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 가는 정치 종점

양평선 타고 대선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일명 ‘양평 카르텔’로 불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진실 공방에 불이 붙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넓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서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꼿꼿하게 중심을 잡은 원 장관이 내년 대선후보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서 출발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신설이 목표였다. 10년 가까이 진행되던 이 사업은 2021년 4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5월8일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출구 없는 터널

우연일까? 틀어진 종점 인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그 일가가 보유한 토지가 있었다. 이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한 노선이 담긴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요점은 현지 여건과 환경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변경안이 기존안보다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토부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당원 행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땅 투기한 곳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됐고 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서 여당인 국민의힘 전진선 후보가 양평군수로 당선되자 고속도로 종점 역시 방향을 틀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카르텔’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민주당은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서 청탁과 압박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시점과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로 향하는 화살을 막아낸 것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었다. 원 장관은 양평 카르텔은 민주당의 거짓과 선동에 불과하다며 방패를 세웠다. 원 장관의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도 “원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된 노선을 윤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변경함으로써 권한을 남용했다”며 맞불을 놨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원 장관은 지난 6일, 돌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김 여사의 땅을 옮기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계속되는 만큼 국토부가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백지화 선언 뒤 번복?
커지는 장관님 목소리

원 장관은 “청탁 압력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간판을 걸고 붙어보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충수를 둘 여지도 주지 않은 채 판을 엎어버린 셈이다.

이로써 10년간 진행돼왔던 사업이 한순간에 붕 떴다. 10여년 넘게 고속도로가 뚫리길 염원하던 양평군민들은 민주당과 국토부를 향해 “해당 사업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사업을 백지화할 게 아닌 군민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종점을 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백지화 선언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17일 만에 “서울양평고속도로가 하루속히 정쟁의 대상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원 장관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백지화 선언 당시 ‘거짓 선동과 괴담 유포 행위가 멈춘다면 언제든 사업을 정상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사과만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사업을 재추진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1조8000억원짜리 사업을 한순간에 백지화시킨 것은 권력남용이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되받아쳤다.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언성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원 장관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모든 게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한 시나리오라고 해석했다. 논란이 발생하면 당사자가 침묵을 지키거나 수동적 해명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원 장관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원 장관은 국민의힘 내에서 소장파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합리적인 이미지만 추구한 나머지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해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보수층의 탄탄한 지지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판 붙자”
몸집 키우기 나서

원 장관이 입을 열수록 야당은 비난을, 보수층은 환호하는 모양새다. 백지화 선언 이후 보수 지지자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화환 60여개가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 놓이기도 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건폭’을 향해 칼을 갈던 그에게 있어 백지화 선언은 본격 ‘강경 보수’ 이미지를 구축하는 활로가 된 셈이다.

원 장관이 민주당을 거론하면서 “한판 붙자”고 한 것 역시 차기 대선주자로서 몸집을 키우려는 정치적 발언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사업 백지화 뒤집기는 국회 모두가 공공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보수 민심을 잡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눈길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심을 고루 얻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업 백지화는 직권남용은 물론 국민을 우롱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주가를 높이는 일에만 앞장선 나머지 책임 행정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퍼포먼스로 무마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진실 공방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열린 현안 질의를 두고 원 장관을 포함한 여야가 마주 앉았다. 이날 현안 질의는 시작부터 ‘괴담 정치’ ‘국민 우롱’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거짓 선동으로 몰고 있는 민주당 전·현직 대표의 사과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고 사업을 중단시킨 것은 민주당의 괴담이 자초했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국토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질타하며 원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사업 중단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자세를 일관한다면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분명한 목적지

이날 양측은 ‘사과’에 목맨 채 언성만 높였다. 원 장관은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고속도로 사업 정상 추진 여부는 바로 결정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라는 민주당의 입장 역시 꺾일 기미가 없었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27일,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렇듯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무사히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서 고속도로는 사라지고 ‘원희룡’이라는 세 글자만 남는 건 아닌지 양평군민들의 속만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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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