차례 경고음이 들려왔다. 당시 진보당 후보였던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누르고 깃발을 꼽은 것이다. 앞으로도 돈봉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 명단이 공개된 만큼 민주당은 호남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탓에 호남 정가에서는 재창당 수준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돈봉투 사태는 민주당에 위기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3개월 만에 지지율 최저치를 찍었다. 연이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대로는 총선서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리스크에 반사이익이 생기는 반면, 민주당은 챙길 틈도 없이 하루 걸러 리스크가 터져나오면서 오히려 악재만 쌓이고 있다.

호남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할 경우, 이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까지도 연결된다. 현재 수도권에는 호남 출신의 국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주 중인 호남향우회 회원 수는 전국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한 점은 서울과 인천서의 지지율마저 밀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민주당의 호남권 사수가 어쩌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위기 일발
비상 상황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차피 호남 승리가 힘들다면 민주당의 당선을 어렵게 만들자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되돌릴만한 묘수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세계잼버리 사태도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돼버렸다. 1차적으론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전북도지사의 책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번 잼버리 대회 개최로 한국의 국격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잼버리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이자 국제행사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로 민주당은 예산과 관련한 부분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탓이다.

이번 잼버리에 투여된 국가 예산은 1171억원 규모로 일본의 3배(380억원), 참가 인원은 4만명이 넘었다. 외형적으론 비약적 성장을 거뒀지만 대회 운영부터 시설 미비까지 입길에 올랐던 바 있다. 

잼버리 대회 중 온열환자들이 발생하는가 하면, 야영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원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받았고, 잼버리 대회 본거지인 영국, 최다 인원이 참가했던 미국은 대원들을 조기 철수시켰다. 


새만금 간척지에 잼버리를 유치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는 사업에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잼버리를 활용했다는 점도 전북은 공격 대상이 됐다.

새만금은 그동안 잼버리 개최를 위한 장소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곳이다. 문제는 예산의 사용처다. 11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야영장에 사용된 예산은 11% 정도인데, 이 중 869억원(약 74%)은 조직위원회 운영비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난관 극복
묘수 필요

앞서 전북도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청 공무원 5명이 2018년에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를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문제는 해당 국가들은 잼버리 개최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부안군에선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이유로 크루즈 여행까지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안군 예산으로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잼버리 대회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사태 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긴 했으나 예산 사용처가 속속 밝혀지면서 책임 회피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서도 잼버리 대회 파행과 관련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지사 역시 거센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서 전북도는 도지사 표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표창 명목은 “잼버리 성공 개최 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한 공무원에 대한 포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 자치행정과가 신청서를 접수한 뒤 결격 사유가 없는 인원을 선발했다.

논란이 일자 김 지사는 “걱정을 끼친 점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그 이후로 정치권서 네 탓 공방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당에서는 현 정부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잼버리가 윤정부서 맡아 추진했음에도 예산과 관련된 부분은 민주당 소속인 도지사 측이 맡은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사태로 흉흉한 민심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필패

국민의힘 지도부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전북서 최초 지방정부 주도의 국제적 행사라고 홍보해왔다”면서도 “지방서 국제 행사를 컨트롤하고 핸들링하는 역량이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돼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서 새는 예산을 잘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잼버리 사태로 지방자치의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구심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두 사안을 두고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해당 지역서 4.5%p나 끌어올렸다. 대선 당시 최다 득표를 기록했던 이후 한동안 곤두박질치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한동안 우클릭을 통해 극우 프레임에 갇혔던 과거를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로 이른바 ‘서진 정책’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에도 전북 군산을 찾았던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민주당의 돈봉투 및 잼버리 사태가 함께 맞물린다면 민주당에게는 더욱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는 김 지사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또 역대 민주당 도지사 중 직접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가졌던 도지사는 김 지사가 유일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인사들 중 윤 대통령이 김 지사를 신뢰하는 인물로 분류한다. 관계 역시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점차 전북도지사 책임론서 호남의 책임론, 심지어 민주당의 책임론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현숙(여성가족부)·이상민(행정안전부) 등 현 정부 장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비 사용과 관련한 책임론이 여전히 김 지사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잼버리 사태에 대한 책임은 행사를 주관한 전북도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잘한다고 생각해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민주당이 여러 사태들로 인해 호남서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호남서 패배할 일은 없지만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는 있다. 이는 곧 총선서 전국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빨리 여러 리스크들을 정리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잼버리 후폭풍 윤석열정부 책임은?

야권서 윤석열정부를 향해 연일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죄송하다”면서도 전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때 언급되는 인물은 크게 2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또다시 민주당의 타깃이 됐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이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또다시 이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지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앞서 국무위원 최초로 탄핵 심판까지 받았던 그다.

극적으로 살아돌아왔지만, 이번 마저 책임론이 가해진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책임론이 가해지는 또 다른 인물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잼버리와 관련된 질의에서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며 자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점차 사태가 커지자 “처음에 준비 부족이 있었던 건 맞다”고 인정했다.

논란은 예정돼있던 브리핑이 10분 전 급하게 취소되면서 다시 논란을 낳았는데, 이유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김 장관의 거듭된 입길로 현재 여권에선 하는 수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들고 있다.

정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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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