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몰이’ 검찰 대반격 시나리오

‘막고 찌르기’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창이냐, 이재명의 방패냐. 한쪽은 창을 날카롭게 벼리고 한쪽은 갑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는 모양새다.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도 이 대표도 이미 인내심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가던 검찰이 이른바 ‘그분’ ‘보스’를 향한 수사를 예고했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초읽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파행 사건이 일어났다. 

두 법무법인
누가 진짜?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진행한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기일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문제로 파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으로 법무법인 덕수 측이 출석했다.

법무법인 해광 측은 지난 공판에 이어 이번에도 불출석했다.

검찰은 해광 측이 공판에 오지 않자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관한 심각한 침해”라며 “덕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해광 측은 이 전 부지사와 그의 아내가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불출석했다. 해광은 “피고인과 가족 이견이 조율된 이후 변론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덕수 측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검찰과 날선 공방이 벌어진 것. 

재판 파행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이 전 부지사의 증언서 비롯됐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 등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8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사업은 쌍방울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한 적 있다’고 진술을 일부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대북송금 의혹서 이 대표와 쌍방울 간의 연결고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화영 재판 파행
배경에 이 있나?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은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 또는 압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아내는 ‘전기고문만큼 무서운 심리적 압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 여파가 이번 재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검찰이 지난달 중순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내용이 담긴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 증거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해광 측도(증거에 대한) 내용을 부인하겠다고 해서 증거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자 김 변호사는 “당신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쳤다. 검찰이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냐”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러면서 “(덕수 측이)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 등을 제출하고 퇴정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부지사의 태도다.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이날 재판 파행의 여파는 이 대표에게로 튀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부지사 재판 파행에 관해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 진술을 입 막으려는 것은 마피아 영화서 나오는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이고 사법방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다 보는 백주대낮에 공개 법정서 이런 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술 번복
스모킹건?

한 장관이 언급한 ‘보스’는 이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이 대표를 지칭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앞으로도 파행을 거듭한다면 이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을 구하기 위한 불순세력의 힘이 작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 파행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재판 지연은 이 대표의 소환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던 검찰로선 거듭된 재판 공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공판이 공전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변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의 재판 파행으로 검찰과 이 대표의 대립구도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무렵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부터 시작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수사의 칼을 들이미는 동안 이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등 겹겹이 방패를 세웠다. 대선서 패배하면 일정 기간 동안 자숙한다는 정치권의 관행을 뒤로 하고 3개월 만에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때에도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방어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당시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는 가결이 많았지만 출석의원의 과반이 되지 않아 최종 부결됐다. ‘가결 같은 부결’ 결과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너지는
방어태세

이 대표는 내부 단속과 동시에 검찰 비판에 열을 올렸다.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검사독재정권’ ‘유권무죄 무권유죄’ 등의 표현으로 날선 공격을 가했다. 특히 검찰의 행보를 ‘쇼’라고 지칭하면서 대선 패배 이후 윤석열정부가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의 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지난 1월 소환조사가 진행되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신호탄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 40여명, 지지자 500여명과 함께 검찰에 출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에 대해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없는 죄를 만드는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10일 1차 소환조사 이후 같은 달 28일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해 2차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2월10일에는 3차 소환조사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찰권을 이용해 진실을 발견한 게 아니라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며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과정도 갈등의 연속이었다. 출석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일정 조율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서 ‘서면 진술’로 답변을 갈음하면서 진술 거부 논란도 불거졌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지곤 했다. 국민의힘은 진술 거부라고 지적하고 민주당은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3번의 소환조사 끝에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배임 및 뇌물, 이해충돌방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서의 핵심인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배임 혐의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르면 침묵하고 
정치적 파장으로

정치권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반명(반 이재명)계의 분열 양상은 체포동의안 표결로 뚜렷해졌다.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를 영장전담 판사 앞에 세우진 못했지만 크게 잃은 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 국면서 추가 기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방어에 급급한 이 대표에 비해 검찰은 공격 카드가 많다는 것.

당장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오는 17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 과정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0%서 10%로 줄였고 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성남알앤디PFV는 백현동 사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3185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고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여기에 대북송금 의혹으로도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검찰이 나름의 ‘건수’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재판 파행을 불러올 만큼 파괴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측근의 발언을 통해 또 다시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다음에도
부결될까?

현재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 말고도 민주당서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당내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제 강공 일변도로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환조사에 이어 또 한 번의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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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