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버린’ 대망신 잼버리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14 11:11:58
  • 호수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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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안 죽었으니 다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 나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이같이 합리화했다. 한국의 병리 현상인 ‘빨리빨리 문화’를 초능력으로 미화한 셈이다. 군대 간 ‘방탄소년단(BTS)’이라도 무대에 투입할 기세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내놓은 타개책이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IMF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 정신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수증 처리는 국민 몫이다.

올해 전북 새만금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사업비는 1171억원. 이 중 천막으로 만든 샤워장과 수시로 막힌 화장실에 119억원을 썼다. 변기는 중고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생존권도 위협받았다. 진흙밭에 세운 텐트 등에 59억원이 투입됐다. 모기 밥상이 따로 없었다. 텐트 실내온도는 30도를 훌쩍 넘겼다.

국제행사 
역대 최악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1920년 영국 런던서 선보인 이후 회원국 20곳을 돌며 4년마다 열린다. 올해 전북 부안 새만금서 열린 잼버리는 32년 만에 국내서 개최됐다. 강원도 고성서 열린 제17회(1991년)는 성공적인 대회로 꼽힌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봐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지난 1일 새만금 잼버리는 외교 문제로 번질 만큼 열악했다.

고성 잼버리를 경험했던 이들은 ‘숲과 매립지의 차이’를 꼽았다. 당시 참가자들은 나무 숲이 자리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고 기억했다. 또 벌레 물림 등의 안전사고를 막고자 군부대와 함께 진료 부스도 운영해 안전을 지켰다.


올해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다가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라 물 빠짐이 쉽지 않았다. 상·하수 배수관 시설이 없어 폭우 때는 수시로 잠겼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전례 없는 폭우도 이어졌다. 이후 폭염이 시작돼 펄펄 끓는 진흙탕이 됐다.

문제는 개최지의 특성만이 아니다. 야영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포세식 화장실은 막히기 일쑤였다. 휴지는 없고 변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장실 개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JTBC가 입수한 잼버리 사업계획서에는 여성 20명당 하나, 남성 30명당 하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70%밖에 설치하지 않았다. 야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은 354개만 설치했다. 이는 121.5명당 1개꼴이다.

화장실 사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각자 언어와 생활환경이 다른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야영장을 청소했던 전북도청 공무원들에 따르면 ‘수직 낙하식’인 변기는 페달을 밟아 오물을 내려보내는 수세식이다. 이 변기는 페달을 힘차게 밟지 않을 경우 오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1171억 예산 보니…기초시설에 고작 50억
꽉 막힌 화장실과 뻥 뚫린 샤워실 ‘멘붕’

전북도 관계자는 “변기를 청소하고 작동시켜본 결과 세번 정도만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어지간한 오물은 모두 처리되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몰라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물휴지를 변기에 버리거나 화장지를 많이 쓴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막힌 변기를 직접 뚫어본 공무원은 “이물질을 빼내 보면 물휴지가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장지를 너무 많이 몰아넣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민원이 발생한 것은 샤워시설이다. 당초 예산 계획대로라면 3700여개를 설치해야 했다. 10명당 1개씩 샤워장을 쓸 수 있었다. 실제 설치된 샤워장은 겨우 2200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악취와 막힘으로 민원이 들끓었다. 외관은 천막으로 이루어져 바람 불면 내부가 훤히 보였다.

급기야 태국 남성이 여자 샤워실에 난입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태국 남성 지도자 A씨는 여자 샤워실서 발견돼 적발됐다.  A씨를 발견한 피해자는 노랫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A씨가 샤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치안 대원조차 없었다는 증거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더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적 목적을 두고 샤워실에 침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봤다. 

열악한 화장실·샤워장 등 기초시설에 들어간 국고보조금만 51억원이다. 피 같은 세금을 쓰고도 화장실 위생 불량 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부도 조기 파행의 주된 원인이 기초시설 문제라고 봤다. 지난 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만금서의 마지막 브리핑을 열고 “세계연맹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위생 문제였던 것 같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문제 부분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혈세로 
돈잔치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이번 잼버리 참가에 약 3500파운드(582만원)씩 지출했다. 나라별로 다르지만 1인당 최소 수백만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지불했다. 그들이 마주한 건 곰팡이 핀 구운 달걀이었다. 지난 3일 <뉴시스>에 따르면 잼버리 현장에 공급된 구운 달걀 7개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해당 구운 달걀에 대해 제조 단계부터 유통 단계까지 조사했다. 최고기온이 38도를 육박하던 상황서 식음료 안전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이다. 식약처는 곰팡이 핀 달걀이 지난달 제조돼 소비기한(10월)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유통 과정서 껍데기가 깨지며 곰팡이가 들어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식단에 불만도 잇따랐다. 아침, 점심 식사에 빵과 과자 두 봉지, 식혜 한 캔만 제공됐다. 초코파이 같은 낱개 과자 2봉에 소시지, 음료수 한 캔만 나오기도 했다. 

내부 병원의 치료 실태도 지적받았다. 온열 질환을 호소한 대원들과 화상 입은 대원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직접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 옷이 녹았음에도 약조차 발라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의료 인력들은 인력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잼버리 대회 성인 자원봉사자는 “환자들이 막 밀어닥치니까, 환자들이 누울 공간은 없고, 병원 뒤편에 있는 리셉션 공간을 활용했다”며 “준비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라고 토로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의료와 안전·소방 관련 예산 편성은 48억9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 밖에 ▲의료시설 및 코로나 방역시설 등 28억원 ▲행사장 방역 및 해충기피제 8억7000만원 ▲CCTV 설치 및 차량차단시스템 4억8000만원 ▲안전시설 및 소방용품 3억원 ▲폭염 대비 물품 구입(소금, 물) 2억원 ▲과정 활동장 안전시설 및 전문안전요원 확보 1억9000만원 ▲종합상황실 운영 5000만원 등이다.


파행 국면은 영국이 철수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잼버리에 최대 인원을 보낸 영국은 지난 4일 잼버리 영지서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40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당시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서 호텔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BBC는 이날 “한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대회서 4000명 이상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으로 호텔로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끝나긴
했지만…

결국 주요 참가국들도 못 버티고 조기 퇴소했다. 지난 6일 미국의 루 폴슨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내)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인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1200여명을 파견하기로 돼있었다. 전날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3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15%가량이 퇴소를 결정한 셈이다.

조기 철수한 이유와 관련해 미국의 학부모가 화장실·샤워실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대표단 학부모인 A씨는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 스카우트는 청소년보호훈련이 엄청 기본 중에 기본으로 아주 중요시 여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그런데 화장실 샤워실이 남녀 구분은 물론이고 어른 청소년 구분이 확실하게 돼야 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돼있었다”며 “영내에 청소년 화장실 샤워실이 다 고장이 나거나 아니면 엉망이어서 사용 불가 상태서 아이들을 하는 수 없이 어른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화장실을 사용하게 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실·샤워실로 인한)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된 거라고(미국 대표단 측이) 말씀하셨고, 저도 4~5년 정도 스카우트를 시킨 부모기에 이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자녀 역시 온열질환으로 한 차례 쓰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숨을 안 쉬는 상태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45분 동안 오지도 않았다"며 “회복된 저희 아이보다 더 중증 환자가 오면 침상서 내려와서 의자로 옮기고 의자에서 내려와서 바닥서 잤다. 결국엔 쫓겨나서 다른 데서 애가 잠을 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잼버리 관련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잼버리 참여 비용 등)준비하는 돈까지 합치면 7000달러 가까이 된다”며 “(소송은)돈이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를 망친 누군가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책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폐막 후 거센 후폭풍 불가피

새만금 잼버리의 조기 파행은 개최 3일 만에 이미 예견됐던 바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다소 끔찍한 상황에 있다”고 보도했다. 스카우트의 종주국인 영국에 제대로 찍힌 셈이다.

한 영국 참가자는 “샤워하려고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지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비누는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국인 참가자 소피는 “너무 더워 행사가 중단됐다. 밤이 되니 갯지렁이가 나와 대원들이 모두 물렸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날씨 핑계로 돌리기엔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1170여억원에 달하는 대회 예산이 혈세로 지출되는 데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는 국비 302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400억원, 옥외광고 49억원 등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잡혔다.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예산의 사용처가 의심된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이번 대회가 끝난 후라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성가족부는 올 상반기 전북도에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 등의 목적으로 국고보조금 51억3600만원을 교부했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마련에 21억7400만원,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야영장 조성에 26억5250만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 야영안전센터·물놀이시설 등에 3억950만원이 교부됐다.

여가부는 보조금 지급을 전북도에 요청했다. 통지서에 교부 목적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업 지원’을 꼽았다. 올해 새만금 잼버리는 조기 파행을 맞이하면서 혈세 낭비의 온상이 됐다.

태풍 ‘카눈’을 핑계 삼았으니 하늘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전 9시경 대만 참가자를 태운 첫 버스가 출발한 이후 1014대 버스가 각 행선지로 순차 출발하고 있다”며 “대상 인원은 156개국 3만7000여명”이라고 밝혔다.

계산은 
이제부터

파행 수순을 밟으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대거 흩어졌다. 지역별로 ▲서울 숙소 17곳서 8개국 3133명 ▲경기 64곳서 88개국 1만3568명 ▲인천 8곳 27개국 3257명 ▲대전 6곳 2개국 1355명 ▲세종 3곳 2개국 716명 ▲충북 7곳 3개국 2710명 ▲충남 18곳 18개국 6274명 ▲전북 5곳 10개국 5541명이 체류했다.

잼버리 뒷수습은 사실상 이제부터다. 미흡한 준비와 운영 미숙으로 여당 내에서 장관 해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사과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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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