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몰이’ 검찰 대반격 시나리오

‘막고 찌르기’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창이냐, 이재명의 방패냐. 한쪽은 창을 날카롭게 벼리고 한쪽은 갑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는 모양새다.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도 이 대표도 이미 인내심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가던 검찰이 이른바 ‘그분’ ‘보스’를 향한 수사를 예고했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초읽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파행 사건이 일어났다. 

두 법무법인
누가 진짜?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진행한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기일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문제로 파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으로 법무법인 덕수 측이 출석했다.

법무법인 해광 측은 지난 공판에 이어 이번에도 불출석했다.

검찰은 해광 측이 공판에 오지 않자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관한 심각한 침해”라며 “덕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해광 측은 이 전 부지사와 그의 아내가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불출석했다. 해광은 “피고인과 가족 이견이 조율된 이후 변론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덕수 측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검찰과 날선 공방이 벌어진 것. 

재판 파행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이 전 부지사의 증언서 비롯됐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 등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8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사업은 쌍방울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한 적 있다’고 진술을 일부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대북송금 의혹서 이 대표와 쌍방울 간의 연결고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화영 재판 파행
배경에 이 있나?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은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 또는 압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아내는 ‘전기고문만큼 무서운 심리적 압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 여파가 이번 재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검찰이 지난달 중순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내용이 담긴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 증거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해광 측도(증거에 대한) 내용을 부인하겠다고 해서 증거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자 김 변호사는 “당신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쳤다. 검찰이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냐”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러면서 “(덕수 측이)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 등을 제출하고 퇴정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부지사의 태도다.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이날 재판 파행의 여파는 이 대표에게로 튀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부지사 재판 파행에 관해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 진술을 입 막으려는 것은 마피아 영화서 나오는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이고 사법방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다 보는 백주대낮에 공개 법정서 이런 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술 번복
스모킹건?

한 장관이 언급한 ‘보스’는 이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이 대표를 지칭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앞으로도 파행을 거듭한다면 이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을 구하기 위한 불순세력의 힘이 작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 파행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재판 지연은 이 대표의 소환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던 검찰로선 거듭된 재판 공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공판이 공전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변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의 재판 파행으로 검찰과 이 대표의 대립구도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무렵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부터 시작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수사의 칼을 들이미는 동안 이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등 겹겹이 방패를 세웠다. 대선서 패배하면 일정 기간 동안 자숙한다는 정치권의 관행을 뒤로 하고 3개월 만에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때에도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방어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당시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는 가결이 많았지만 출석의원의 과반이 되지 않아 최종 부결됐다. ‘가결 같은 부결’ 결과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너지는
방어태세

이 대표는 내부 단속과 동시에 검찰 비판에 열을 올렸다.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검사독재정권’ ‘유권무죄 무권유죄’ 등의 표현으로 날선 공격을 가했다. 특히 검찰의 행보를 ‘쇼’라고 지칭하면서 대선 패배 이후 윤석열정부가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의 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지난 1월 소환조사가 진행되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신호탄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 40여명, 지지자 500여명과 함께 검찰에 출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에 대해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없는 죄를 만드는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10일 1차 소환조사 이후 같은 달 28일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해 2차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2월10일에는 3차 소환조사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찰권을 이용해 진실을 발견한 게 아니라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며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과정도 갈등의 연속이었다. 출석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일정 조율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서 ‘서면 진술’로 답변을 갈음하면서 진술 거부 논란도 불거졌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지곤 했다. 국민의힘은 진술 거부라고 지적하고 민주당은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3번의 소환조사 끝에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배임 및 뇌물, 이해충돌방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서의 핵심인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배임 혐의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르면 침묵하고 
정치적 파장으로

정치권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반명(반 이재명)계의 분열 양상은 체포동의안 표결로 뚜렷해졌다.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를 영장전담 판사 앞에 세우진 못했지만 크게 잃은 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 국면서 추가 기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방어에 급급한 이 대표에 비해 검찰은 공격 카드가 많다는 것.

당장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오는 17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 과정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0%서 10%로 줄였고 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성남알앤디PFV는 백현동 사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3185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고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여기에 대북송금 의혹으로도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검찰이 나름의 ‘건수’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재판 파행을 불러올 만큼 파괴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측근의 발언을 통해 또 다시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다음에도
부결될까?

현재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 말고도 민주당서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당내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제 강공 일변도로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환조사에 이어 또 한 번의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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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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